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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지 Jun 14. 2023

세요~(3인칭 시점의 인사)

인사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엄마, 근데 엄마는 왜 인사할 때마다

"~세요."라고 해?"

히히히"~세요." 깔깔깔 "~세요."

편의점 아주머니께 깍듯이 인사를 하고 나오며

인사를 잘한 내가 스스로 기특한 와중에

정신없이 웃으며 나를 따라 하는 아이들을 보니

얼굴이 불그스름 달아오른다.

(내... 가... 그렇단말이지...)

머리 휘날리며 엄마 놀리는데 진심인 두 아이


새 학기 첫날 긴장된 마음으로

담임을 맡게 된 우리 반에 들어가면

첫인사를 마치고 우리 반 친구들에게

한 해 동안 노력해주었으면 하는

몇 가지 당부를 한다.


그 해의 나의 아이들이

'가장 안전하고 건강하게 지내기를

가장 예쁨 받고 자랑스러운 아이들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생기며

나의 마음을 전하는 시간이다.


"첫째, 몸과 마음이 건강한 한 해를 보내자"

: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갖고

실천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고,


"둘째, 인사를 잘하자."

:인사(소통의 기본) 잘하는 아이들이 되어

사랑받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하기 때문이다.

 

새 학기를 시작하면

3월의 적응기를 끝내고

4월경부터는 분위기 정착기에 접어들지만

사실 크고 작은 사건이 계속해서 발생하기 때문에

'안정기'라는 표현을 쓰는 것에는

위험부담이 따른다.


그 정착기에 접어들면

한 반의 분위기가 형성되고

(이때 만들어진 분위기는

학년말까지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새 학기 시즌에 담임 선생님들은 여러 가지

눈치작전과 이벤트작전 섭외작전 등등의

다양한 전략을 통해

좋은 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한 친구 한 친구로 보자면

그 해의 캐릭터도 자연스럽게 완성되는데

(물론 반전 캐릭터를 가진 친구들도

끊임없이 등장하지만),

상담을 하다 보면

“올해는 이 이미지로 살아야 하나 봐요.”라고

말하는 것으로 봐서

새 학기에 굳힌 모종의 이미지는

굉장히 강력한 힘이 있는 것도 같다.


그리고 이 분위기 정착기를 지내고 나서

교무실에 모인 선생님들은

자연스레 반별 분위기에 대해

칭찬하거나 아쉬움을 말하며

눈에 띄는 친구들이 있다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기도 한다.


선생님들의 호불호 역시 다양하여

선호하고 칭찬하는

다양한 아이들과 반이 존재하지만,


칭찬받는 반과 친구들의
한결같은 공통점은
‘인사를 잘하는 친구들’이라는 것이다.
수줍어 얼굴을 붉히며 인사하는 친구,
 큰 목소리로 씩씩하게 인사하는 친구,
하루에 10번을 보아도
10번을 인사하는 친구,
목소리는 작지만
항상 웃는 얼굴로 인사하는 친구,


이런 친구들은

어딜 가나! 어느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환영받고 예쁨 받는다.


인간이 인간미 있는 인간에게

끌리는 건 어쩔 수 없는 불변의 진리인가 보다.




얼마 전 운동하러 다니는 피트니스센터에서

함께 운동하는 아주머니들께

인사를 참 잘한다며 칭찬을 들었다.

물론 그 아주머니들도

"~세요."만 들으셨을 테지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다.

용기를 내서

"(안녕하) 세요."

"(안녕히 계) 세요."를 

더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


인사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지만

마음을 여는 열쇠이고
배려와 존중의 표현이고
소통의 기본이라는 것을


많은 아이들을 보며

그리고 우리 아이들을 보며

매일매일 더 절실히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도 좀 컸다고

"안녕하세요"의 "안"은 들리게 인사하는

첫째 딸아이와

아직 부끄럼쟁이라

"안녕하세요"의 "안"도들리지않게 인사하는

둘째 딸아이가


엄마의 "~세요"라도 보고 배울 수 있도록


오늘도 더 씩씩하게

"안녕하세요"를

외쳐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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