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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지 Aug 09. 2023

일상으로부터의 탈출_여행의 이유

다시 찾은 일상의 소중함_역시 여행의 이유

내가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두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늘 현재를 살아가지만 과거와 미래에 대한 후회와 불안으로 가득하고 이런저런 걱정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여행에서는 오직 현재만이 중요하고 의미를 가지게 된다. <여행의 이유>
여행 후 다시 뒤적거려보는 <여행의 이유_김영하>

일상으로부터의 탈출

 여행을 다녀왔다. 부산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와도 될 정도의 긴 여정이었음에도 막상 돌아올 때가 되니 여행의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졌다.

 부산으로의 여행은 개인적으로 3번째였는데, 첫 번째는 겨울이었다. 화려한 야경과 차갑지만 상쾌한 바닷바람이 우리를 반겼지만 둘째 아이가 갑작스레 아데노 바이러스의 침투에 눈을 못 뜨게 되어 부산에서 유명한 성모안과(강력 추천)만 다니다가 돌아왔다. 치료를 잘 받으라고 그때 부산에 내려보냈나 싶을 정도로 성모 안과에서는 시력에 영향을 줄뻔한 아이의 눈을 감사하게도 용하게 살려냈다.

 두 번째는 난생처음, 아이들을 남편에게 맡기고 친구들과 여행을 간다고 마구 설레서 간 부산여행이었는데, 1박 2일 짧고 굵은 일정에 잘 못 먹는 곰장어나 회 같은 날것들로만 뱃속에 신이 나게 넣어주다가 극심한 장염으로 배을 움켜잡고 상경했다.

 세 번째인 이번은 어떤 부산 여행일지 기대 반 걱정반으로 시작한, 그런 여행이었다.

 


탈출과 그리움의 사이

 날씨가 너무 더웠고, 남편은 해야 할 업무도 있었고, 늘 그러듯 저질 체력의 몸은 첫날부터 지침모드였다. 가는 곳마다 예쁘고 좋았지만, 다시 꼭 오고 싶은 그런 여행지는 마음에 남기지 못했다. 그래서 남편과 나는 ‘여행은 좋았지만 부산이라는 여행지에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라는 같은 마음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에게 물었다.


“부산 여행에서 어떤 음식이 가장 맛있었어?” “부산 여행에서 어디가 제일 좋았어?”

“하나만? 루지도 좋았고, 시장도 재미있었고, 런닝맨도 좋았는데, 아쿠아리움도 재미있었고, 아 맞다. 수영장도 좋았네.” “부산 사람들이 쓰는 사투리도 재미있었어.” “우리 동네랑 비슷해 보이는 곳도 많아서 신기했어.”

 아이들은 좋았던 여행지와 음식들을 앞다투어 말했고,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며 고민하는 모습도 보였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너무 닫힌 마음으로 여행을 한 것은 아니었나, 지금 이 순간을 즐길 마음으로 여행을 떠난 것이 맞았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여행지와 상관없이 여행은 늘 좋다. 해야 할 일들이 가득한 집이 아닌 호텔에서, 지금 우리의 현재를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순간들이기 때문이다. 김영하 작가도 ‘모든 여행은 끝나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게 무엇이었는지를 알게 된다.’고 했다. 아직은 힐링된 마음대신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온 일상과 집이 주는 포근함이 너무도 좋아, 이 여행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난 뒤 다시 하나하나 추억을 꺼내보아야겠다.

 

감천문화마을


일상으로의 복귀

 여행 후 다시 돌아온 집은 여행지에 도착해서 새 숙소에 처음 발을 디딜 때만큼의 희열이 있다. 여행지 숙소에서 주는 새로움과 설렘을 대신해 포근함과 안락함이 주는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잠깐 머무는 호텔에서 우리는 슬픔을 몽땅 흡수한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롭기에 여행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여행에서 돌아온 나는 잔뜩 쌓인 빨랫감과 제자리를 찾아줘야 하는 짐들이 널브러져 있어도 다시 찾은 나의 일상와 안락한 집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며 이 역시 여행의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지금은 그저 슬픔을 몽땅 흡수한 것처럼 보이는 우리의 물건들마저 다정스럽고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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