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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노엘 Jan 17. 2021

새 출발

2021년을 시작하며

시작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묘하게 가슴이 뛴다.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을까?

내가 선택한 것이 옳은 길일까?

또다시 상처 받지는 않을까?     


2020년은 모두가 숨죽이고 가장 낮은 자세로 살 수밖에 없는 한 해였다. 

코로나 상황이 내가 선택한 것은 아니었지만 움츠려있던 날들이 점점 길어지자 슬프고 우울함도 함께 늘어났다. 나름 20년 동안 내가 선택한 일속에서 최선을 다했었고 성과도 있었고 보람도 있었다. 내가 그려가는 내 삶의 모습이 부끄럽지 않았고 당당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무너졌다. 허무하리만큼 주저앉는 나의 삶을 바라보면서 망연자실 두려움이 밀려왔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는 말이 왜 그리 마음에 와 닿았는지 모를 일이었다.  

    

아이들을 좋아하고 배우는 것을 좋아해서 교육 사업을 시작했다.

 늘 어제보다 오늘, 성장하는 삶을 지향하며 긍정의 마인드로 적극적으로 살아왔다. 내 노력으로 모든 것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이 나를 건강하게 살아가게 해 주었다. 하지만 아동인구수의 감소와 코로나 상황이 맞물리면서 상상도 못 했던 상황을 만나고야 말았다. 내 잘못이 아니라고 나를 위로해보았지만 견디고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경제적 손실이 위태로울 만큼 줄어들었지만 유일한 생계수단임을 뻔히 알고 있는 직원들의 인건비를 줄일 수는 없어서 내 월급을 포기하고 그들의 인건비를 악착같이 맞춰주었다. 결국 일 년을 버텨내다가 폐업을 결정했다. 나의 아픔은, 나의 슬픔은, 나의 우울함은 그 누구도 깊이를 헤아리지 못했다. 많이 힘들었다. 운전하다가도 눈물이 흘러 차 안에서 대성통곡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마음이 가라앉을수록 고요하게 떠오르는 생각 하나 가 나를 위로해주고 있음을 느꼈다.


 ‘그래, 그동안 참 열심히 살았어.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노력하고 산 것 인정해. 

하지만 이제는 잠시 쉬어보렴. 네 인생의 안식년이라 생각하고 모든 것 내려놓고 쉬어봐. 봄의 새싹도 겨울의 움츠림 끝에 피어나듯이 너의 겨울도 잘 이겨내면 파란 새싹이 돋아날 거야. 괜찮아. 그래도 돼. 그 누구도 너를 원망하지 않아.’     


새롭게 달력이 바뀌었다. 

2021년이다. 

그리고 나는 54살이 되었다.

인생의 절반을 살아온 나는 다시 꿈틀대는 새싹을 꿈꾸며 언 땅을 묵묵히 밟고 견뎌낼 것이다. 다행히 그동안 고통스럽고 힘들어도 배움과 공부에 대한 투자는 열심히 해온 터라 2월이면 대학원을 졸업한다. 내가 배우고 깨우친 지식들을 내 이웃의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 평생교육원에 강의 개설을 신청했는데 감사하게도 개설 허가를 받았다. 20년 동안 이력서를 받던 위치에서 나의 이력서를 제출하고 기다리는 위치가 되었다. 기분이 묘했다. 


‘이제 다시 시작이야. 가장 낮은 곳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너의 삶을 만들어봐. 너는 할 수 있어. 시작하기에 늦은 때가 어디 있어.’


20년의 경력을 내려놓고 새롭게 시작하는 나의 삶을 응원하고 싶다. 

한걸음의 용기가 열 걸음이 되고 당당히 걸어가다 보면 새로운 내 길 위에서 다시 환하게 웃을 수 있는 날이 분명 올 것이라 간절히 믿고 싶다.

시작은 두렵지만 용기 내어 다시 걸음을 옮겨놓는다. 

한 걸음의 용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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