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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지 Sep 08. 2023

글을 쓰는 우리가 이 시대의 지킴이

그럼에도, 계속 쓰세요.

 지역에서 개최하는 작은 문예공모전에서 입상을 했다. 동네에 포스터가 붙었고 오가다 한 번 응모해 볼까 하다가 시와 수필 두 부문 중에 시간이 짧게 걸리는 시 부문으로 참가하게 되었다. 심사 기간이 지나 연락이 왔다. 수상작이 되었고 시상식이 있으니 참석하라고…


 개인적인 짧은 생각으로는 규모가 큰 대회도 아니니 입상을 하게 된 것도 별 것 아니라 생각했다. 그래서 너무 내추럴한 자연인의 모습으로 혼자 시상식에 참석했다.


 시상식장에 도착해서 깜짝 놀랐다. 규모가 크지 않은 대회라 시상식의 규모도 크지 않았다(이 역시 개인적인 느낌). 그런데 그곳에 참석한 사람들의 마음은 그렇지 않아 보였다. 심사위원들도 복장이며 연설을 성의껏 준비해 오셨고, 수상자들도 예쁘고 멋진 정장 느낌의 옷을 차려입고 사진을 찍어 줄 가족들과 꽃다발까지 준비를 해서 참석했다. 모두가 깔끔하고 멋들어진 진정한 작가님들 같아 보였다. 


 갑자기 그곳에 앉아있기가 많이 민망해졌다. 준비가 없었던 내 차림새만큼이나 부족했던 이 시상식에 참여하는 내 태도와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런 마음이 들킬까 봐 경건한 마음으로 심사위원들의 소감을 최선을 다해 경청했다. 작품들에 대한 심사평도 있었고, 문학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도 있었고, 축하의 인사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말은 이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시를 쓰고, 소설을 쓰고, 수필을 쓰는… 여러분…

이렇게 문학하는 사람은 이 시대의 지킴이이며 귀하고 귀한 사람입니다.”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글을 쓰는 내 주변의 많은 작가님들이 대단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이 시대의 지킴이… 이런 사명감이나 책임감은 생각조차도 안 해봤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정말 그렇다. 화려한 영상과 콘텐츠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매일매일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이 쓸 수 있는,,, 알고 생각하고 느끼고 경험한 모든 것들을 글 속에 녹여내는 우리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의도하건 의도치 않았건 영향을 주고받으며 열심히 묵묵히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뭔가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은 느낌이었다.  


두 번째는

“그럼에도, 계속 쓰세요.”

그럼에도…라는 상황은 무수히 많다.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른다. 타의적일 수도 자의적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정말 그럼에도…


 나는 항상 쓰는 게 쉽지 않고, 쓰는 걸 내놓는 것은 더 쉽지 않다. 그래서 나의 글쓰기는 여전히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쓰는 과정에서 고민하고 방황하고 이리 수없이 흔들리면서 어쩌면 이러다 단단해지고 어쩌면 그러다 점프도 하고... 그런 순간이 있을 거라 믿고 쓴다. 또 쓰고 계속 쓴다. 이렇게… 계속… 그랬으면 좋겠다. 나뿐 아니라 글을 쓰는 우리 모두가…



이제 나도 시인인건가?^^

(소심한 자랑질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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