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길에서
잠깐 쉬어가는 일이라지요

첫 임용고시 실패,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용기

by 윈지

최종 합격자 명단에 없습니다.
or
최종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경험해 본 적 있으신가요?


몇 글자 차이도 나지 않는

이 두 문장이 갖는 힘이란 실로 큽니다.

물론 서로 다른 힘이지요.

저는 운이 좋게?도

이 두 문장을 모니터 화면에서 모두 만난 적이 있어요.


한 놈은 칼날처럼 서늘하고,

한 놈은 마시멜로처럼 달콤했었더랬지요.


두 번 다 눈물이 났었던 것 같아요.

한번은 너무도 차가웠고,

한번은 너무도 따뜻했기 때문이었겠지요.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길에서 잠깐 쉬어가는 일입니다. - 제리 길리아스




‘재수할 것인가, 포기할 것인가’


제가 엄마가 되어 임용고시에 도전했던 첫 해,

짧은 준비기간에 비해

운이 좋게도 1차 시험에 합격했어요.

물론 커트라인으로 합격을 했던 터라

면접을 상당히 잘 봐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설마 내가 면접에서 탈락하겠어?’라는

건방진 마음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아요.


면접 준비가 1도 되어 있지 않았던

저는 면접도 암기과목처럼 달달 외워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그 당시 미숙했던 저만의 생각이었지요)

시험장으로 갔습니다.


면접을 보고 난 뒤 저는 느낌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총 4가지의 면접

(집단토의, 수업실연, 심층면접(중국어, 한국어)에서

모두 이 정도면

그래도 합격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었지요.


무슨 근자감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저는 90%는 합격할거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최종 합격자를 넘본다는 것은

1차 시험을 통과했다는 이야기이고,

‘1차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를 거쳐

최종합격자 수의 1.5배수 안에 들었다는 이야기가 되지요.

자만하지 않으려 하지만,

합격과 선생님이라는 신분은

거의 다 잡은 고기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다가도 0.5배수가 떨어져야하는 일이 남았으니,

“나 떨어질 것 같아.”,

“설마 내가 떨어질까.”

라는 두 가지 마음 사이에서

하루에도 수백 번을 왔다 갔다 하면서

최종 발표의 순간만을 기다리지요.


최종 합격자 명단에 없습니다.


결과는 나머지 10%에서 나왔어요.

정말 10%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습니다.

정신이 바른 상태가 아니었던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또 그렇게 괜찮지 않은 것도 아니었는데,

저의 최측근들은 저보다 더 괜찮지 않았던 것 같아요.

다시 견뎌야 하는 1년의 시간과

그 속에 놓일 우리 모두가 안쓰러워서였겠지요.


시아버님께서 “한 번 더 해보지.”라는 말을

무심한 듯 건네주셨죠.


친구들은 “기간이 너무 짧았잖아,

원래 내년 시험 준비하려던 거 아니었어?”,

“1차 합격도 대단한 거지, 1년 더 하면 합격하겠네.”

라며 위로했고,


동생도 “1년 더 공부하면 뭐 그냥 합격하겠네.”

라며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헌데

위로와 격려를 받으며 더 절실히 느끼게 되었지요.

선생님 문턱까지는 간 느낌이었는데

아무것도 없는 무의 상태로 돌아온 현실과

임고생으로 일 년을 다시 고생해야 한다는 사실을요.

그리고서는 점점 더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나의 노력과 나의 바람은 최선이었는데,

1년을 더한다고 미래가 보장되는 것도 아닌데,

1차 합격을 무의 상태로 돌리는

임용고시라는 시험제도가 원망스럽게 느껴지더라고요.

무엇보다 함께 준비했던 사람들의 합격소식에는 귀를 닫고 싶고,

불합격소식에 위안을 받는 저를 보며

더 큰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 어떤 누구의

그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상황이 있지요.

하지만 시간에 기대어 그 상황을 잘 버텼고,

저는 다시 도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따금씩 궁금해지긴 합니다.

그때 “엄마, 괜찮아, 다시 곰부 열심히 해.”

라고 말해준 저의 딸들은

엄마의 재도전을

어떤 감정으로 어떤 생각으로

어떤 무게로 받아들였을까요?


포기하지 않고 실패를 딛고 일어서

다시 도전해보겠다고 결심을 한 뒤

남편의 글을 보게 되었어요.

살포시 그 글에 ‘좋아요’를 누른 엄마 댓글과 함께요.

묵묵히 지탱해 주고 있는 가족의 힘이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실패 뒤에 찾아오는 상실감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꿈에 대한 도전을

포기하게 만든다.


담대한 희망을 품는 사람들은

그러한 상실감과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들이다.


괜찮다.


꿈을 갖고 그것에 도전한 것 자체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위대하다.


당신의 소중한 꿈이 언젠가는

만개하는 꽃과 같이 완성될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딱 일 년 뒤 이 문장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최종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물론 일 년을 더 공부한 거 치고는

1차 필기 성적이 커트라인이었다는 게 함정이지만,

그래도 그 순간 다시 도전할 용기를 내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제 모습은 없었겠지요.


이제야 할 수 있는 배부른 소리이지만,

그때 그 순간이 있어서

더 단단한 제가 있을 수 있었고,

다시 또 힘든 상황을 마주했을 때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이라 생각할 줄 아는 힘을

키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만약 그 때 실패를 겪지 않고

한 번에 합격을 했었더라면,

저는 가르치는 일의 소중함과

실패를 이겨내는 용기를 배우지 못했을 거예요.


인생에 필요하지 않은 순간은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저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어요.

너무 수고했고, 잘 버텼다고.


혹시라도

실패와 좌절의 순간 속에 계신 분이 있다면

이렇게 말해드리고 싶어요.

"잘 버티고 견디다보면

내가 마주하는 상황이 분명 달라져 있을 거예요.
내가 꿈에 그리던 그 장면과
마주하는 날이 오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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