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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지 Sep 13. 2023

그 자리에, 그 시간에..

지구가 태양을 21번 감싸 안는 동안..

 오늘은 우리의 기념일이다. 가수 ‘넬’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구가 태양을 21번 감싸 안는 동안 우리가 함께한 날이고, 우리가 사귀기 시작한 이 계절,,, 가을을 21번째 함께하고 있다. 마치 이 날을 축하라도 하는 듯 라디오에서 성시경의 ‘그 자리에, 그 시간에’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살아가는 순간들 마다 얼마나 많은 일들이
우연이라는 이름에 빛을 잃었는지
믿기 힘든 작은 기적들
그 자리에 그 시간에
꼭 운명처럼 우리는 놓여 있었던 거죠.
스쳐 지나갔다면 다른 곳을 봤다면 만일 누군가 만났더라면 우린 사랑하지 않았을까요.


 대학시절 연합 볼링 동아리에 들어갔다가 청남방 청바지 청모자를 쓴 센스 없는 남자에게 콩깍지가 씌여 첫눈에 반해 사귀게 되었다. 게다가 한 달 뒤 입대를 앞둔 도둑.. 노…ㅁ. 한 달을 일 년 같이 떨어질 새 없이 만났고, 군대생활 2년 2개월(그땐 그랬다)을 곰신으로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나의 중국 유학과 남편의 미국 유학기간이 짧고 짧게 있었지만, 그래서인지 우리는 항상 애틋했다. 애틋해서 허구언날 싸웠고 그렇게 10년 연애를 채우고 결혼을 했다.


이 계절이 되면 나도 남편도 감성에 젖어들곤 한다. (이성적인 나보다 남편이 훨씬 그렇지만…)

그런 남편이 카스에 적었던 시를 올려본다.(허락 없이.. 니껀내꺼 내꺼도내꺼… 우리 집 애들도 아는 우리 집 구호…)


 지금까지 오면서 작은 수백 번(수천번일지도)의 헤어짐의 기로에 섰었고, 몇 차례의 큰 고비가 있었지만, 성시경의 노래 가사처럼 그 자리에 그 시간에 꼭 운명처럼 우리는 놓여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이런 기념일을 빌어 마음을 전해본다.


그 자리에, 그 시간에 늘 있어줘서 고맙… 다…

(속마음은 고맙…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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