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으면 해 봐’에 대한 다양한 해석

이렇게까지 찌질하게 고찰할 일인가 싶지만은

by 윈지

친구야, 나 임용고시 도전해보려고.”

“그래, 하고 싶으면 해 봐.”

(응원하긴 한다만, 할 수 있겠어?)


엄마, 나 임용고시 도전해보려고.”

“그래, 하고 싶으면 해 봐.”

(힘들 것 같은데, 하고 싶은 건 하고 살아야지)


여보, 나 임용고시 도전해보려고.”

“그래, 하고 싶으면 해 봐.”

(어려울 것 같은데, 하고 싶은 거 말리면 화낼 거잖아)


, 엄마 임용고시 도전해보려고.”

“그래, 근데 그거 하면 뭐 주는데?”

(좋은 거야? 맛있는 거 줘?)




자신감의 차이 = 해석의 차이


물론 엄청난 환호와 박수갈채를 기대한 건 아니었어요.

저도 양심은 있거든요.

내가 무언가에 도전하겠다는 것은

다른 가족들의 양보와 희생이 요구되고

어쩌면 선언이 아닌 부탁을 해야 되는 상황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정말 엄청나게 고민하고

최대한의 용기를 내어 내린 결정인데

“하고 싶으면 해 봐.”가 끝이라니.


저는 그때부터 이 말의 뜻을 엄청나게 열심히 해석하기 시작했지요.


“해서 되겠니? 어디 한번 해보든가.”

“꼭 해야 되겠니? 그렇다면 말릴 순 없지.”

“하고 싶다는 얘기가 나오니? 소는 누가 키우고, 애는 누가 보라고.”

눈덩이 굴리듯 생각을 굴리면

“하고 싶으면 해 봐.”

라는 간단한 문장도

아주 색다른 해석이 가능하지요.


분명해보라고 했는데

하지 말라는 얘기처럼 들리는

마법 같은 일이 펼쳐지니까요.

왜 그랬을까요?

말투가 부정적이었을까요?

대화의 맥락을 잘라먹어서 일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정말 잘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나조차도 내가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데

다른 사람의 대답이

응원이나 지지로 들릴 리가 없었겠죠.


만약 그때 ‘난 정말 해낼 수 있어.’라고 생각했더라면

아마도 이렇게 답할 수 있었을 거예요.

“하고 싶으면 해 봐.”
“고마워, 응원해줘서.”




근데, 나 정말 해낼 수 있을까?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기에 앞서,

주춤거리며 이런 생각을 하곤 하지요.

“나 정말 해낼 수 있을까?”

제가 대학원을 졸업하던 해의

중국어 교사 임용시험의 경쟁률은 60:1이었습니다.

60명 중에 59명을 제쳐야

그 1인이 될 수 있는 무시무시한 경쟁률이었지요.


시험을 딱 한 번 보고 내 길이 아님을 선언한 이유도

이 경쟁률과 무관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다시 도전하기로 한 임용시험.

경쟁률은 전보다 많이 낮아졌어요.

15:1 정도였죠

(이것도 모두 교직 이수나 교육대학원을 나온 엘리트들의 경쟁이니

허수가 없는 경쟁률이긴 하지요).


하지만 경쟁률보다도 더 많이 달라진 건 저의 상황이었지요.

두 아이의 엄마인 저는

‘저들’과 경쟁을 해야 했습니다.

여기서 ‘저들’이란

막 졸업해서 배운 내용이 아직 머릿속에 꽉 차 있는,

공부시간이 일정량 확보된,

체력 싸움도 나보다 10배 강할 것 같은,

결정적으로 엄마가 아닌,

학생들이었지요.


시작을 마음먹는 것도 힘든 과정이었는데

불쑥불쑥 시도 때도 없이

‘근데, 나 정말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이 의문을 없애고 자신감을 높여가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아도 저에게는 꼭 필요한 시간이었지요.

첫째 채니는 겁이 많아

계단 오르는 것을 참 많이 무서워하는 아이 었어요.

초등학교 1학년, 적응하고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았지만,

채니에게는 가장 어려운 과제가 혼자 계단 오르기였었죠.


계단 앞에서 늘 멈춰서 한참을 주춤거리다가

두 손을 합쳐 네발로 걸어 올라간 적도 많았으니까요.

계단을 오르기 전에 이렇게 생각했겠죠?

‘이 계단을 내가 정말 오를 수 있을까?’


지금 생각해도 엄마로서 참 안쓰러운 순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1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요?

난간을 잡지 않고 오르기도 하고,

뛰어 올라가기도 한답니다.

참으로 많은 발전이지요.

그저 시간이 지나서,

나이를 먹어서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많은 채니의 노력이 숨어있었더랬지요.



작은 성취 조각 모아 자신감 만들기


채니의 계단 오르기 도전과 성공기


1단계 : 옆 사람 손잡고 오르기 성공(드디어 네 발로 오르지 않는다)

2단계 : 난간 잡고 오르기 성공(드디어 옆 사람이 필요하지 않다)

3단계 : 난간 잡지 않고 오르기 성공(드디어 손에 땀이 나지 않는다)


작은 목표를 세우고 하나하나 성취해갑니다.

별거 아닌 도전이지만

한 걸음씩 한 단계씩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모든 계단을 성큼성큼 오르는 경지에 도달하게 되지요.


모든 도전의 시작은 용기가 필요하듯,

모든 도전의 지속은 자기 믿음, 즉 자신감이 필요하지요.


자신감을 쌓아가는 과정의 첫 단계에서

성공이란 거창한 단어를 떠올리지 않으셔도 좋아요.

성취면 충분합니다.

내가 일주일 동안 매일 줄넘기를 하기로 했고,

그것을 지켰을 때의 성취감.

아이에게 일주일 동안 화를 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나서

일주일 화내지 않는 엄마가 되었을 때의 성취감.

정말 얇고 그림이 많은 책이긴 했지만

책 한 권을 다 읽었을 때의 성취감.


이러한 작은 성취감들이 모여서

‘나도 할 수 있어’라는 자기 믿음이 생기고,

이러한 자신감과 자존감이 모여서

‘도전을 지속할 수 있는 나’를 만들고,

결국은 ‘성공하는 나’를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저 또한 그러했지요.


매일 운동 거르지 않기

(맨손 체조도 포함시켜주는 대단한 포용력),

한 달 동안 새벽 5시에 일어나서 공부하기

(책 앞에서 눈만 뜨고 있어도 인정),

매일 아이들 자기 전 책 한 권씩 읽어주기

(엄마인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


이런 작은 성취들을 하나하나 쌓아가다 보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에서

‘나도 할 수 있어.’라는 자신감이 샘솟는 날이 오게 되는 것 같아요.

이런 저의 소소한 변화는

나만 변화시키는 게 아니더라고요.

가족들과 아이들도 엄마의 이런 변화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막연히 힘내라고 보내는 응원이 아닌,

진심으로 믿어주는 응원의 눈빛을 보내기 시작합니다.


‘그래, 너는(엄마는) 할 수 있어.’

오늘도 나는 화려한 조명은 아니지만,
응원의 눈빛이 나를 감싸기에 다시 또 힘을 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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