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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린 May 11. 2017

나는 나와 친해지고 싶다

까다롭고 변덕스러운 내 안의 사춘기 소녀와의 대화

내 나이 28살. 아직 마음은 대학생인 것 같은데 아직 어린 아이같은데, 나는 어느덧 사회인이 되었고 결혼해 나만의 가정까지 꾸리게 되었다. 이젠 누군가의 보호막 아래 숨어있기엔 적지 않은 나이가 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아직도 혼란스럽다. 지금까지 내가 독립적으로 해 온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면, 난 언제나 또래나 집단 속에 있었다. 평범하게, 튀지않게, 안정적으로 살아왔던 나로서는 어쩌면 지금 남편과 하고 있는 세계여행이 내 인생 최대의 일탈이자 도전이 된 것이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나는 갑작스러운 결혼에 이어 평생 다닐 뻔 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이젠 일년간 가족의 보금자리를 떠나 세계를 떠도는 중이다. 고작 1년 남짓한 시간동안 인생의 큰 사건들이 한번에 일어난 것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돌연 내 인생, 내 자신에 대해 궁금해졌다. 그동안 새로운 걸 배우고 경험하는 걸 좋아했지만, 정작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들여다보는 것엔 소홀했던 것이다. 내 자신에 대해 곱씹어본건, 취준생일 때 입사지원서를 쓸 때가 다였다. 하지만 입사지원서에서의 '나'는 회사 입장에서 인적자원으로서의 '나'였다. 그 누가 뭐라든 온전한 '나' 자체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해 본적이 없었다.

그런 내가 요즘은 그 고민에 푹 빠져있다. '나는 누구인가' 
딱 10년 전 자아정체성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사춘기 소녀로 다시 되돌아간 느낌이다. 하지만 나는 우리 모두가 '사춘기'를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질풍노도의 시기, 자아정체성 혼란의 시기.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 것인가. 나 뿐만 아니라 요즘 청춘들 모두가 혼란을 겪고있다고 하지 않는가. '혼란'을 문제삼지 않고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나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혼란을 정면으로 직시한다면 길이 보이지 않을까. 이 혼란 속에서도 열심히 헤쳐나가다 보면 갑자기 고요해지는 태풍의 눈에 다다르리라 믿는다. 그래서 나는 이 고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계속해서 나 자신과의 대화를 하고 일기를 써나가다보면, 무릎을 탁 하고 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너 알고보면 참 괜찮은 애구나!" 하고.


나는 나와 친해지고 싶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먼저 다가가 살갑게 말을 건네면서도, 정작 나에겐 왜 이리 소홀했을까. 나조차도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이해하기가 어렵다. 정작 나 자신과는 살갑게 대화해 본적이 없는 것이다. 평소엔 기쁘거나 잊고 싶지 않은 날 일기를 썼지만, 이번엔 외롭거나 힘들거나 슬프거나 화가 날 때 나는 펜을 들었다. 나조차도 어떤 감정인지 설명하기 어려울 때, 일기를 쓰면 차분하게 나의 감정이 느껴졌다. 그리고 제 3자가 되어 나 자신에게 위로의 한 마디를 건넬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 거짓말 같이 마음 속이 고요해졌다. 스트레스 해소방법으로 나는 일기를 택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조금씩 친해지고 있다. 까다롭고 변덕스러운 나라는 친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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