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윈지 Aug 29. 2020

무던한 너에게

무딘 엄마가 

채니는 겁이 많다. 

자주 아프다, 

힘들다는 말을 달고 산다.       


주니는 씩씩하다. 

아주 가끔 아프다, 

힘들다는 말을 잘 안 한다.      


채니는 늘 징징거려서 속상하지만 

안쓰럽고,     


주니는 늘 의젓하고 기특하지만 

그래서 또 안쓰럽다.      


주니가 아침에 일어나서는     


“엄마, 귀가 잘 안 들려.”

“그래? 막 일어나서 그런가 봐. 

좀 있으면 괜찮아질 거야.”  

   

“엄마, 계속 귀가 잘 안 들려.”

“그래? 그럼 한번 봐줄게.”
 
 귀 상태가 이렇게까지 좋지 않은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 정도면 불편하다고 말했을 법도 한데, 

참 이 꼬맹이 

무던하다 못해 무디다.      


가정의학과를 이틀 가고 

이비인후과를 하루 더 가서 

항생제를 먹긴 해야 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를 가까스로 해결했다.     

  

하나가 아니고서는 

비교가 시작된다. 

하나가 아니고서는 

상대성도 갖게 된다. 


둘이어서 

둘 모두를 존중하고 칭찬하고 싶은데, 

어느 순간 둘이어서 

하나가 비교당하고 소외받기도 한다.      

예민하지 않고, 씩씩하고, 

그저 잘 자라준다는 이유로 

몰라주고, 

많이 신경 써주지 못한 건 아닌지 

        마음이 아린다.           



오늘따라 무던해서 

안쓰러운 꼬맹이, 우리 주니.


무던한 너에게 무디지 않은 엄마가 될게. 




태풍이 지나간 다음 날 

주니가 창밖을 멀뚱이 바라보고 있다.     


어제 창밖에 격렬히 도 나부끼던  

나뭇잎들이 자기 자리를 찾은 걸

감상하고 있는 건가?
 

주니는 늘 생각지도 못했던 말로 

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엄마, 바람이 오늘은 착한척하네.
 



 아,,, 어제의 성난 바람이

 너에게는 인상적이었구나. 

다음 주에 또 성난 바람이 온다던데, 

어쩌지. 
 네 말대로 착한척하고 있음 

     참 좋으련만.      

매거진의 이전글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