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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읕 Dec 26. 2018

우산


1.

무슨 용기인지 비가 온다는 기상청 말을 덜컥 믿고

아끼는 우산을 들고 집을 나섰다가

햇볕 쨍쨍한 날에 한 번 펼쳐보지도 못하고 

그만 어딘가에 흘리고 집에 돌아왔다


아까워서 몇 번 쓰지도 못한 

우산이었는데...


2.

살다보면 그게 사람이든 사물이든 간에,

상대적으로 유독 애틋하고 마음이 더 가는 존재가 있다


그렇게 애정을 쏟다보면

준만큼 돌려받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라서,

상대에게 신경 쓴 만큼 상대도 나에게 관심을 보이길 원한다


그럼에도 주고 받음의 균형을 맞추기란 참 어려운 일... 

한쪽은 실망하기 마련이고

모든 관계에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라

언제가 됐든 헤어짐의 순간은 찾아온다


헤어짐의 순간,

상대가 내게 소중하면 소중할수록

아쉬움의 감정보다는 배신감이 크다


3. 

헤어짐의 상대가

우산 같은 사물이라면 원망의 칼끝은 어디 마땅히 향할 곳이 없지만,

사람일 경우에 대다수는 그 상대방을 향하기 마련이다


나는 아직도 내 주변에서 

그런 식으로 만나고 헤어지는 일을 

자주 목격하곤 한다


(p.s. 그럼에도 이번에 우산을 잃어버린 일은 기상청이 원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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