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 커피를 마시며
이른 아침,
나의 의식을 흔들어 깨우는 커피 향을 한 모금 마신다.
잠에서 서서히 깨어나며 한 권의 책을 조용히 읽는다. 참 행복한 순간이다.
책을 좋아했지만 늘 살아가는 것이 전쟁처럼 바쁘다 보니 읽기 위해 사 모으는 것이 아니라 소장하기 위해 책을 샀던 것 같다. 바라보기만 해도 뿌듯하고 언젠가는 읽게 될 것이라 생각했으니깐. 굳이 끝까지 다 읽지 못하더라도 작가가 책 속에 담고자 했던 의도를 파악하고 단 몇 줄만 읽더라도 공감하는 문장을 찾는다면 책의 값어치를 다 했다고 생각했다. 완독은 못하더라도 짧게 나누어서 독서를 하다 보니 어느 날 내 안에서 올라오는 생각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 생각을 글로 옮겨보고 기록해두고 싶다는 욕망이 생겨난 것이다.
욕망, 감사하게도 그것은 내 삶의 또 다른 에너지가 되었고 나를 움직이게 해 주었다.
학교 다닐 때 글짓기 상을 받을 때에도 주어진 과제였으니깐 열심히 써낸다는 생각으로 글짓기를 했었다.
자발적 글쓰기는 중학교 시절 시작되었다. 친구와 교환일기로 주고받는 글을 쓰면서 소녀감성 가득 담아서 구구절절 향기 있는 글귀들을 담아보려 노력했던 것이 좋은 계기가 되었다. 그 시절 감성이 폭발할 때는 편지지 10장 정도의 글들을 빼곡히 써 내려가는 건 그리 힘든 일이 아니었다. 과제가 아닌 스스로 쓰는 글들이었으니깐. 학교를 떠나고 꿈이 무엇인지 내가 누구인지 무엇 때문에 열심히 살아야만 하는지 본질적인 물음에 답을 찾아볼 시간도 없이 삶의 수레바퀴에 올라서서 멈추지 않기 위해 살아가야만 했었다. 글쓰기는 잊어버리고 수십 년을 살아온 것이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문득 떠올랐다.
열심히는 살았는데 2% 부족함처럼 가슴속에 공허함이 자리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어떻게 해야 내 삶을 평화롭게 할 수 있을까?
내 삶의 가치를 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그럼 내가 무엇을 하면 좋을까?
내 삶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물음표를 던졌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
나도 정답일지 아닐지는 모르지만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가야만 했다. 그리고 잊고 살았던 것 들 중에서 나를 행복하게 해 주었던 것을 떠올리다가 글쓰기를 생각해 냈다. 쉽게 할 수 있는 일이었고 나 혼자만 읽을 수도 있고 또 기회가 된다면 세상에 내 글을 펼쳐 보일 수도 있으니 조금씩 글을 써보자고 마음먹었다. 가볍게 쓰는 일기 정도야 늘 써오던 것이기 때문에 크게 힘든 것은 없었지만 주제를 가지고 간추려진 내용을 쓰는 것은 연습되지 않은 탓에 어렵게 느껴졌다. 욕심을 내기보다는 그날 떠오르는 주제가 있다면 생각이 날아가기 전에 글 속에 담아둔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글을 써 보았다. 그래서 나의 글들은 늘 즉흥적이다. 순간의 느낌을 기록한다. 나에게 생각들이 마구마구 날아오르는 시간은 아침이다. 모닝커피를 한 잔 마시고 한 권의 책을 붙들고 마음에 드는 구간을 읽고 난 뒤 책을 덮고 나서부터 사유가 시작되었다. 사유의 시작은 질문에서부터 출발한다고 했듯이 나는 내게 또 다른 물음표를 던지며 글을 썼다. 내 안에 던져진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머릿속의 생각들이 날아오른다. 그중의 하나를 끄집어내어 글을 쓴다.
비록 지금은 보잘것없는 생각의 기록들이지만 살아 있는 동안 괜찮은 사유의 흔적들을 모은다면 책으로 남겨 보고 싶다. 내 자녀들에게 등기문서나 통장잔고를 물려줄 수는 없지만 부모의 살아온 흔적 중 생각의 흔적을 물려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부모님은 이런 생각들로 고민하며 사셨구나. 그래서 글을 쓰셨구나. 내가 이 땅에 더 이상 없더라도 나의 생각의 흔적을 누군가는 읽고 공감할 것이라 생각하면 묘한 사명감이 생겨나기도 한다.
생각의 흔적을 남겨라.
내가 글을 쓰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