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
이 모든 것은 무의미하다.
더 이상은 견딜 수 없다.
더 앞으로 갈 수 없다.
가고 싶지 않다.
.
이 순간만 넘기면 얼마간은 괜찮으리란 생각으로 견뎠다는 것을. 혼곤한 잠으로 고통을,
치욕마저 지우곤 했다는 것을. 그리고 난 아침 식탁에서 무심코 젓가락으로 자신의 눈을 찌르고 싶어 지거나,
찻 주전자의 끓는 물을 머리에 붓고 싶어 지곤 했다는 것을...
ㅡ 채식주의 <한강> 중
해외생활을 하면서 외로움과 고독에 몸부림치다가 부딪히는 바닥에서 나는 이렇게 몇 번이고 읊조렸다
더 이상 못하겠어
하고 싶지 않아
너무 고통스러워, 미쳐버릴 것만 같아
극복하고 싶지도 않고, 그저 모든 걸 포기하고 돌아가고 싶어.
밤새 배갯잎을 젖시며 울부짖었다.
나아지지 않는 우울함이 분노로 바뀌고 다시 극심하게
우울해지기를 반복할 때쯤, 포기하는 것조차 내려놓아야 했다. 그저 내일은 괜찮아질 거야 잠자고 나면 좀 나아질 거란 생각으로 견뎌야 했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어느 날은 희망이 보였고, 또 다른 날은 더 절망스러웠다.그런 날엔 쉼 없이 그림을 그리며 우울한 생각을 지워나갔고 잠자기 전에는 똑같은 말을 되뇌며 나를 위로해야 했다.
내일은 괜찮아질 거야
내일은 괜찮을 거야
내일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