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첫 파리여행을 앞두고
1.
가난한 조명에 불을 켜고 천장과 가까운 벙커침대에몸을 움츠린 채 책을 펴고 있으면, 참 바보같이 어떠한 변화도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용기를 내에 거머쥔 파리행 티켓마저도 말이다.
이렇게 내 공간이 누워, 가보지 못한 세상을 읽으며 들으며 칠팔십 노인이 된 듯... 세상과 날 단절시키다가도 문득 큰 세상에 우뚝 서있는 꿈을 꾼다. 어쩌면 이 모든 생각과 감정들이 스스로 두려워하던 것들과부딪히며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다.
2.
일기를 쓰다가, 혹은 책을 읽다가 이따금 천장을 바라보면 손이 닿을 듯한 곳에 나와 비슷한 시기부터 그곳에 머문 거미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죽은 것은 아니겠지?
움직이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
내가 잠들고 나면 활동을 시작하는 것 인가?
나를 해치지 않을 것이다 그냥 느껴진다. 이곳을 떠나지 않는 한 난 거미 너를 그냥 둘 것이다. 우리 함께 살자.
말하지 않는 네가 좋다.
존재하고 있는 네가 좋다.
가만히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는 것 같아 좋다.
(심하게 내영역으로 들어오지만 않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