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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즘작가 Aug 13. 2023

나는 모든 것에 흔적을 남기기로 했다.

“아…그 때, 걔 누구였더라..?”의 ‘걔’가 되실래요?

흔적이 없이는


한국인들은 어디에 가나 흔적을 남기고 돌아온다.

해외 국가 문화재에도 자신들의 흔적을 어떻게든 남기고 오는 모습이 가끔 추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마음 한 구석에는 자신의 여행 기록을 ‘증명’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해되기도 한다.


그래서 국내 유명 명소와 관광지에는 포스트잇을 붙여 방문객이 자신의 흔적을 남길 수 있게 만들어 둔 부스가 존재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이런 심리를 알기 때문에.

카페는 어떻고, 유명 맛집은 어떤가.

미니 칠판을 벽에 붙여 낙서로 자신의 방문기록을 남기고 갈 수 있도록 유도하기도 하며, 어떤 어떤 곳은 트리에 방문객들의 소원을 걸어둘 수 있게 하기도 한다.


맞다. 남 얘기처럼 하고 있지만 사실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다.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해도 되는 곳을 넘어서 굳이 불법까지 자행하지는 않으니.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랑하는 모든 곳에, 모든 것에 나를 기록하길 원한다.

그것이 나를 정말 존재하도록 만드니까.




존재한다는 것


존재한다는 것은 끊임 없이 존재하고 싶어하는 열망, 그 자체이다.

존재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이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똑같이 숨을 쉬고, 당신의 육체가 어느 공간에 서 있다고 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는 존재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노력한다.

호랑이가 죽어서 가죽을 남기는 것은 21세기에 별 관심이 없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죽어서 자신의 이름이 기억되길 원한다.

기억된다는 것은, 죽어서도 우리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의미이니까.


2022년 12월 29일, 축구의 왕 펠레가 별세했다.

그리고 모든 축구 스타는 그를 애도했다.

펠레의 마지막 유언은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해라.” 로 끝맺힌다.

그가 축구라는 세계에 빅 네임이었고, 남들과 다른 행복을 전하며 살았기에, 그리고 큰 획을 남겼기 때문에, 그는 지금도 기억되고, 회자되며 존재하는 것이다.


나는 이 세상에서 단순히 한 사람, 80억 인구 중 하나로(아직 60억 지구로 알고 있었다면, 오랜만에 찾아보길 권한다) 사라지고 싶지 않다.

태어난 김에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모든 순간에 내가 격렬하게 살아있음을 외치고 싶다.

나는 여기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고.




이런 삶을 살고 싶다.


대학 새내기 시절, 내가 인상깊게 본 선배 중 하나는 현재 직장인이지만, 동시에 예술가다.

그림을 그리는 취미를 꾸준히 이어오던 그 형은 뭔가 달랐다.

옷 입는 것도, 머리 스타일도.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쓰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대로 자신의 개성을 가지고 살아갔다.

그래서일까? 형의 그림에도 확실한 자신만의 스타일이 돋보였다.


그림을 잘 그렸냐고 묻는다면, 글쎄.

‘잘’의 기준을 ‘잘’ 모르겠네.

아주 현실적으로, 살아있는 듯 정교하게 묘사하는 것이 기준이라면, 잘 그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Well! 이 아니라 Well 뒤에 마침표가 두 개쯤은 더 붙겠지.

하지만, 자신의 색깔이 확실하고 개성있는 그림인지 묻는다면, 그보다 잘 그리는 작가는 없다.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는지 묻는다면, 그보다 잘 표현하는 작가도 없다.

그림을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고결한지 묻는다면, 아 손아프니까 그만 적겠다.


나는 친한 정도를 떠나, 사람의 내면을 느낄 수 있다.

‘너가 뭔데..?’라고 묻는다면 딱히 답하고 싶지는 않다. 증명해야 사실인 건 아니니까.

어쨌든 내가 느낀 그 형은 ‘진짜’였다. 뭘 해도 성공할 사람이었으니까.

여튼 그 형이 얼마 전에 ‘아시아프’라는 아시아 작가들의 예술 작품 전시회에 출품한 것을 듣고 축하한다고 연락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대기업과의 콜라보 작품도 내고, 멋진 ‘사이드잡’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가끔은 말이지, 나의 성공만큼이나 주변 사람들의 성공에 느끼는 기쁨이 더 크기도 한 법이다.


그래서 뜬금 없이 왜 이 형의 이야기를 했냐하면..

이 형의 삶 중에서 가장 멋있었던 부분을 나누고 싶었거든.

내가 재학중인 대학의 학생들의 성지로 불리는 한 카페가 있다.

카페 이름은 이곳에 적어도 되는지 모르겠어서 조심스러운 마음에 적지 않겠다. (뒷광고 아닙니다. 돈도 안받았고, 평소에 다니지도 않아요. 한다면 앞광고 할거니까 ㅋㅋㅋㅋㅋㅋ걱정마세요)

그 카페에서 그림을 그리고, 영감을 얻으며 대학생활을 했던 이 형은, 카페 사장님의 동의 하에 자신의 그림을 해당 카페 인테리어로 걸어두었다.

자신의 ‘흔적’을 자신이 사랑하는 곳에 진하게 남겨 둔 것이다.


포항 내에서도 좁은 동네인 내가 사는 지역에서는 돌아다니는 길이 한정적이다.

그래서 자주 그 카페를 지나고, 지나칠 때마다 한 번씩 그림들이 잘 걸려있는지 보며, 나름의 뿌듯함을 느끼곤 한다.

언젠가 나도 내가 글을 쓰는 카페들과 단골 음식점들, 내가 다니는 학교와 모든 사람들에게 책을 선물하리라.

그렇게 수 없이 다짐하곤 한다.




너의 이름은..


당신은 얼마나 당신의 향기를 풍기며 살아가는가.

자신만의 분위기를 풍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떠한 ‘아우라(AURA)’를 풍긴다.

그것은 외모의 개성 따위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태도와 말투, 자신감과 삶의 방식에서 느껴지는 것이다.

남들을 따라 살지말고, 당신으로 살아가며 모든 곳에 흔적을 남겨보자.

나는 이곳에 이렇게 살아있다고. 살아있었다고.


내가 없는 자리에서 누군가 대화를 나눌 때, 나를 떠올리며 “아 걔… 아 왜 있잖아, 그… 누구더라?”

그런 기억에도 남지 않는 ‘걔’로 살아갈 생각따위는 없다.

당신의 기억에 잊히지 않는 발자국을 남기겠다.

그게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고, 성공을 위해 달려가는 길의 하나의 원동력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이 되느니 그런 것은 중요치 않다.

내게 소중한 곳에 내 흔적이 묻어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죽어서도 잊히지 않는 사람. 특별하길 원하며 살아가면 특별한 사람으로 남는다.

내 삶의 마지막에는, 그 장례식에는 많은 이들이 참석하고 애도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육개장이 아닌 특별한 요리를 준비해두도록 할테니 와서 옆 자리에 앉은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 깊은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

내가 남긴 가치관들이 후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6월에 두 살이 줄어, 고작 23살이 된 내가 하기엔 조금 웃긴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말이지.

우리는 필사적으로 존재하자.

스쳐지나가지 말고, 항상 힘을주어 걷자.

고작 빗물 따위에 발자국이 씻겨지지 않도록.

.

.

.

잠깐, 혹시 구독은 누르셨나요? 댓글은 달아주실 건가요?

당신이 글을 읽었다는 ‘흔적’을 남겨주셔야 될 거 아니에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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