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처럼
나에게도 스무살이 있었다
고향을 떠나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시작했다
일어나서 잠드는 순간까지
내가 손을 쓰지 않으면 빨래며 청소며 설거지며
저절로 되는 게 하나도 없는 일상의 연속이었지만,
혼자만의 공간이 생겼다는 설렘에
일말의 불편함도 외로움도 없었다
그러고 나서
채 며칠 지나지 않아
어슴푸레한 저녁에 우연히 들른 정육점에서
목살 한 근을 시킨 순간,
노릇노릇 구워진 모습이 아니라
시뻘겋고 물컹한 생살 덩어리를
양손으로 받아든 그 순간,
어쩌면 나도 이제
부모님의 품을 떠나
정말로 어른이 되어 버린 건지도 모르겠단 생각에
가슴에서부터 뜨거운 게 치밀어 올라
목울대를 턱하고 쳤던 일이 있었다
스무살,
가장 강렬하게 기억되는 첫경험 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