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딘 엄마가
채니는 겁이 많다.
자주 아프다,
힘들다는 말을 달고 산다.
주니는 씩씩하다.
아주 가끔 아프다,
힘들다는 말을 잘 안 한다.
채니는 늘 징징거려서 속상하지만
안쓰럽고,
주니는 늘 의젓하고 기특하지만
그래서 또 안쓰럽다.
주니가 아침에 일어나서는
“엄마, 귀가 잘 안 들려.”
“그래? 막 일어나서 그런가 봐.
좀 있으면 괜찮아질 거야.”
“엄마, 계속 귀가 잘 안 들려.”
“그래? 그럼 한번 봐줄게.”
귀 상태가 이렇게까지 좋지 않은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 정도면 불편하다고 말했을 법도 한데,
참 이 꼬맹이
무던하다 못해 무디다.
가정의학과를 이틀 가고
이비인후과를 하루 더 가서
항생제를 먹긴 해야 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를 가까스로 해결했다.
하나가 아니고서는
비교가 시작된다.
하나가 아니고서는
상대성도 갖게 된다.
둘이어서
둘 모두를 존중하고 칭찬하고 싶은데,
어느 순간 둘이어서
하나가 비교당하고 소외받기도 한다.
예민하지 않고, 씩씩하고,
그저 잘 자라준다는 이유로
몰라주고,
많이 신경 써주지 못한 건 아닌지
마음이 아린다.
오늘따라 무던해서
안쓰러운 꼬맹이, 우리 주니.
무던한 너에게 무디지 않은 엄마가 될게.
태풍이 지나간 다음 날
주니가 창밖을 멀뚱이 바라보고 있다.
어제 창밖에 격렬히 도 나부끼던
나뭇잎들이 자기 자리를 찾은 걸
감상하고 있는 건가?
주니는 늘 생각지도 못했던 말로
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엄마, 바람이 오늘은 착한척하네.
아,,, 어제의 성난 바람이
너에게는 인상적이었구나.
다음 주에 또 성난 바람이 온다던데,
어쩌지.
네 말대로 착한척하고 있음
참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