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여신, 티케의 사표

사람들이 모르는 행운을 잡는 비결

by 캐아재

박땡일 대리는 자칭 ‘하늘이 버린 남자’였다. 하는 일마다 무슨 ‘마’라도 낀 듯이 제대로 아구가 딱딱 맞아떨어지게 순조로운 날이 없었다. 출근길에는 바로 눈앞에서 지하철 객차가 떠나고, 일요일에 결혼식이 있어서, 차를 몰고 나가면 갑자기 그 길에서 공사로 3개 차선이 하나로 줄어 갑자기 무슨 고구마를 먹다가 목이 막힌 듯이 길이 꽉 막혀 있었다. 출근길에 너튜브에서 먹방 방송을 딱 생각나는 음식이 있어 점심을 먹으러 가면 그날따라 하필이면 급한 사정으로 쉰다는 팻말이 걸려 있기 일쑤였다. 그날도 딱 감자탕이 먹고 싶어서, 일부러 직원들하고 안 먹고 평소 알던 맛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의 눈앞에 ‘휴일’이라는 종이가 떡하니 붙어 있었다.


“아니, 정말 신이 있다면 나한테 이럴 수가 있나? 하는 일마다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적이 없어.”

마침내, 그는 폭발하고 말았다. 평소 중얼거리는 정도의 불만이 누적되고 누적되어서 제대로 터진 것이었다. 박 대리는 하늘을 향해서 검지손가락을 연신 뻗어가면서 삿대질까지 했다.

마침 맞은편 가게에서 한국의 한우 국밥 맛에 흠뻑 빠진 행운의 여신 티케가 인간으로 변신해서 폭풍 먹방을 찍고 있었다. 그건 천국에 송출되는 개인 천튜버였다. 그냥 사람의 눈으로 볼 때는 평범하게 생긴 직장여성이 개인 핸드폰으로 영상을 찍는 듯이 보였다.


티케는 창가를 향해서 앉아 식사 중이었기에, 박땡일의 그런 모습이 생생히 보였다.

심지어 천사인 그는 집중하면 아무리 먼 곳에 떨어져 있어도 다 들을 수도 있었다.

어디 낮술 먹고 하늘을 원망하는 사람이 하나 둘이던가. 티케는 신경을 끄기로 했다.

박땡일 대리는 아직 화가 안 풀린 듯이 하늘을 향해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는데, 개뿔 똥이다.”


가게 앞에서 하늘을 향해서 소리 지르는 남자 때문에 행운의 여신 티케도 짜증이 올라왔다. 맛있게 음식 먹는 소리, 즉 ASMR 소리가 얼마나 인기가 있는데. 하지만 또 본업이 그녀의 의무감을 불러일으켰다. 골고루 주게 된 행운을 자신이 태만하게 처리하지 않았을 터였다.

티케는 박땡일의 기록을 살펴보았다. 실제로는 천사들의 메모장을 보는 것인데, 사람들이 보기에 그건 그냥 핸드폰을 뒤지는 것처럼 보였다.


박땡일에게 행운이 없었냐고 보니, 티케가 보기엔 충분히 평균 이상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행운은 박땡일이 엄마의 뱃속에 있던, 태아 때 목에 탯줄이 걸려 죽을 뻔했지만 다시 살아난 일이었다. 그 외에도 8살에 바닷가에 놀러 갔다가 물에 빠져 죽을뻔하다가 살아난 사건도 있었다.


남들은 죽을 고비를 한번만 넘겨도 천운이라고 하는데, 이 남자는 두 번이나 넘겼군. 참 자신이 천운을 타고 난 것을 모르다니. 행운의 여신 티케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녀의 시선이 밑으로 향했다.


재수를 하기는 했지만 꼴찌로 대학에 합격한 일. F 학점을 맞아서 학사경고를 받을 뻔했지만 담당 교수가 성적 입력하는 날 하필이면 돋보기를 잃어버려서 급하게 성적을 입력하다가 오타로 C를 받은 일. 음주운전 차량에 치일 뻔했지만, 마침 친구 전화를 받느라 그 재앙에서 피해 간 일 등 그런 행운이 가득했지만 그는 고마움을 모르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그가 입사시험을 보는 날, 그의 강력한 경쟁자가 면접에 못 와서 그가 붙었다는 사실도 그는 모르고 있었다. 티케가 콧웃음을 쳤다.


‘하긴 그런 것을 다 알면 세상 무서워서 못살지.’


티케는 핸드백을 열어서 혈압약을 삼켰다. 전 세계를 다니면서 꽉 막힌 사람을 만나거나 도저히 고쳐지지 않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 생긴 인간병이었다. 이 육신을 당분간 이용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 렌터카를 빌려 타도, 타이어가 펑크 나면 갈고 타야 하는 것과 유사한 원리였다.


“좋아, 그렇게 내 도움을 못 받았다고 빡빡 우기니, 내 진짜 마지막으로 딱 3번의 행운을 주겠어.”


티케가 조용히 되뇌었다. 그녀의 가방에는 행운의 비타민 알약이 있었다.

‘몇 알 남지 않았군.’


그걸 하나 먹고 박땡일에게 축복했다.

“만군의 하나님, 저를 이곳에 허락하신 것처럼 저 불쌍한 영혼에게 세 번의 완벽한 행운을 제공하려고 하오니, 부디 행운의 수레바퀴가 잘 멈춰 지기를 허락하소서.”

티케가 밥을 먹다 말고 두 손을 모아 조용히 기도하니, 식당 안의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봤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 요즘 어디 이상한 놈들이 하나둘이던가. 조금 전까지는 영상을 찍지 않나. 지금은 또 두 손을 모으고 어딘가에 고개를 조아리지 않나.


박땡일 대리는 다음 날 아침에 출근해서 늘 습관처럼 메일 목록부터 살폈다. 거래처에서 가끔 아침 일찍 제품 주문이나 긴급한 질문을 보내 올 때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메일을 열자마자 생경한 제목의 메일 한통을 발견했다. 메일 제목이 너무 자극적이었다.


[ 귀하를 신생기업 투자제안에 초대합니다. ]


그건 사실 행운의 여신 티케가 100배의 수익이 보장되는 스타트업의 신규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의 정보였다. 향후 한국에서 만들어진 방산 소프트웨어 회사로 미국의 팔란티어 같은 규모로 성장해서, 100만 원만 투자해도 10억은 거뜬히 벌어줄 회사였다. 심지어 메일 내용에는 국방부에 초기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는 것과 각종 특허를 받은 내용등 많은 상세 내용이 담겨 있었다. 티케의 계획은 박 대리가 관심을 보여서, 투자를 고민하면 해당 메일을 보낸 임원이 회사 차원에서 박 대리를 컨텍할 것 까지도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박 대리는 내용을 읽어보다가 욕설을 내뱉었다.


“아 쓰바, 어떤 시키가 아침부터 스팸질이야. 이제는 회사 메일로 오네.”


그는 메일을 다 읽어보지도 않고, 스팸메일함으로 보내고 보낸 이를 영구차단 해 버렸다.

티케는 그 모습을 보면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요즘 디지털 문화를 잘 몰라서 행운의 전달 방식에 실수했다고 인정해야 했다.


“좋아, 두 번째 행운이 있으니 함 보자고.”


그날 퇴근길에 박 대리는 지하철역에서 가방을 잃어버려서 쩔쩔매는 여성을 발견했다. 그녀는 사실 대기업 H그룹의 김 회장의 외동딸이자, 박 대리의 이상형과 100% 일치하는 여성이었다.

H그룹은 아들도 따로 없어서, 그룹 승계차원에서 사윗감을 몰래 찾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막 해외에서 유학을 마치고 온 김 회장의 외동딸 은희는 모든 소개팅도 거절했다. 이에 김 회장은 남자를 데리고만 와도 무조건 오케이를 할 생각이었다.


티케가 준비한 시나리오는 박 대리가 이 여성에게 어떤 형태로든지 도움만 주면 그다음은 여자가 박 대리에게 확 끌려서 결혼까지 이어지는 시나리오였다. 티케는 이 시나리오를 위해서 특별히 친구인 중매쟁이 천사 큐피드까지 준비시켜 두었다.


“자네 저 인간을 너무 편애하는 것 아냐?”

큐피드가 순금 화살촉 끝을 손가락으로 튕기면서 웃었다.


막 지나간 지하철에서 내린 여자는 자신의 가방을 선반 위에 놓고 내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당황했다. 어릴 적 한국을 떠나 외국에서 오랜 시간 보낸 그녀는 길조차 익숙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방 속에 핸드폰이 있고, 그 핸드폰 속에 카드도 들어 있었다. 즉, 당장 지하철 게이트를 통해서 외부로 나갈 지하철 티켓도 사라진 격이어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아버지가 기사 딸린 리무진을 말했을 때, 한국 사회를 구석구석 다 경험하고 싶다고 패기 있게 말한 그녀였다. 그녀에 눈에 막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고 있는 남자는 순하고 착해 보였다. 평소 같으면 이성에게 눈길도 안 주었겠지만, 가방을 통째로 놓고 내린 너무 급한 상황이어서 그녀는 조심히 다가갔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막 내린 박땡일을 보았다.


“저기요, 너무 죄송한데요. 혹시...”


은희는 절박한 표정으로 회사원처럼 보이는 땡일을 보고 있었다.

그러자 땡일은 이어폰을 고쳐 끼면서 인상을 팍 썼다.

“저, 도를 아십니까. 안 믿어요. 인생 그렇게 살지 마세요.”

말과 동시에 그는 몸으로 여성을 밀치고 지나가버렸다. 은희는 막 부딪친 어깨가 아파서 손바닥으로 한번 어루만졌다. 은희보다 더 놀란 것은 행운의 여신 티케였다.


티케는 너무 황당한 전개에 놀라서 할 말을 잃었다. 큐피드는 티케의 호언장담을 믿고 있었기에 타이밍을 맞추려고 활시위를 잔뜩 당기고 있었다. 사랑은 늘 타이밍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큐피드였다. 사랑의 화살 시위는 힘이 엄청 필요했다. 그 힘에 못 이겨서 아니 정확히는 너무 당황해서 그냥 화살을 놓치고 말았다. 그 화살이 남자의 등을 뚫고, 여자의 가슴에 박혔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둘은 그날 서로에게 첫눈에 반했다. 그렇게 얼떨결에 박땡일 뒤에 내려오던, 정찬주 과장은 졸지에 재벌의 사위가 되었다. 아 물론 같은 회사에 다니지만 둘은 모르는 사이였다.


이즈음 되니 티케도 화가 단단히 났다. 아니, 물가로 데리고 갔으면 물 정도는 자신이 떠먹어야 하는 것 아닌가. 자신이 야심 차게 준비한 행운이 다른 사람에게 갔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이었다. 좋아 이번에는 나도 절대 포기하지 않겠어. 절대 피해 갈 수 없는 행운을 만들어 주지. 아예 이번에는 눈앞에서 설명까지 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숟가락으로 떠서 먹여주마.


그날 밤, 땡일의 꿈에 티케가 나타났다. 처음과 달리 약간 지친 기색이었다. 그녀는 동으로 된 쟁반 위에 네 개의 상자를 내밀었다.


“자 지금부터 금, 은, 동으로 된 각각의 쟁반 위에 상자 4개를 보여줄 거야. 그중에 딱 하나만이 황금 열쇠가 들어있다. 3개의 황금열쇠를 맞춰야 해. 3번 연속으로 맞추면 소원을 들어주마.”

그건 사실 말도 안 되는 확률이었다. 처음 4개 중에 하나를 맞추는 것은 25% 확률이지만, 그다음의 은쟁반에서 또 4개의 상자 중에 든 황금열쇠를 맞추고 다시 금쟁반에서 4개의 상자를 보여주고 황금열쇠를 만드는 식이라니.


1/4x1/4x1/4의 확률이었다.

연속으로 3번씩이나 정답을 맞히는 확률은 64분의 1이다. 즉 퍼센티지로 해도 겨우 1.5%의 극악의 확률이었다. 100개의 상자를 놓고 그중에 하나에 든 열쇠를 맞추는 것과 같은 정도의 희박한 확률이었다. 하지만 행운의 여신 티케는 편법을 썼다. 박 대리가 고르는 상자에 황금열쇠를 넣었다. 에라이, 이 불쌍한 놈아 내가 아예 떠서 먹여주마. 행운의 여신 티케는 그렇게까지 결심했다.


“정말 축하하네. 자네 인생은 이제 완전히 핀거야. 활짝.”


꿈에서 막 깨어난 박 대리의 머리맡에 정말 라면상자만 한 황금 상자가 놓여 있었다. 정말 극악의 확률을 뚫고 얻어낸 인생 역전의 선물이었다. 그걸 보자 박 대리는 가슴이 뛰었다. 마치 소설 보물선에 나오는 궤짝 마냥 윗면 가운데 부분이 불룩하게 위로 솟은 아치형 형태였다. 큰 열쇠고리 사이로 순금 동전들이 가득 찬 것이 눈에 보였다. 상자 위에 놓인 큼지막한 열쇠도 황금열쇠였다. 그걸 열쇠고리에 천천히 꽂았다.

막 그걸 열려고 하는데 마침 박 대리의 핸드폰이 크게 울렸다.


“택배 기사입니다. 지금 문 앞인데요. 벨이 고장 났나 봐요.”

황금 상자를 막 열려고 하던 이 중요한 순간에 온 전화에 박 대리는 너무 짜증이 났다.

“아, 쓰발. 아저씨 정말 바빠 죽겠는데 왜 전화를 하고 지랄이에요? 네? 그냥 문 앞에 두고 떠나면 되지. 꺼지세요. 아 정말. 못 배운 거 티 내나. 이래서 사람은 배워야 해.”


그 순간, 침대 머리맡에 놓여있던 황금 상자가 픽하고 사라졌다. 그리고 공중에서 행운의 여신 티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야, 내가 졌다. 그만 두자.”


땡일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어리둥절했다. 틀림없이 엄청나게 큰 궤짝이 자신의 눈앞에서 깜쪽같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방금까지 바로 눈앞에 있었어. 황금 상자가 있는 것을 봤기에 박 대리의 눈이 뒤집어졌다. 그는 금방 눈치챘다.

“아니, 줬다가 뺏는 게 어디에 있어요?”

하늘을 향해서 고함쳤다.


티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내가 정말 네 인생에 행운을 못 받았다고 해서 한번 줘 보려고 별짓을 다했는데, 넌 정말 그게 나 같은 천사가 깔아준 꽃길인줄도 모르고, 꽃길에 침 뱉고 꽃을 짓밟아버리더라. 방금 왔던 그 배달부는 사실 그의 시한부 암을 고쳐주는 형식으로 내가 데리고 온 어제 지하철에서 만났던 여자의 아버지였어. 아 됐다. 이제 와서 너한테 말하면 뭐 하냐. 내 입만 아프지.”


다음 날 아침에 박 대리는 지하철을 놓쳤고, 퇴근길에 로또를 샀는데도 꽝이었다. 그는 하늘을 향해서 여전히 삿대질을 했지만, 더 이상 티케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티케의 사표가 박땡일 대리의 머리 위에서 방패 모양의 안개처럼 맴돌고 있을 뿐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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