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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읕 Aug 10. 2021

#15. 한밤의 반성들

2021년 8월 10일 화요일

D-15,417


한 밤 중에 또 멀뚱멀뚱 눈 뜨고 있었다.


저녁 8시쯤에 아기를 재우다 나도 모르게 까무룩 잠들었다가 새벽 1시 반에 깨고선 가만히 누워 다시 자야지 스스로 다독였다가 아, 이미 달아난 잠을 잡아다 앉히긴 틀렸구나 생각하고 좋아하는 책을 떠올렸다가 작가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작가의 이름을 잡아보려 입술을 달싹이면서 발음도 해봤다가 요즘 책이라고는 도통 읽지 않으니 좋아하는 작가 이름도 다 까먹어 버렸지 자책하던 중에 아, 맞다 살만 루슈디 아, 맞다 이언 매큐언 아 맞다 아 맞다하고 떠올리고 안 까먹겠다는 다짐과 또 까먹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사이에서 몇 번이고 이제는 좀 데면데면해진 그 이름들을 되뇌였다가 이제 따박따박 월급날만 기다리는 돈 버는 기계 말고는 이도 저도 아니구나 통장만 살 찌울 줄 알았지 머리랑 마음은 곧 파산할지도 모르겠다는 자책에까지 이르렀다.


작업실에 와서 비몽사몽에 폰 메모장에 적어놓은 글을 컴퓨터에 옮긴다.


배우는 사람이 되기를,

그래서 생각과 태도가 가난한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배움이 나를 포함한 또 다른 사람에게 영감이 되기를

그 영감이 나와 주변 사람들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기를


이런저런 고민이 많이 드는 밤이다.

아무튼 내년에는 공부도 하고(등록금 마련이 쉽진 않겠지만 대학원을 갈까 심히 고민 중이다), 월급 받는 안락한 삶에 젖어 한 번 뿐인 인생을 망치지 않게 스스로 보람차고 가슴 뛰는 일(내가 배운 걸 꼭 필요한 누군가에게 다시 알려주는 일)을 잘 준비해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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