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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지 Jun 20. 2023

J엄마의 P딸아이와 J딸아이

간섭과 방관 중간 어디쯤의 관심과 믿음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유분방 P인 딸은 나와 너무 달라 힘들고

철두철미 J인 딸은 나와 너무 닮아 걱정스럽다




“엄마, 나는 요즘 자유라는 말이 제일 좋아.”

“그래~ 도비 is free, 채니 is free.”

해리포터 中

숙제를 다 끝낸 아이에게

"자유시간~"이라고 외쳐주었더니

그 말이 제일 좋다며 세상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그 미소를 바라보며 멍하니 함께 행복해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또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행복”이라는 감정은 참 소중하다고 늘 생각해 왔다. 순간순간의 감사가 있어야지만, 바닥을 치는 상황과 마음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아야지만,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나눔과 비움과 채움의 순간을 느낄 수 있어야지만, 그래야지만 허락되는 감정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때로는 어느 것이 나의 행복을 위한 일인지 헷갈릴 때가 있고, 또 때로는 나의 행복을 위해 한 일임에도 그 결과가 상응하지 않을 때도 있다.

하물며 자식이라고는 하지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나는 분명 아이들을 가장 사랑하는 엄마이고,

아이들의 행복을 가장 바라는 사람이지만,

아이들을 위한 나의 말과 행동이

그 마음에 부합하는지는…

정말 아이들의 행복을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참말이지 어렵다.




얼마 전 지인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막 대학생(성인)이 된 아이를 둔 엄마였고 나처럼 파워 J형 엄마였다.

하루는 지인에게 아이가

“엄마,
엄마의 계획에 맞춰서 따라가느라
너무 힘들었어요.”


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어린이, 학생이었을 때는 묵묵히 잘 따라왔던 그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 엄마에게 마음에 묻어두었던 이야기를 한 것이다. 지인은 너무도 미안했다고, 시간을 되돌린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마음 아파했다. 내가 보기에 그 아이들이 계획대로 잘 따라와 줘서 잘 큰 것 같았다.(잘 큰 것의 기준은 모두 다를 수 있긴 하다.)

‘만약 그 엄마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지금 그 아이들은 더 잘 컸을까? 적정한 엄마의 역할을 어디까지일까?‘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혹시 나는 지금 계획이라는 명목하에
간섭과 통제로
아이들을 숨가프게 하고 있지는 않은가?

관심과 믿음의 적정선은 어디쯤일까?




MBTI의 마지막 알파벳을 결정하는 J(판단형)와 P(인식형)는 ‘외부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서 가장 큰 차이가 존재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J는 계획을 세우는 것을 좋아하고 안전성과 질서를 중시하고 통제하에 예측하는 삶을 사는 사람으로 묘사하고, P는 계획보다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하는 융통성이 있고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좋아하며 그 속에서 창의성을 발휘하는 사람으로 묘사한다.

 

나의 J는 1%의 P도 허용하지 않는, 조금의 타협의 여지도 없는 극계획형 J이다. 나 혼자 있을 때는 계획형 인간이라는 것이 참 편하고 좋았다. 계획한 대로 상황을 진행시키면 되고,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사실 계획형 인간이라는 것에 약간의 자부심도 있었다. 내가 하루하루 더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바로 이 J성향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나의 성향이 가족을 이루었을 때, 특히 엄마가 되었을 때는 달랐다. 아차 하는 순간, 나도 모르는 순간, 나의 삶이 아닌 다른 사람의 생활까지도 계획하고 통제하려는 성향이 발현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P의 성향이 다분한 나의 첫째 아이는 계획을 세우거나 계획에 맞춰서 진행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정리 정돈이 안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숙제는 최대한 미뤘다가 하는 스타일이다. 이런 점이 나를 굉장히 힘들게 하고 그래서 많이 간섭하고 통제하게 된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든 유연하게 대처할 줄 알고 자유로운 상황 속에서 창의적인 생각이 돋보이고 위트도 있는 자유로운 영혼의 아이이다. 나와 너무도 달라서 단점이 많이 보였는데, 오히려 나처럼 스트레스받지 않아 오히려 엄마의 마음이 놓이게 하기도 한다.


J의 성향이 나와 똑같은 둘째 아이는 먼저 쉬거나 놀고 숙제를 나중에 하는 반대의 상황을 못 견뎌한다. 유치원 때부터 다음날 준비물은 자기가 알아서 챙겼는데 혹시 그걸 챙기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굉장히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받아한다.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잘하는 아이라 기특하고 특별하게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아이라 부러움을 살만한 모범생 스타일이지만 나처럼 바뀌는 상황에 극도로 민감하고 스스로에게 높은 기준을 세워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를 볼 때 안쓰럽고 걱정이 된다.


엄마이며 어른인 나 역시 “괜찮아.”만으로는 정말 괜찮은 상황을 만들기 어려울 때가 있고, 스스로의 통제 영역이 많기 때문에 긴장감을 풀거나 압박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파워 J엄마인 나는 이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첫째 아이에게 필요한 자립성과 자율성도
둘째 아이에게 필요한 유연성과 의연함도
관심과 사랑과 믿음 속에서
자란다고 생각하며
오늘도 노력하는 수밖에는…




솔직하게 고백할게.
엄마도 사실 어떤 것이 맞는지 잘 몰라.
대부분의 일에는 답이 없는 것 같아.
답을 찾았지만 바뀌기도 하고…

어떤 순간은 지금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 후회 없이 즐기며 사는 것이 최고의 행복인 것 같고, 어떤 순간은 미래의 꿈을 위해 계획을 세우고 최선을 다해 충실한 하루는 보내는 것이 최고의 행복인 것 같기도 해.
이 모든 고민들과 노력들이 모여
아마도 작은 행복을 만들고,
그리고 그 작은 행복들이 모여
우리는 큰 행복을 향해 나아가고 있지 않을까?




J와 P 따위는 사실 중요치 않아.
있는 그대로의 너희를 이해하고
인정하려고 노력할 테니…
나와 너희들이 행복한 매 순간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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