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 시절
토욜일 오전 수업을 끝내고 집에 오면
친구들을 만나서 공을 차거나 자전거를 타러 나가곤 했다
어쩌다 약속이 없는 날에는
과자를 한 봉지 사들고 거실에 누워서
티비를 보는 게 즐거움이었다
그러고 나서 까무룩 잠이 들었다 깨곤 했는데
어둑어둑한 바깥 풍경에
형광등은 켜져 있고
도마에 칼질하는 소리,
밥솥이 푸쉬쉬 김을 뽑는 소리,
엄마가 밥 짓는 소리가 혼몽하게 들려오면
지금이 아침인지 저녁인지
도통 분간할 수가 없어서
눈만 끔뻑거리며
일곱시 반 언저리를 가리키고 있는
시계바늘만 몇 분이고 쳐다봤던 일이 있었다
이 기억은
내가 온몸으로 오롯이 떠올릴 수 있는
어릴 적 어느 여름날 주말 저녁의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