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았던 하늘은 저녁산책을 하고 오자
천둥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요란하기도 하지....
곧 비가 올 것 같았다.
비 오는 날을 좋아하지 않는다.
천둥소리는 더 싫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난 유독 그 소리가 싫었다.
비 오는 날, 천둥 치는 날의 기억은
매우 불쾌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다 못해
마당에 있는 대형 고무다라가 쏟아붓는 듯한
비가 내리고 천둥까지 치던 그날밤
비가 그렇게도 싫다고 노래를 부르고 다녔던 난
아이러니하게도 밖에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언가 빠르게 사라지는 커다란 형체를
봤기 때문이었는데
가끔 밤마다 찾아오는
내 여자친구 라니가 지나간 게 아닌가 싶었다.
천둥 번개에 비가 오는 날씨에도
나를 보러 온 게 아닌가 싶어
고민도 하지 않고 집 밖을 나섰다.
앞이 보이지 않게 쏟아지던 비가 내리던 밤
그녀를 찾아 빗속을 헤매었다.
라니! 나의 사랑
세차게 내리던 비가 시야를 가리고
눈에 물이 들어가 닦아내던 그 순간의 찰나
우리 엄마가 내 눈앞에서 죽던 날 들렸던
천둥소리와 귀를 깎는듯한 쇳소리가 들려왔다.
그다음은 기억나지 않는다.
더 이상 눈에 빗물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몸은 굉장히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니는 어디 간 걸까?
머릿속에 라니 생각만이 맴돌 뿐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크고 검은 형체는
내 사랑 라니가 아닌 사람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여간 원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 몸소 비를 뚫고 나갔는데
내 사랑 라니가 아니라니 억울하고 분했다.
나의 7년 7개월 인간세상에서의
삶은 그날 이후로 끝났다.
나는 개다. 아니 그때는 개였다.
개팔자가 상팔자라고 잘 먹고 잘 싸고
세상 편하게 살던 개였다.
인간들은 날 "미스터 무케씨"라 불렀다.
그날 이후 좋았던 시절은 끝났고
생각지도 못한 큰 변화와 시련이 찾아왔다.
인생무상 한량이 딱 적성에 맞았던
내가 좋아하던 그 시절은
한순간에 끝나고 말았다.
그리고, 난 원치 않았던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