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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린 Nov 13. 2018

아침마다 책을 읽기로 했다.

하루 5분을 '생각'하게 만들었다면 그걸로도 충분하다.

아침 5시, 평소라면 알람을 듣지도 못하고 꺼버리는데, 오늘은 눈이 쉽게 떠졌다. 아니, 사실 눈이 쉽게 떠지는 날은 일년에 한두번 있을까 말까. 다시 따뜻한 이불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그 몇 초간 백만번은 한다음 세수를 한다. 그러면 언제 그런 고민을 했냐는듯 개운해진 채 식탁에 앉는다. 잠든 남편의 숨소리와 이따금씩 들리는 냉장고 소리를 배경삼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는 동시에 두 세권의 책을 한번에 읽는 편인데, 오래 집중하며 읽을 수 있을 땐 소설이나 에세이를, 아침이나 점심시간 등 짜투리 시간에는 나를 자극하고 동기부여시켜주는 책을 선호하는 편이다. 뻔할 것 같은 자기계발서지만, 문제는 그 '뻔한' 진리 혹은 당연한 말을 수백번씩, 그것도 수많은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을 실천하지 않는 우리의 모습이다. 학생 때나 취업을 준비하면서 꽤 읽었던 자기계발서에선, "감사하며 살아라", "하루 24500분의 시간을 활용하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 등 '당연한' 좋은 말들을 수백쪽에 이어 이야기하지만, 정작 나는 정말 그것들을 꼭꼭 씹어 소화시켰는가, 내 삶에 적용하여 살고 있는가 자문한다면 나는 자신이 없다. 책을 완독했을지라도, 결국 작은 습관 하나 바뀌지 않고 내 멋대로 사는 삶이다.


무작정 책에 맞춰 내 삶을 맞출 필요는 없지만, 내 하루를 되돌아보고 나의 목표나 가치를 점검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책 속의 좋은 내용을 모두 소화할 순 없지만, 적어도 한 개라도 내게 남는 게 있고 나의 삶에 영향을 주는 게 있다면, 그 책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내게 가치있는 책이다. 그렇게 생각하고나니 어느 책 하나 하찮게 보이지 않았다. 책을 쓰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그 사람의 가치관이 그대로 책에 녹여놨기 때문이다.


오늘 읽기 시작한 책은, <내 삶을 바꾸는 52주간의 기록>이라는 책이다. 책에선 한 주에 한 챕터씩 1년 52주간 책에서 말하는 대로 기록하라고 하지만, 역시 나는 내 멋대로 이번주 안에 이 책을 완독할 생각이다. 다만, 책을 눈으로만 읽지 않고 손으로 따라 쓰면서 책이 시키는 대로, 내 삶을 돌아봤다. 이렇게 일부러 시간을 만들지 않으면, 나는 내 삶을 돌이켜볼 일이 없다. 오늘의 계획, 이번주의 계획은 매일 짜면서 오늘 하루, 이번 주를 돌아보는 시간은 갖지 않는 게 문제다. 그래서 이렇게나마 나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시간이 5분일지라도,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첫번째 질문은 지난 1년동안 내가 '잘한' 일은 무엇일까. 특히 '선행을 나누거나 다른 사람을 도운 경험'을 묻는 질문이 굉장히 어렵게 느껴졌다. 회사에서도 사람들과 잘 지내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좋은 시간도 많이 가지려고 노력하는데, 그게 '선행'인지 묻는다면 나는 대답이 어렵다. 겨우 질문에 답하기 위해 두세가지 적었지만, 나는 어쩐지 자신이 없다. 내가 좋아서 호의를 베푼 것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 필요한 걸 주었는가. 혹은 힘들어하는 이를 외면하지는 않았는가. 혹 주기보다 받기를 더 기대하거나 손해보는 것에 몸을 사리지는 않았는가. 이렇게 나를 때리는 질문들을 만났을 때, 나는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내 멋대로 사는 삶일지라도 나를 때리는 질문들을 많이 만나면, 사막 위에 이정표 없이 걸을 지라도 내가 지나온 길이 삐뚤빼둘 구부정할지라도 계속해서 조금이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믿는다. 


나는 결국 내가 잘한 일을 적는 질문에서 대답을 별로 적지 못했다. 스스로 꽤 만족하며 나름 행복하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막상 나의 잘한 일을 칭찬하는 데에는 인색했다. 결국, 나는 이런 사람인걸까. 자책하려는 순간 책에선 말했다. 나 자신의 좋은 점을 볼 수 있어야 타인의 좋은 점도 발견할 수 있다고. 

그래, 나는 다만 나를 칭찬하고 사랑하는 데 익숙지 않은 것 뿐이다.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에, 오늘 하루 내가 잘한 일을 돌아보며 나를 칭찬해주자.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아니까. 오늘 하루 나에게 잘하고, 사람들에게 하나는 베풀며 혼자 뿌듯해하자. 자꾸 칭찬해주고 싶고 스스로 자랑스러운 내가 되자.


역시, 책은 언제나 옳다. 책을 완독하지 못할지라도, 오늘 하루 질문 하나를 던져준 책이기에 그것으로도 이미 완벽하다. 특히 나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한 마디를 얻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지금은 화요일 아침 6시반. 훈훈하게 시작할 수 있어 감사한 아침이다. 책도 읽고 글로 남겼는데도, 아침밥을 차려먹고 회사가기에도 충분한 시간이니, 행복한 아침이다.


@Argent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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