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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즘작가 Aug 10. 2023

요즘 세상엔 똘끼가 필요해요 #1

"너 진짜 이상해." 제가 자주 쓰는 칭찬입니다.

이상한 건 나쁜 게 아니에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라면서 개인의 취향과 자유를 존중하다 보니 오히려 모두가 같은 것을 지향하고 유행을 따르는 세대가 되었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남들과는 다르다는 것은 가장 큰 무기가 되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각자가 가진 똘끼가 참 귀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것을 사람들은 개성, 특별함 등으로 바꿔 부르기도 하잖아요.


똘끼가 있다는 것, 현 시대에 가장 중요한 미덕이죠.

매일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만큼 지루한 것은 없을 것 같아요.

소위 또라이 친구들이 많다면,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주변에 그런 사람이 없다면 아마 당신이 그런 사람이겠죠.

‘또라이 보존의 법칙’은 꽤 유명하니까요.


저는 스스로 적당한 똘끼와 추진력을 장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제 주변 사람들도 대부분 그런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가끔은 생각을 공유하는 것만이 아니라, 제가 어떤 삶을 사는지에 대해 짧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더 큰 즐거움을 드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이상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짧게 보여드리려 합니다.

이것은 가장 기억에 남는 단편적인 예시들일 뿐이지만요.



아아 세션


첫 번째로 소개해드릴 썰(이야기)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세션’입니다.

배경부터 짧게 말씀드리고 시작하자면, 저는 대학생이고, 18학번입니다.

제가 새내기였던 2018년에 같은 팀(한동대학교만의 문화입니다)에 속해있던 친구들 중 음악에 관심이 많은 두 친구와 몇 년이 지난 2022년 5월, 여느 때처럼 서로 음악을 추천하며 수다를 떨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친구 A가 캠퍼스 내 버거킹에서 세일중인 아아(아이스아메리카노)가 꽤 괜찮다며 산미가 없어서 좋다고 추천했고, 친구 B는 산미가 무엇인지 모르는데 설명해줄 수 있냐고 했습니다.

이 한마디가 친구 A의 실험정신에 불을 붙여버렸죠.

우리는 친구 B에게 산미가 무엇인지 직접 혓바닥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기로 결심했습니다.

교수님이 전공 지식을 머릿 속에 때려넣어주시듯, 우리도 다시는 궁금하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각인시켜주기로 한 것이죠.


친구 A: “교내에 커피 파는 곳 몇 군데야?”
“몇 개 없는데 전부 사와서 비교해보자.”
나: “오.. 좋은데?”


엔프피 그 자체였던 친구 A와 빠꾸없던 시절의 나는 그 길로 캠퍼스 내의 모든 카페와 아메리카노를 파는 패스트푸드점을 추렸습니다. 우리는 로봇이 내려주는 커피머신 하나를 잊었지만, 나머지 7종을 모두 비교해보기로 했죠.


우리는 모든 아아에 대해 각자 묵직함, 산미, 가성비 이렇게 3가지 기준으로 평가표를 작성해 비교하기로 했습니다. 목요일 새벽 한 시에 나온 아이디어였고, 우리는 바로 그 날 점심에 모이기로 했어요.


친구 A는 한동안 말이 없는가 싶더니 갑자기 장문의 ‘아아세션 모임 공지’를 적어 카톡방에 공지했고, 질 수 없었던 저는 디자인 툴을 꺼내, 이 모임에 대한 포스터를 만들어 올렸습니다.

제가 만들었던 홍보용 이미지입니다ㅋㅋ.
친구 A가 적은 공지....ㅋㅋ

이 글과 포스터인데요. 대충 넘겨버리는 것은 옵션에 없었거든요.


그렇게 다음날 점심, 우리는 각자 맡은 아아를 공수해서 모였고, 캠퍼스 내 벤치에 7잔을 전부 깔아두고 펜과 평가 메모지를 꺼냈습니다. 그러고는 돌아가며 아아를 마셨고, 평가를 시작했죠.

당시 캠퍼스 내에 존재했던 7종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들입니다.


모르시겠지만, 생각보다 고역이었습니다. 입 안에 남은 이전의 커피맛을 없애며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모두 아아 한 모금을 마시고 물로 입을 헹구기를 반복해야 했으니까요.


중간마다 서로의 의견이 다를 때는 해당 커피를 몇 번씩 더 마셔보며 조율했기 때문에 우리는 곧 저녁을 먹지 못할 정도로 물배를 채웠습니다.

다 끝나고 치우면서 보니, 인당 아아 두 잔씩은 마셨더라구요.

아래 사진이 바로 각자의 평가 채점표입니다.




마무리하며


참 별 일 아니지만, 한다면 하는 추진력과 실험정신을 가장한 똘끼가 무엇인지 볼 수 있던 좋은 예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날 이후로 몇 주간 주변에서 “어디가 제일 맛있었어?”, “갓성비 커피는 뭐였어?” 등의 질문이 쏟아졌고, 귀찮지만 전부 답했던 기억이 납니다.


궁금한 게 있으신가요? 그럼 지금 바로 알아보는 건 어떨까요.

커피 뿐만이 아니라 우리 삶에 꽤 많은 것들은 적혀있는 설명만 보고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으니까요. 우리가 정말 경험하고, 비교한 것들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사실 썰 풀어드릴 것이 많아, 앞으로 하나씩 천천히 적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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