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엄마가 하고 싶은 걸 다 하면서 살아?
이효리의 부캐 린다 G를 보면서 신나게 한바탕 웃고 나면, 뭔가 더 큰 공허함이 찾아오죠.
이효리가 제주댁 본캐도 린다 G 부캐도 멋지게 성공시킨 것처럼 모두 잘 해내고 싶은데,
초등 엄마, 주말부부 아내, 신규교사, 딸, 며느리
정말 어느 역할 하나 쉽지 않아요.
아이들 보기도 바쁠 텐데 뭘 이렇게 많이 벌여놓았느냐고 물으신다면야
할 말이 없어지지만,
엄마도 나로 살아갈 자격이 있는 거잖아요.
엄마도 부캐 몇 개쯤은 욕심내도 괜찮은 거 아닌가요?
‘놀면 뭐하니?’라는 예능 프로를 보면서 누구보다 부캐를 꿈꾸는 사람들이 바로 엄마들이 아닐까 싶었어요.
어떻게 엄마가 하고 싶은 걸 다 하면서 살아?
얼마 전 통계청에서 작성한 ‘경단녀’에 관한 기사를 보게 되었어요.
2019년 4월 기준 15~54세 기혼여성은 884만 4천 명, 그중 비취업 여성은 336만 6천 명,
이 중 경력단절 여성은 169만 9천 명. 경력단절 여성이 직장(일)을 그만둔 사유는
육아(38.2%), 결혼(30.7%), 임신·출산(22.6%), 가족 돌봄(4.4%), 자녀교육(4.1%) 순.
‘경단녀’,
그녀들의 또 다른 이름은 얼마 전 개봉했던 영화 속 주인공 ‘82년생 김지영’이래요.
결혼하고 아이를 낳더라도 잘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었었죠.
하지만 이제는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이기에
자신의 이름을 잃어가는 것조차 마다하지 않는
‘OO이 엄마’가 되었던 것이지요.
그녀들의 삶은 실로 위대합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도 아깝지 않은 아이를 위한 선택이고,
박수받아 마땅하지요.
아이들과 시간을 더 보내고 싶다면,
그리고 그것이 본인의 의지이고 선택이라면
당연히 일을 덜하거나 안 하면 그만이지요.
이런 말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지금이 가장 예쁠 때다.”,
“시간 금방 간다, 품 안에 자식이라고
내 품에서 떠나면 지금 예쁜 모습 기억하며 평생을 부모로 사는 거다.”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때가 그렇게 길지 않다고 하니까요.
물론 이런 말을 들을 때면 저도 마음이 마구 흔들리곤 합니다.
‘아이들이 나를 필요로 하는 지금 더 많은 시간을 보내 주어야 하나?’라고 말이죠.
그렇지만 엄마라고 하고 싶은 것이 없고,
꿈이 없는 건 아니잖아요.
하고 있는 일을 멈추라고 말할 수 있는 권리 또한 누구에게도 없는 거잖아요.
부캐를 꿈꾼다면 언제든지 응원해 줄 수 있는 거 아닐까요?
그렇다고 해서 본캐를 망각하거나 소홀히 할 엄마들은 없을 테니까요.
자유분방한 저의 친구 하나는 아이가 아직 어립니다.
손이 많이 갈 나이지만 남편과 함께 분담해서 ‘나만을 위한 시간’을 즐길 줄 아는 친구이지요.
운동도 하고, 하고 싶은 공부도 하고,
친구들과 만나고 엄마로서의 제약이 없어 보이거든요.
친구지만 ‘아이들이 걱정 안 되나?’,
‘참 대단하다.’ 싶다가도
‘저렇게 나를 위한 시간이 있어야 아이들한테도 더 잘해줄 수 있을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좋고 나쁜지
어느 누구도 이야기할 수 없을 거예요.
하지만 엄마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희생해야만 한다는 생각,
엄마가 어떻게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하고 살 수 있냐는 관념은
이제 그만 날려버리기로 해요.
‘누구의 아내이자 누구의 엄마로 살고 있는 경단녀’들에게도
이렇게 출구를 함께 찾자고, 단념하지 말고 도전하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으니 말이죠.
다 잘하고 싶지만, 다 잘할 순 없더라.
저는 6살 9살 두 딸아이의 엄마이지요.
아직은 많은 부분에서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나이라는 것도 잘 압니다.
저 역시 매일 육아, 자녀 교육 책을 뒤적이고,
영상을 시청하며 아이들의 하루하루와 미래를 고민하고 있어요.
엄마를 공부 중인 엄마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와중에 공부를 해서 임용고시에 도전했고,
지금은 이렇게 글을 쓴답시고 앉아있네요.
제가 뒤적거리는 책이나 영상 속의 주인공 중에는
본인을 잃지 않으며 아이도 아주 훌륭하게 잘 키운 분들이 참 많아요.
어쩜 이렇게 인간미가 없는지, 다들 빈틈이 없습니다.
그에 비하면 저는 참 인간미가 넘치죠.
뭔가 하나를 하면, 다른 것은 구멍이 숭숭 생기니까요.
엄마 노릇을 잘해볼라치면
일에 구멍이 숭숭, 딸 노릇은 엉망이 되고,
일이나 공부를 좀 열심히 해볼라치면
자연스레 빵점 엄마가 되어버리니까요.
엄마가 엄마로서의 시간이 아닌 다른 것에 시간을 보낼 때,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면
아이가 필요할 때 곁에 있어주지 못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지요.
이럴 때면 내 계획대로 척척 되었으면 좋겠는데
아이들은 절대 내 상황을 봐주지 않지요.
오히려 절대 내가 계획한 대로 자라지 않으니까요.
잘 안 먹고,
잘 안 자고,
잘 아프고
이런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 커지게 될수록
좌절감이 커지고
급기야 우울증까지 생기게 됩니다.
나의 불안과 불만과 불행은 아이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고,
나는 잘하려고 할수록 작아지는 엄마가 되곤 합니다.
엄마 노릇, 아내 노릇, 딸 노릇, 며느리 노릇,
여기에 일까지 얹게 되면
어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나를 발견하고는 쉽게 무기력해지지요.
그래도 참 위안이 되는 건,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렇다는 거고,
그런 동지가 있다는 것에 서로 공감이 되고 위안을 받는다는 사실이지요.
모두를 다 잘하고 싶지만, 모두를 다 잘할 수도 없고,
모두를 잘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깨달아 가는 순간들입니다.
그저 오늘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나하나를 노력해 가며
나의 열정이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전해지길 바라는 일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