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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지 Jul 17. 2023

우리 마음을 움직이는 ‘기대감’

기대했기에 실망한 것이다. 다시금 진심 어린'기대'와 '응원'을…

네이버이미지 _라썸그림일기


 요즘 나는 <악귀>와 <킹 더랜드>를 즐겨보고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2-인도 편>도 열심히 챙겨본다. 새로 읽기 시작한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이라는 책은, 잠깐의 짬을 내서라도 꺼내 읽고 싶어 졌고, 8월 초 여름휴가의 여행 일정 역시 말똥말똥한 눈으로 자세를 고쳐 앉으며 공부하듯 알아보고 또 알아본다.  


공통점이 있다. 모두 기대가 된다는 것이다.

 

 의리를 지키며 보고 있는 몇몇 예능 프로와 얼마 전 읽었던 유명 작가의 스테디셀러 도서는 그들이 매력을 었는지, 내가 매력을 발견하지 못했는지 명확하게 따지기는 힘들지만, 프로그램을 보다가 잠이 들어 버리거나 책을 보다가 꾸벅꾸벅 졸면서 다른 책의 몇십 배 더 긴 시간 붙잡고 있어야 했다. 그 시간은 나에게 유익하고 즐거운 힐링의 시간이라기보다는 한번 맺은 관계(그들은 나를 알리 없지만)에 대한 의리를 지키는 시간이었다.


역시나 공통점이 있다. 모두 기대가 되지 않는다.



 

 잘 나가는 광고들 역시 기대감을 높여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화장품을 쓰면 나도 저렇게 피부가 좋아지고, 이 침대에서 자면 나도 저렇게 싱그러운 아침을 맞이할 것 같다. 그리고 선택으로 이어진다. 기대라는 감정은 이렇게 나, 그리고 우리의 마음과 행동을 움직이는 동력이 된다. 어쩌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의 많은 경우가 이 ‘기대감’에서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기대감이 없다면 마음이 움직이지 않고 그 행동도 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기대’의 이면에는 ‘실망’이라는 녀석이 언제라도 고개를 쳐들어 올릴 요량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자주 당하곤 한다. 잔뜩 기대하고 간 영화의 속편이 전편만 못해 실망을 하기도 하고, 입소문이 자자한 맛집을 찾아가 웨이팅 1시간 후 식사를 했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해 실망을 하기도 한다. 아무런 기대도 없이 갔다면 모두 그만큼 실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큰 기대는 오히려 상실에 가까운 큰 실망을 몰고 오기도 한다.



 

 글을 쓰는 일로 돌아와 생각해 보자.

 글을 쓰는 이유도 기대감 때문이다. 지금 읽고 있는 <불안>이라는 책에서 사람들은 모두 높은 지위를 바라며, 사랑받기 원하고, 남녀 간의, 부자간의 사랑 말고도 세상이 주는 사랑을 굉장히 갈구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대부분 본인이 쓴 글에 대한 관심과 칭찬을 기대하고, 그 기대가 나에게 미치기를, 그리고 내가 인정받기를 바란다.(자신의 성장과 치유를 목적으로 글쓰기를 하는 사람은 대부분에서 제외된다)

 글을 읽는 이유도 기대감 때문이다. 브런치에서는 ‘이 작가는 어떤 글을 썼을까?’ ‘이 제목의 글은 어떤 내용일까?’라는 기대감으로 그 글을 클릭하여 읽기 시작한다. 가끔 ‘이 작가가 쓰는 다음 글은 무슨 내용일까?’라는 생각이 들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구독’ 버튼을 누르게 된다. 책을 읽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책 표지를 보고, 작가를 보고, 목차를 보고,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고 기대감이 생겨서 그 책을 골라서 책을 읽게 된다. 어쩌면 이름난 작가들은 매출에서는 유리한 시작점을 갖는지는 모르겠으나, 평가에서는 불리한 조건으로 시작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김영하 작가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간이 나온다면 기대를 안 하고 그 책을 구입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쉽게 말하면, 내가 그런 책을 썼다면 괴물 신인으로 등극하겠으나, 그들의 경우는 같은 작품으로도 혹평을 받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기대감을 갖게 하는 글’을 쓰고 싶다. 읽고 있으면서 그다음 내용이 궁금하고 그다음 페이지가 궁금하고 결국은 그 결말이 궁금한… ‘기대감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앞으로 또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삶을 살고 싶고 정말 그렇게 해 나가는지… 하지만 그보다 '그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었을 때에도 담담히 받아들이고 또 다른, 그다음의 기대감을 갖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의리를 지키며 보는 예능 프로그램, 책들, 때론 사람들도, 실망했지만, 기대했기에 실망한 것이다. 그러니 그 실망감이 다시 기대감으로 바뀌는 순간을, 열심히 또 응원하며 바라여 본다.

 

빨간머리 앤


나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사람일까?
나의 글은 기대감이 있을까?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그런 빛나는 기대감을 갖고 있는 사람인가?



마지막으로
그런 기대감 속의 실망 역시
담담히 받아들이고
다시 기대감을 갖게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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