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모르고 책 쓰기

당장 책을 쓰려는 건 아니고요, 글을 좀 써보려고…

by 윈지

글쓰기 수업인 줄 알고 참여한 책 쓰기 프로젝트는 나를 적잖게 당황시켰다. 언젠가는 나의 이름이 박힌 내 책을 내보고 싶다는 글 쓰는 이들 모두의 로망처럼 나도 그런 작은 소망이 있긴 했지만, 그 순간이 10년? 20년? 후쯤의 멀찍한 어딘가라고 생각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학창 시절 독후감이나 백일장을 제외하고 쓴 글을 내밀어 보라고 한다면 입시나 취업에 필요한 자기소개서 정도였으니, 글쓰기는 너무도 먼발치에 있는 당신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두 달 안에 투고를 할 기획원고를 완성해야 한다는 미션을 제 발로 찾아가 떠안게 된 것이다. 글쓰기와 책 쓰기의 결은 같으면서도 달랐다. 많은 경험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느낀 글쓰기와 책 쓰기의 차이는 이렇다.




- (감히 제가) 뭘 쓸 수 있을까요?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어떤 책을 쓸 것인지 주제를 정하는 일이었다. 글쓰기는 내가 쓰고 싶은 것들을 쓰면 된다. 예를 들면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일은 그날 나의 감정에 충실하게 혹은 있었던 일들 중 참신하면 좋겠지만 참신하지 않은 소재로도 글을 쓸 수 있다. 조회수 역시 많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타인에게 관심을 받지 못하거나 선택되지 않는다고 글쓰기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책 쓰기는 다르다. 내가 쓰는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도 읽고 싶어 해야 한다.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나의 이야기로만 글을 쓴다면 그 이야기가 책으로 만들어지기는 사실상 힘들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궁금해하고 알고 싶은 이야기가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가장 좋은 이야기의 소재는 ‘내가 경험한 이야기’에서 찾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는 이유는 아마도 '도움'이 되어서 일 것이다. 이 '도움'의 종류는 각양각색이다. 감정상의 공감, 위로, 교감, 소통일 수도 있고 이성적인 지식과 교양, 경험과 노하우를 쌓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심신의 안정을 찾는 시간, 누군가에게는 재미와 흥미를 찾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내가 몸소 겪은 이야기를 진심으로 전달할 때 누군가에게 이런 도움을 주는 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 또한 뭘 써야 할지 정말 몇 날 며칠을 종일 고민했다. 보통은 직업의 경력을 살려 전문적인 글을 쓰지만 나는 쥐어짜도 풀어낼 썰이 없는 새내기 교사였고, 엄마로서의 육아 이야기를 쓰자니 전업주부의 경력과 직장맘의 경력이 이도저도 아니게 섞여 엄마로서도 책을 쓰기에는 부족한 것 투성이었다. 그때 나에게 강사님이 전한 방법은 ‘카페에서 누군가에게 한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떠들 수 있는 이야기’를 떠올려 보라는 것이었다. 그 말인즉슨 내가 정말 잘 알고 관심이 있고 좋아하는 이야깃거리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에게는 나의 이 글이 도움이 되고,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이타적인 마음이라면 진심을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나의 도전 이야기를 떠올렸다. 여전히 꿈을 이루고 싶은 엄마, 육아에 지치고 시간도 없지만 그럼에도 나의 도전을 멈추고 싶지 않은 엄마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한 시간이 아니라 두세 시간도 충분히 떠들 수 있는 주제였다.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도 구체적으로 떠올려보았다. 그 청자가 명확한 1인이 될수록 더 분명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줄 요약 :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만한 '나만의 이야기'를 '나눔'의 마음으로 전달하기



사실 이런 주제(카페에 앉아 한 시간 떠들 수 있고 진심을 담아 전달하는 메시지)는 누구든지 하나쯤은 떠올릴 수 있다. 문제는 바로… 그러니까 이 이야기를 지극히 계산적인 출판사가 홍보비 인쇄비를 부담해 가며 나의 이야기에 귀도 기울이고 정성도 기울여 내 이름이 떡하니 박힌 책을 만들도록 투자하게 만들 수 있냐는 것이다.




- 이런 책들은 이미 널리고 널렸는데요?


서점에 가보면 정말 책이 많다. 어떤 책은 서점에 잠깐 나왔다가 스쳐 지나가기도 하고, 서점에 나오지 못한 책도 많다. 우스갯소리지만 설국열차의 열차칸이나 비행기의 좌석에만 등급이 있는 것이 아니더라. 서점의 책들은 철저하게 등급과 서열이 정해져 있는데, 옆면만 보이며 많은 책들 사이를 비집고 나란히 서있는 책(그 와중에 보통 사람들의 눈높이에 진열되어 눈에 잘 띄는 구간에 착석한 아이와 구석 중에서도 땅바닥에 주저앉아야 제목을 읽을 수 있는 책들도 있다) / 떡하니 책 표지 앞면을 보이고 사람들을 올려다보며 누워있는 책 / 그리고 모델이나 된 것 마냥 옆면 앞면 뒷면까지 여러 권을 4D 영상급으로 나란히 전시한 책(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의 영광을 안은 책) 등등......


그 많고 많은 책들 가운데 나의 이야기가 왜 책으로 나와야 하는 것일까? 이미 널리고 널린 이 이야기를 어떻게 다른 색을 입혀 매력적으로 만들 것인가? 주제를 정했다면 내 주제와 관련 기존 책들을 읽어보는 일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작업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내가 공부법에 대한 책을 쓸 것이라면 공부법을 대표하는 책들을 읽어보고 이 책들에서 어떤 점을 참고할 것이고, 또 어떠한 차별점을 둘 것인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나 또한 엄마의 도전과 관련된 무수히 많은 책들을 읽고 참고하고 그 책들에서 참고할 점을 살피고 어떠한 차별점을 두어 어필할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했다. 글쓰기에도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썼던 지난 글(마음의 준비가 안된 자의 출간스토리 1_백만 원의 투자 (brunch.co.kr))에서처럼 많은 돈과 시간의 투자가 필요하다. 이 투자의 시간을 통해 이 이야기가 필요한 이유, 특히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돈을 내고 책을 만들다면야 책이 필요한 당위성은 무시해도 될 문제지만, 나에게 투자를 하는 출판사를 만나려면 나의 이야기가 왜 책으로 쓰여야 하는지 설득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줄 요약 : 널리고 널린 책들부터 살피고 그 널린 책들로부터 차별화될 나의 색을 입히기





너무 뻔한 이야기들을 쓴 것 같아
글을 써 놓고도
발행 버튼을 계속 누르지 못했다.

그런데 가끔은,,
정말 뻔한 이야기를 진심으로 행할 때
기적이 일어나기도 하는 것 같다.
나 역시 널리고 널린 책들을
분석한 데이터
(수 많은 책들의 사진까지 첨부해가며)와
나의 책은 그 책들과
어떤 차이점을 선보일 것인지에 대해서
기획 원고에서 구구절절 설명한 부분이
출간 계약 성사에 큰 몫을 했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뻔하지만 진심으로, 열과 성을 다하는 순간,
모두에게 필요한 순간이지 않을까?

다시 지금 나에게도...




다음 편에서는 목차를 만드는 방법과 출간 기획서를 준비하기 위해 해야 할 일에 대해서 나누어 봐야겠다.

부족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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