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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지 May 07. 2024

이런 것도 닮는다구??

feat. 락앤롤 향기

생쥐백대리~~ 푸하하하~~“


 기안84가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에서 <어린왕자>의 작가 ‘생떽쥐뻬리’를 ‘생쥐백대리’라고 얘기했던 적이 있다. 모두가 빵!!  터져서 배꼽을 쥐며 웃는 그 순간… 나는 그리 크게 웃지 못했다. 기안84에게서 나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예능 출연자도 아닌데… 웃길 필요도 없는데… 그렇게도 신박하게 단어를 바꿔 말하는 신묘한 능력의 소유자다.


 사실 하나하나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에피소드를 자랑하지만… 얼마 전 정말 절대로 외워지지 않는 단어 하나를 또 만나게 되었으니… ‘오니츠카 타이거’라는 브랜드 이름이다. 원피스에 신을 운동화가 없다며 여러 번 말을 흘렸더니 남편이 운동화를 사주었는데 그 운동화 브랜드가 바로 저것이다. 여동생에게 새 운동화를 자랑하며 브랜드를 이야기해 주려고 는데 암만 생각해도 ‘오니기리’만 생각나고...., ‘오나.. 라…’는 아닌데… 결국은  “아 그 무슨 타이거!!!”라고 방귀 뀐 놈이 성내듯 소리를 쳤다.


 또 한 번은 “오오!! 오늘 수요일인가? 그거 봐야겠다!!”라고 하니 남편이 “그게 뭔데?”라고 한다. 자신은 없지만 당당하게 그러면서도 끝을 살짝 올리는 의문형으로 “베질란트??”라고 말했더니 웃음이 돌아온다. 역시나 아니었나 보다. “ㅋㅋㅋ 비질란테!!!” 한 글자도 못 맞췄지만 초성은 다 맞췄다고 좋아하고 있는… 긍정적인 나의 모습이 사뭇 놀랍다.


  사실 외우는 외국 배우 이름도 굉장히 드물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대입해 가며 겨우 외웠고, 정말 유명하거나 많이 들어본 브랜드 이름이나 배우의 이름 말고는 애를 써도 외워지지 않는다. 남편은 이런 나를 처음에는 신기해하다가 이어서 놀리는 단계에 이르렀었는데 이제는 놀랍지도 놀릴거리도 못된다는 반응이다. 그래서 뭔가 더 자존심이 상한다. 지나칠 정도로 단어를 바꿔 말하거나 이상하게 말하는 나는… 나의 인지 구조에 무슨 결함이 있는가 혼자 고민해보기도 했다. 그래서 특히 외국어 지명과 인명을 나처럼 잘 기억하지 못하는 기안84에게 동질감을 느끼면서 안쓰럽기도 했다. 그도 웃기려고 저러는 것이 아닐 텐데.. 하면서…



 

 그렇게 살아온 내가, 최근 신기한 사실을 하나 발견해 가는 중이다. 둘째 아이가 나의 이 불편하기만 하고 쓸데는 없지만 가끔 다른 사람에게 웃음을 주는 이 신묘한 능력을 그대로 닮아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것도 유전이 된단 말인가?


 둘째 아이는 어려서부터 굉장히 명확하고 정확한 것을 좋아했다. 소꿉장난을 하면서도 ‘메뉴판‘이 없어서 인형 옷 하나를 집어 들고 “이게 메뉴판이라고 하자.”라고 하면, “아닌데? 이건 옷인데?”라고 말하며 절대 호락호락 넘어가주지 않았고, 말실수 하나도 넘어가지 않고 고쳐주며 철두철미한 성향임을 매번 확인시켜 주었다.

 그런데 이런 둘째 아이가 어려서 그렇겠지 하며 넘기던 실수들이 제법 나의 신묘한 능력과 견줄 만큼 잦아지고 강력해졌다. 익숙하지 않은 단어를 이상하게 조합하는 능력이다.


 얼마 전 수수깡을 실에 매달고는 빙빙 돌리며 "이게 뭐게?" 하고 묻는다. 모르겠다고 하니 "반나침이야~"한다. 반나침은 무슨 물건인고… 우리 집 발명가께서 오늘은 무슨 신문물을 발명해 내셨나… 했더니 ‘나침반’을 배우고 나서 수수깡으로 만들었는데 그걸 ‘반나침’이라고 바꿔 말한 것이었다.  


‘칠리소스’는 부자들만 먹는 ‘리치 소스’로 변신시키고, ‘프라이버시’를 지켜줘야 한다는 말은 ‘프라이봇’을 지켜준다는 말이 되어버렸다. 무슨 로봇같다했더니 계란프라이봇이라고;;


“엄마 오늘 ‘윙카’ 볼 거야?”

“윙카 아니고 <웡카>…”

다 보고 나서...

“엄마 ‘윙카’ 진짜 재미있었어!!" 

", 근데 윙카 아니고 <웡카>…"


내 딸 아니랄까 봐... 이런 것도 닮는다니...




 향기가 그득한 봄날 저녁 어느 날, 산책을 나가 코를 킁킁거리며 걷고 있는데 아이가 이리 말한다. (개코인 것도 닮았다)

“이거 락앤롤 냄새 아닌가?”

“응? 락앤롤? “

아이 손가락을 보니 락앤롤 모양이다. 라일락과 락앤롤을 헷갈렸나 보다.

우리는 다 같이 락앤롤 꽃 향기를 맡으며…

깔깔깔 웃으며 집에 돌아왔다.  

 


 아이가 나를 닮았다는 건 참 신기하고 행복한 일이다. 그러다가 가끔 내가 싫어하는 나의 어떤 부분까지 닮아 놀라고 더 예민하게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

나를 닮았기에 눈물 나게 좋은 부분도… 나를 닮았기에 심히 걱정되는 부분도… 모두 내 아이만이 가진 사랑스러운 모습이다. 그걸 잊지 말아야겠다고 오늘도 다짐해 본다.



덧, 의식적으로 “괜찮아~”를 연습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괜찮지 않은 상황을 힘들어하는데… 이것마저 를 많이 닮았나 봅니다.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오늘도 많이 건네보려고 합니다.

뭐 좀 바꿔 말하고 제대로 기억 못 하면 니~

속상한 일이 좀 있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도 좀 있고,

마음 한 켠에 찝찝한 일이 좀 있고…

그럼 좀 어떠니~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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