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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읕 Dec 13. 2018

낮잠



초딩 시절

토욜일 오전 수업을 끝내고 집에 오면

친구들을 만나서 공을 차거나 자전거를 타러 나가곤 했다


어쩌다 약속이 없는 날에는

과자를 한 봉지 사들고 거실에 누워서

티비를 보는 게 즐거움이었다


그러고 나서 까무룩 잠이 들었다 깨곤 했는데

어둑어둑한 바깥 풍경에 

형광등은 켜져 있고

도마에 칼질하는 소리,

밥솥이 푸쉬쉬 김을 뽑는 소리,

엄마가 밥 짓는 소리가 혼몽하게 들려오면


지금이 아침인지 저녁인지

도통 분간할 수가 없어서


눈만 끔뻑거리며

일곱시 반 언저리를 가리키고 있는

시계바늘만 몇 분이고 쳐다봤던 일이 있었다 


이 기억은

내가 온몸으로 오롯이 떠올릴 수 있는

어릴 적 어느 여름날 주말 저녁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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