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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지 Jul 10. 2023

그때와 지금의 우리

풋풋함과 설렘을 대신한 포근함과 편안함


 볼링장에 들어서자 시끌시끌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나와 남편은 볼링장이 꽤나 오랜만이었고, 딸아이 둘은 난생처음 볼링장을 가 본 날이었다. 하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타이밍에 수십 명의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우리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알고 보니 우리를 쳐다본 것이 아니라 시상식 사회자의 위치가 엘리베이터 문 쪽이었을 뿐인데, 심한 오해(요즘 볼링장은 사람들이 오면 환영인사를 격하게 해 주나 했다)를 한 우리는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른 채 당황한 모습으로 볼링장에 발을 내디뎠다. 익숙한 이름의 볼링 동아리 티셔츠를 입은 동아리 모임이었다.


 벌써 20년도 더 된 일이 되었다. 남편을 처음 만난 것이. 우리는 볼링 동아리에서 선후배로 만났다. 볼링 동아리는 우리를 연결해 준 곳이며, 대학 생활의 대부분이 담겨 있었고, 소소한 추억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흑역사의 지분을 더 많이 남기게 된 그런 곳이다. 아이들에게 저기 저사람들 동아리가 엄마 아빠가 만났던 동아리였다고 상기된 얼굴로 설명했지만, 아이들은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기 힘든 눈치였다. 동아리 티셔츠도 변함없이 20년 전과 같은 모습이라니. 짧은 시간의 스침이었지만 반가웠고, 몽글몽글 그 시절의 추억이 되살아났다.


 그들 눈에는 이제 아이들의 엄마 아빠가 된 중년의 우리들도, 그렇게 풋풋한 시절이 있었다. 사실 그때 그 시절부터 함께 한 우리는 20여 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을 많이 잊고 산다. 때로는 아직도 그런 청춘인 것만 같고, 때로는 덧없이 흘러버린 시간을 실감하며 놀라기도 한다. 드라마를 보다가 설렘에 콩닥콩닥하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남편에게 ‘나한테는 왜 이제 설레어하지 않아? 하고 투정을 부린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설렘이 아닌 다른 감정들이 그 자리를 대체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서로에게 여전히 풋풋함과 설렘을 바란다면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해 실망하는 순간이 더 많아질지 모른다. 만난 지 20여 년이 지난 우리, 설렘의 반대는 설레지 않음이나 지루함이 아니다. 풋풋함과 설렘을 대신해 자리 잡은, 포근함과 편안함이 주는 행복을... 오늘도 놓치지 말아야지. 

(가끔 남편이 맛있는 거 사준다고 만나러 나갈 때 설레기도 한다 그런데 친구가 맛있는 거 사준다고 나갈 때도 설렌다^^)


아이들의 첫 볼링 그 후

닌텐도 스포츠로 볼링을 쳐본 우리 아이들은 마치 ‘볼링을 글로 배웠어요(영상으로 배웠어요)’를 몸소 경험하게 되었다. 닌텐도로는 꽤나 상위권의 실력을 자랑하던 볼링 선수들이 막상 무거운 볼을 들고 볼링을 치려니 내 맘대로 되지 않아서 결국 치는 내내 볼링핀 하나를 맞추지 못하고 '나는 오늘 처음 치는 거예요'라고 점수로 말하며 눈물로 볼링 게임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맘만 먹으면 뭐든 중간 이상은 해내는 둘째가 처음으로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있다’를 배운 날이었다. 엄마 아빠의 시점으로는 참으로 안쓰럽지만, 좋은 경험이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주니야. 엄마가 살아보니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은 것들이 있어,
아니 참으로 많아.
그래도 계속해보는 거야,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던 많은 것들이
나를 성장하게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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