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윈지 Aug 18. 2023

나는 또 어떤 '섬'에 꽂히게 될까?

바위‘섬’, 넬의 ‘섬’, 정현종시인의 ‘섬’


어릴 적 이 노래를 자주 흥얼거렸다. 노래방에 가서도 가요들 속에 꼭 끼어서 부르곤 했다.

<바위섬>_강촌사람들
바위섬 너는 내가 미워도
나는 너를 너무 사랑해
다시 태어나지 못해도 너를 사랑해
이제는 갈매기도 떠나고 아무도 없지만
나는 이곳 바위섬에 살고 싶어라

내가 왜 그리 이 노래를 흥얼거렸는지 그 시작점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그 노래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으나, ‘섬’이라는 단어가 나에게 주는 느낌들은 이러했다. 외딴, 드문, 떠나온, 외로운, 적막한, 고요한, 아무도 없는…




성인이 된 나에게 ‘섬’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쓸쓸한 느낌의 단어였다.

 

그런 나에게 ‘섬’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하고 새로운 느낌을 갖게 해 주는 계기가 생겼는데,,  바로 넬이라는 밴드의 <섬>이라는 노래를 듣고 좋아하게 된 그때부터였다.  

남편의 지대한 영향으로 넬의 찐 팬이 되어 대부분의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을 만큼 들었는데, 많은 곡들이 다크함과 우울함의 극치를 달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섬>만큼은 다르다.


넬 <섬>

https://youtu.be/qwSkEhzRBv0


꽤나 조그마한 어쩜 한심할 정도로 볼 품 없는
그저 그런 누추한
하지만 너의 따뜻함이 나를 스치던
네 평 남짓한 공간에서
조용한 웃음과 시선 슬픔을 건네주며
당신은 내게 물었죠 '지금 무슨 생각해'

그냥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단 생각해
현실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정말 너무 완벽해
그래서 제발 내일 따윈 없었으면
좋겠단 생각하고
역시 만나질 수밖에 없었던 거라고
그런 생각해


가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할 때, 정말 이 순간을 기억하고 싶을 때, 이 노래를 떠올리곤 한다.

‘섬’이라는 공간은 지금까지의 내가 생각한 외롭고 쓸쓸한 공간이 아닌 조그마하지만 따스하고, 누추하지만 행복이 깃든 곳일 수도 있다는 생각과 함께…




최근에 좋아하게 된 시가 있는데, 정현종 시인의 <섬>이라는 시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아마도 ‘섬’이라는 단어는 내게 계속해서 의미와 느낌이 변해왔고 또 변할 수도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이 시 안의 ‘섬’은 어떤 섬일까 궁금해진 것도 같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면,

그건 어쩌면 예의와 배려로 지켜지는 안정감 있는 관계의 거리일 수도 있고,

또 어쩌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의도적으로 침범하지 않는 경계선일수도 있고,

아님 어쩌면 무관심과 소외가 만든 공허함과 외로움이 도사리는 거리감일 수도 있고,

그리고 어쩌면 그 사이 어디쯤 내가 쉬고 싶은 그런 심리적 도피처일 수도 있다는…


결국 ‘섬’이라는 단어는 어느 누구에게나 다른 느낌이고 다른 의미이지 않을까? ‘섬’에 자꾸만 꽂히는 나는 아마도 ‘섬’이라는 단어가 주는 다양한 느낌과 깊이가 계속 궁금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또 어떤 ‘섬’들이 나에게 새로운 느낌을 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