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만 나면 흔들리는 엄마 멘탈 관리법 1

엄마의 멘탈을 흔드는 것도 가족, 엄마가 멘탈을 붙잡게 하는 것도 가족

by 윈지

학창 시절 굉장히 좋아했던 노래 가사인데

지금 보면 참 잔인한 가사 말인 것 같아요.

‘시작해버렸으니,

창피하게 멈춰 설 수 없으니,

할 수 없다.

그래도 달려야 한다.’

라고 말하고 있는 거잖아요.


달리기를 하다가 그만두고 싶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죠?

정말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힘들어서,

끝이 보이지 않는 두려움에,

주위를 둘러봐도 아무도 없고 혼자인 것이 외로워서,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따라잡을 수 없는 앞사람들의 뒷모습에 포기하고 싶어서,

혹은 그냥 갑자기 덜컥 잘하고 있는 것인가 겁이 날 때도 있겠지요.



엄마였던 제가 임용고시 공부를 하는 상황은 어땠을까요?

말하지 않아도 예상이 되시지요?

하루하루가 전투 모드였습니다.

일도 해야 하고, 육아도 해야 하고, 공부도 해야 했었죠.

물론 누가 시키지 않죠.

그러니 언제든지 그만두고 싶으면 그만둘 수도 있었고요.

내가 공부를 그만둔다고 해도 아무도 뭐라 했을 리 없어요.

오히려 엄마가 공부하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라고,

어쩔 수 없는 거라고 말해주었겠죠.

그런데 엄마의 시작은 오히려 멈춰 서기가 힘들었어요.

학창 시절의 계획과 시작은 가벼운 마음으로 멈추고 다시 갈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엄마의 계획과 시작은

이미 그에 상응하는 많은 대가를 지불했고,

생각보다 많은 부담을 안고 있었고,

이미 돌아가기엔 내가 더욱 초라해질 것 같은

(사실 지금 생각하면 그것 또한 저만의 자격지심이긴 했지요) 상태였거든요.


하지 말라는 사람도 없지만 하라는 사람도 없고,

못한다고 꾸짖는 사람도 없지만

잘한다고 칭찬해주는 사람도 없지요.

칭찬이나 대가를 바라고 시작한 일은 아니지만,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고 잘하고 있다는 피드백이 늘 고프잖아요.

그런데 애썼다는 칭찬은커녕,

마음과 머리를 뒤흔드는 일들은 시시각각 생겨납니다.


엄마의 새로운 도전, 엄마의 공부,

다 잘하고 싶은데 어느 하나 쉽지 않았어요.

눈물도 나고, 포기하고도 싶었죠.

그때그때 제가 썼던 멘탈 관리법,

사실 관리라기보다는 부여잡기가 더 가깝겠네요.

그 방법을 소개해 볼게요.




엄마의 멘탈을 흔드는 것도 가족, 엄마가 멘탈을 붙잡게 하는 것도 가족.


“엄마, 곰부(공부) 열심히 하고 와”

엄마가 공부를 하러 가면

함께 책 읽고 웃으며 놀아줄 시간이 없어진다는 걸 알면서도,

아직 ‘공부’라는 단어의 발음이 어려운 네 살 주니는

저보다 의젓합니다.

아주 씩씩하게 응원해주며 언니와 함께 구호도 외쳐주지요.

“오늘도 씩씩하게, 오늘도 용감하게 파이팅! 파이팅!”

이런 응원을 듣고 집을 나서노라면 힘이 나야 되는데

오히려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나 정말 잘하고 있는 걸까?’,

‘나의 이기심 때문에 아이가 느끼는 엄마의 빈자리는 내 상상보다 크진 않을까?’,

‘지금 이 시간들이 나에게 과연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이런 생각들이 생각의 꼬리를 물다가

한 번은 ‘섬집 아기’ 노래 가사말까지 오게 되었어요.

엄마가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잠이 들고,

엄마는 다 못 찬 굴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모랫길을 달려 돌아온다는 가사이지요.

예전에는 이 노래에서

혼자 스르르 잠든 가엾은 아기만 보였었죠.

하지만 어느 순간 엄마가 보이더라고요.

아기를 혼자 두고 나가야만 했던,

그렇지만 일을 다 마치지도 못한 채

달려 돌아와야만 했던, 엄마.

그 엄마의 마음이 너무도 잘 헤아려지는

하루하루였습니다.



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속의

정신보건 간호사 남주리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내 주변을 행복하게 만들려면 나 자신부터 행복해야 해요,
이기적인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너무 힘들면 그냥 본인 행복만 생각해도 괜찮아요.”

공부하는 동안 항상 나의 빈자리를 느낄 아이들과 가족에게 미안했어요.

하지만 미안한 마음으로는

어떤 시작도 힘을 낼 수 없다는 것과

마음이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가득 차면

그 어떤 것도 채울 공간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너무 힘들 때는 나를 먼저,

너무 마음이 흔들릴 때도 나의 행복을 먼저

생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고,

나를 위해 쓰는 시간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껴보았어요.

다른 무엇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우선으로 생각했고요.

아이들의 미래보다

나의 미래를 그리며 나의 행복을 먼저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래도 괜찮은 거잖아요.

엄마인 내가 행복해야

아이도 우리 가족 모두도 행복할 수 있는 건 확실한 사실이니까요.


그렇게 미안함을 덜어놓고 나면

다시 멘탈을 부여잡고

지속해 나갈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엄마를 씩씩하게 응원하는 아이들이 있어서,

아내의 꿈을 자신의 꿈처럼 소중히 여겨주고 엄마 역할까지 노력하는 남편이 있어서,

그리고 이런 우리를 위해 늘 버팀목이 되어주시는 시댁, 친정 부모님이 계셔서

늘 감사하고 힘이 났었던 것 같아요.


가족들의 기대는 나에게 부담이 될 수 있지요.

하지만 이렇게 오롯이 나의 편이 되어주는

가족들의 무한한 지지와 사랑은

내가 새롭게 꿈꾸고 도전하지 않았더라면

느낄 수 없었던 것들이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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