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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읕 Dec 13. 2018

스무살



누구나처럼

나에게도 스무살이 있었다


고향을 떠나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시작했다


일어나서 잠드는 순간까지

내가 손을 쓰지 않으면 빨래며 청소며 설거지며 

저절로 되는 게 하나도 없는 일상의 연속이었지만,

혼자만의 공간이 생겼다는 설렘에 

일말의 불편함도 외로움도 없었다


그러고 나서 

채 며칠 지나지 않아 

어슴푸레한 저녁에 우연히 들른 정육점에서

목살 한 근을 시킨 순간, 


노릇노릇 구워진 모습이 아니라

시뻘겋고 물컹한 생살 덩어리를 

양손으로 받아든 그 순간,


어쩌면 나도 이제 

부모님의 품을 떠나 

정말로 어른이 되어 버린 건지도 모르겠단 생각에

가슴에서부터 뜨거운 게 치밀어 올라

목울대를 턱하고 쳤던 일이 있었다


스무살,

가장 강렬하게 기억되는 첫경험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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