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오랜 꿈이 있었다
내 이름으로 된 시집을 내는 것.
그 꿈은 내 일상의 틈마다 고요히 말을 걸어왔다.
햇살이 창가에 머무를 때,
바람이 이마를 스칠 때,
그리고 깊은 밤 홀로 깨어 있을 때조차도,
나는 알 수 있었다. 그 속삭임이 내 안에 아주 오래전부터 심겨져 있었음을.
나는 믿는다.
우리 모두의 마음 깊은 곳에는 이미 시가 놓여 있다는 것을.
누군가는 그것을 노래로 부르고, 누군가는 기도로 올리며,
또 누군가는 일상의 짧은 글로 남긴다.
그 표현의 모양은 달라도, 근원은 같다.
보이지 않는 손이 우리 안에 단어와 리듬을 심어두셨기에,
우리는 언젠가 그것을 꺼내어 삶을 기록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쓰일 시들은 전문 문학인의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한 사람의 삶을 통과해 흘러나온 그 조각들을 모아 놓은 기록이다.
나는 시를 쓰지만 동시에 시가 나를 쓴다.
내 삶을 쓴다.
때로는 상처를 어루만지는 손길이 되었고,
때로는 무너진 마음을 일으켜 세우는 기도가 되었다.
시가 나를 치유했듯,
이제는 이 글이 다른 이의 마음에도 닿아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나는 이 자리에 시를 놓아둔다.
그리고 그 옆에는 한 줄의 빈 칸을 남겨둔다.
당신이 직접 적어 내려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당신 또한 스스로 안에 있는 시를 발견하게 되기를.
그 순간, 우리는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는 모두 시인이라는 사실을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