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일을 하는데
동기, 후배보다 못한 아이디어를
들고 와서 멍하니 앉아있을 때,
낯선 사람을 만났는데
얼굴이 벌게져서는 맥락에 상관 없는
뜬금포 이야기나 하고 앉았을 때,
하다 못해 라면 하나 끓이는 데
물조절을 못해 라면 국물을
한강물로 만들어 버렸을 때,
이럴 때면
세상에,
나는 도대체 무슨 염치로 이 세상에 태어났을까
하고 심한 자책에 빠질 때가 있다
그런 생각이 들때면
거울을 본다
거울을 들여다 보면서
"그럼에도"
나에게 주문을 건다
"사실 니가 최고야"
내게 말을 건다
"그딴 거 하나 못하면 어때, 딴 건 다 잘하는데 뭐."
그러고 나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고
집나간 자신감이 다시 제자리로 찾아오곤 한다
우리 집엔 방마다 거울이 하나씩 있고
현관에 커어어다란 거울이 또 하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