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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린 Nov 16. 2018

나보다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오늘도 잘 살아낼 우리에게

글, 잘 보고 있어요

유난히 치열하게 하루를 살아냈던 며칠 전 퇴근길, 마침 우리 회사 근처에서 지인과 술 한잔 하고있다는 남편의 연락을 받고 함께한 자리였다. 한참 나누던 이야기 끝에 그가 툭 던진 말에, 내 마음도 그저 툭. 부끄러웠다. 글이라기보단 그저 내 머릿속에 마구잡이로 떠도는 생각들을 재주없이 꺼내놓은 일기였다. 하루를 돌아보고 싶어 쓸 때도 있었지만, 내 마음을 다잡으려 혹은 실체도 없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면, 나는 뭐라도 쓰고 싶었다. 블로그에 올리긴 하지만, 사실 보여주기보단 날 위해 써나간 것들이었다.

이런 것도 ‘글'이라고 할 수 있다면, 나는 언젠가부터 다시 꾸준히 글을 쓰고 있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에도 부끄러울만큼 나는 내 글에 자신이 없다. 그런데 나조차 믿지않는 글에 힘을 보태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지인들조차 내가 블로그를 하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언젠가부터 꾸준히 내 글을 찾아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요즘 왜 이리 뜸해요, 자주 이야기 들려줘요” 라며 재촉하시는 분들도 있고, 세계여행 경험을 토대로 책 한 권 써보는 건 어떻냐며 제안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나보다 더 날 응원해주는 사람들, 나조차 나를 믿지 못하는데 나를 더 믿어주는 사람들을 보면 힘이 난다. 사람의 말 한 마디가 얼마나 대단한지, 그런 말을 들은 날은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말도 안되는 자신감이 솟기도 한다. 그저 흔적없이 사라지는 말 한 마디지만, 어떤 말들은 그대로 마음에 깊은 흔적을 남긴다. 그래서 끝끝내 잊혀지지 않는 말들이 있는가 하면, 결국 한 사람의 삶 내내 따라다니는 말이 있다. 나에겐 글이 그렇다. 그리고 최근 들어 날 가장 설레게 했던 한 마디는, 생각지도 못했던 어느 날 어느 순간 툭 하고 던진 말 한마디였다.

그러고 보면, 나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는 응원이 필요한 삶을 살아내고 있다.


누군가의 칭찬 한 마디가, 나보다 나를 더 응원해주는 사람의 한 마디가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 우리 모두는 매일 치열하게 삶을 살아내고 있음에, 오늘 하루도 충실히 살아가고 있을 우리를 보듬어주자. 그의 어제를 칭찬해주고, 오늘을 응원해주고, 내일을 축복해주자. 그 어느 순간도 특별하지 않은 순간은 없었고, 하찮은 하루 같은 건 없으니. 모든 순간이 예쁘고 아름다운 순간들이다. 지금 이 순간을 완벽하게 살아내는 나를 위해, 그리고 그와 그녀를 위해. 어쩌면 나보다 말 한 마디가 더 고플지도 모르는 그녀에게 오늘 전화 한 통 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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