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윈지 Oct 16. 2023

한쪽 눈으로 락페 관람하기

세종보헤미안락페스티벌_ 세종중앙공원_NELL

아이 눈이 아팠다면 락페 관람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을까??

내 눈 실핏줄이 터져 흰자가 빨갛게 물든 것쯤이야.. 비가 내리고 천둥 번개 치는 것쯤이야… 바람 불어 추운 것쯤이야….


우비 입고 핫팩 들고 핏줄 터진 눈 감고 한쪽 눈으로 들고뛴, 이 구역의 진정한 락덕은 바로 나!! 




 우리가 세종시까지 가서 락페에 참여하는 이유는 단 하나, NELL의 팬이기 때문이다. 남편이 좋아하는 넬의 노래를 함께 듣다 보니 익숙해졌고, 그러다 보니 깊게 이해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찐 팬이 되었다. 우리가 함께한 20년의 세월을 이 밴드도 함께 했기 때문에… 그래서 좋아했고, 좋아하고, 앞으로도 좋아할 것 같다.

올해 우비입고 핫팩들고 그래도 신나!!

 

 세종시 보헤미안 락페스티벌은 세종중앙공원에서 세종시 주관 하에 작년부터 개최되었다. 작년 10월 12일, 낮은 따스한 햇살이 있고, 밤은 시원한 바람이 있는… 그런 최고의 날씨였다. 좋은 날씨 덕분에 우리는 누구보다 신나게 공연을 즐겼고 아이들이 너무 행복해하고 좋아해 주어 그때를 생각하면 마음이 붕붕 날아오르는 듯 들뜨곤 했다. 이런 좋은 공연을 무료로 즐기게 해 주다니… 세종시에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2022 세종시 보헤미안 락페스티벌

 올 해는 1인 2만 원 티켓을 구매해야 입장이 가능했다. 무료였으면 좋았겠지만 2만 원도 감사한 마음이었다. 혹여나 예산 문제로 이런 좋은 공연을 못 보면 안 되니까, 미약하게나마 보탬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도 들었다. 한 달 전부터 예매를 해놓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일기예보에서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린다고 했다. 그런 날씨에 뻥뚤린 잔디 광장에서 대기시간 2시간 공연 5시간을 관람하는 것이 가능할까? 그것도 아이들을 데리고? 너무 걱정이 되었다.




 걱정을 안고 3시간이 걸려서 도착한 세종중앙공원, 2시 입장이지만 1시경 도착한 우리도 한 100번째 줄을 선 거 같다. 날씨가 생각보다 쾌청해 신이 났다. 2시에 입장한 우리는 스탠딩 존(그들의 체력에 경이를 표한다), 그라운드 존(돗자리 이용), 체어 존(캠핑의자, 돗자리 사용가능) 중 체어 존에 캠핑의자와 돗자리를 함께 펼쳐 앉았다. 2시에 입장하여 4시 공연시작, 우리가 기다리는 넬은 8시 20분 등장, 기나긴 여정이었다. 대기 시간 동안 피자도 배달시켜 먹고 사진도 찍고 즐기고 있었다.  

 

이때까지는 해가 있었는데..냅다 누워 얼굴가린 꼬맹이들


 공연이 시작할 무렵 날씨가 스산해지더니 추워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눈이 뻐근하게 아프다. 남편과 딸아이가 내 눈을 보더니 깜짝 놀란다. 눈에 실핏줄이 터져본 것은 처음이 아니었지만 이렇게 흰자가 빨갛게 잔뜩 물들 정도로 터진 것은 처음이었다. 저질체력,, 정말 어디 안 간다ㅠㅠ 눈이 점점 더 아파온다. 몸은 춥고 눈은 아프고 설상가상으로 공연 중간 비가 오기 시작한다. 집에 가고 싶다. 눕고 싶다. 어떻게 온 공연인데… 약국에서 사다 준 안약으로 임시처치를 하고 양말서랍, 보수동쿨러, 김뜻돌, 넉살*까데호, 쏜애플 거의 눈을 감고(눈 감고 있어 미안했지만, 잔 건 아니었어요..) 공연을 듣다가… 넬이 나오는 시간에 맞춰 스탠딩 존으로 이동했다. 다행히 비는 그쳤다.

똥손 어디 안간다;; 요리만큼 재능없는 사진찍기

“여기 서있다가 너무 힘들면 다시 의자로 가서 앉아있을게.”

 과연 나는 어찌했을까? 넬의 앵콜곡이 끝날 때까지 한 시간 반정도의 시간 동안 아이 손을 잡고 방방 뛰었다. 한쪽 눈만 뜬 채로;; (돌아오는 차에서 그야말로 떡실신)


 아이들이 락페스티벌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다. 연령제한이 있거나, 비싼 금액을 줘야 하거나, 체력적으로 힘들거나, 흥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세종시 락페는 분위기가 좀 다르다. 우리 아이들 말고 다른 아이들도 꽤나 볼 수 있다. 돗자리를 깔고 맛난 음식을 먹으며 노래를 즐기는 것인지 분위기를 즐기는 것인지 모르지만 어른들 못지않게 신이 나서 춤도 추고 들썩인다.


 우리 아이들은 넬의 <기억을 걷는 시간>을 부를 때는 휴대폰 손전등을 켜서 함께 흔들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오션오브라이트는 사람들과 함께 박자에 맞추어 손뼉 치고 뛰어야 하는 타이밍도 안다. 콘서트 조기교육의 효과인가;;


 아이들의 마음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우리 아이들도 그곳에서 함께 먹는 음식, 즐거운 분위기, 엄마와 아빠의 들뜬 표정 그 모든 순간을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 부부는 우리보다 신나게 즐기는 아이들에게 고맙고 감동한다.


 하늘 높이 쉴 새 없이 방방거리는 아이들의 모습, 기타리스트를 따라 몸을 꺾어가며 온몸으로 립싱크하는 모습, 작은 두 손을 모아 박수를 치고 작은 입으로 질세라 함성을 지르는 모습, 휴대폰 손전등을 켜서 함께 흔들며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 아이들의 이런 모습이 비 오고 춥고 한쪽 눈으로 관람했던 공연이란 기억을 덮어버리고 또 오고 싶은 10월 어느 날의 공연으로 기억하게 해 줄 것 같다.


엄마, 락 페스티벌을 한국어로 하면 뭐게?

어… 글쎄…?

돌 잔치!!


아하~~

누가 뭐래도 우리는 “돌잔치”에 진심이었네~~

내년에도 돌잔치 꼭 부탁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