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주차 정당방위권

아파트 불법주차 해결 실화

by 캐아재

찬주는 요즘 퇴근해서 차를 몰고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들어갈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주차공간도 아닌 차단기를 지나서 내려가는 램프 쪽에 차를 대는 파렴치한이 있었다. 차단기를 막은 것은 아니지만, 출근시간이나 퇴근시간에 맞은편에서 차가 한대라도 오면 그때부터는 꽉 막힌 정체가 생긴다.


그런 행동을 한 사람에 대해서 알아보니 약 1년 전에 이사 왔고, 지난 3개월 전에 지상의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를 해서 스티커를 몇 번 뗐고, 신고를 해서 벌금을 내고 난 뒤에 저렇게 빌런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 관리소장의 설명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다 같이 조심하고 예의를 지키면 평탄히 살 수 있는 곳인데...”


찬주는 출근길에 하도 답답해서, 경찰서에 신고 전화를 해 봤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한결같았다.


“죄송합니다. 아파트는 개인 사유지라 저희가 해 드릴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네요.”


그날 오후에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중간에 차를 댄 사람이 하루 종일 램프에서 차를 빼지 않아서 지하주차장이 난리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오빠가 해결 못하는 것도 있어?”


아내의 그 말이 찬주의 잠재의식을 깨웠다. 찬주는 중견 건설회사의 기획팀에서 과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는 이 문제를 책상 파티션 앞에 잘 적어 붙였다. 그리고, 한 일주일간 일하는 틈틈이 문제 해결에 대한 법적인 근거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문제 1 - 아파트 입주민 한 명이 늘 차량이 공용으로 사용해야 하는 중간 램프에 불법주차를 함

문제 2 - 외부에서 법률적으로 도움을 받기 힘듦

문제 3 - 내부에서 법률적으로 풀기도 힘듦

결론 - 빌런에게는 빌런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함 -> 아파트 주민의 정당방위권 발동

법적 근거 - 형법 21조. 정당방위는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해서 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않는다.


찬주의 결론은 이러했다. 지금 이 불법주차 차량의 경우 부당한 침해가 현저히 있고, 그로 인해서, 공동 주택에 거주하는 입주민 단체의 법익을 해치고 있다. 결론이 나오자, 찬주는 퇴근 후 식사를 마치고 아파트 입주민 대표를 찾아갔다. 입주민 대표도 사안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찬주는 차분히 얘기했고, 일단 주민자치회를 한번 모으기로 했다. 당연히 그 사람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1주일 뒤 금요일 저녁에 모이자는 공지를 했고, 엘리베이터 안에도 공지문을 부착했다. 공지문의 내용은 두리뭉실하게 적었다. 최근 아파트의 여러 현안에 대해서 주민들의 의견을 듣습니다 하는 정도였다. 이렇게 주민자치회에 참석한 주민들의 수는 약 50여 명. 전체 400세대에서 나온 주민 치고는 많은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적은 수도 아니었다.


주민들은 모두 불법주차에 대해서 그 심각성을 알고 있었다. 주민대표는 그 부분을 말할 때 찬주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여기 2601호 주민이신 정찬주 씨께서 좋은 아이디어를 말한다고 합니다.”


찬주가 주민들 앞에 나가서 한 말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이제 저희는 아파트 불법주차에 대해서 정당방위권을 발동시킬 겁니다. 우리나라 형법 21조에는 정당방위에 대한 규정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저 아파트 차단기 인근 램프에 불법주차를 한 차량 때문에 우리는 심각한 불이익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저희는 이제부터 그 차를 발견하면 차 창문을 살짝 열고 가래침을 뱉어주시기 바랍니다.”


“네? 그것 하면 잡혀 가는 것 아닌가요?”


“본인도 불법을 했기에 저희도 거기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는 것입니다. 물론 재물손괴죄로 신고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건 각오해야 한다고 봅니다. 제대로 신고를 하면 우린 모두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이 어떤 시대입니까? 모든 곳에 CCTV가 있고, 보다 맑고 투명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세상이 아닌가요? 영상 한편이면 하루 만에 지구 끝까지 정보전달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이런 빌런들이 설치게 두는 것은 오히려 방종이고, 태만이 아닐까요? 우리가 뭉치면 뭉칠수록 이런 자들은 힘이 빠집니다. 저쪽은 소수이고 우리는 뭉치면 다수일 수 있습니다. 우선 본인이 재물손괴죄로 신고를 하려면, 상황 설명부터 해야 합니다. 과연 어떤 경찰서에서 받아줄까요? 까짓 껏 조사받으면 어떻습니까? 우리가 뭉쳐서 50명이 되고 100명이 되면 구청장도 소환할 수 있고, 경찰서장도 만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정당한 시민의 힘입니다. 저와 같이 한번 이 불법주차를 하는 나쁜 놈에게 맞서 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찬주가 주먹을 불끈 쥐자, 주민들 속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까지 나왔다.


다음날 새벽. 어김없이 지하 2층에서 올라가는 차량 램프에 그 차량이 서 있었다. 찬주는 천천히 그 차량 옆으로 지나가면서 창문을 내렸다. 카악하고 가래침을 끌어올려서 퉤하고 불법주차 차량 쪽을 향해서 뱉었다. 운전석 옆 창문에 길게 침이 흘러내렸다.


***


불법주차 차량의 소유자인 점백은 유유자적하게 나왔다가 깜짝 놀랐다. 자신의 차량이 침 범벅이 되어 있었다. 관리실에 가서 난리를 피웠지만 방법이 없었다. 자신이 불법주차를 하면서 이미 CCTV가 보이지 않는 곳에 주차를 했기에 그게 오히려 자신에게 독이 된 셈이었다.


일단 편의점에 가서 물티슈를 사 와서 닦고 탔지만, 운전하는 내내 속이 다 울렁거리는 느낌이었다. 짜증이 난 점백은 세차를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CCTV가 있는 차단기 근처 가까운 쪽 차량 램프에 주차를 했다.


‘어디 한번 골탕 먹어봐라.’


다음날 아침에 나왔다가 깜짝 놀랐다. 어제보다 더 심하게 앞유리창에도 침이 가득했다. 쉰내 같은 침냄새가 진동을 했다. 그 냄새를 쫓아서 날파리도 몇 마리 윙윙 거렸다. 도저히 세차를 하지 않고는 운전을 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세차를 하고, 점백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파트 관리실에 가서 입주민들이 침 뱉는 CCTV를 틀었다. 거의 100대가 넘는 차들이 줄지어 침을 뱉고 뒤차에 승리의 브이자를 그리고 움직였다.


그 단체의 힘을 이길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결국 점백은 부동산 사무소에 아파트를 내놓았다. 그의 마음속에 한마디가 떠올랐다. 똥이 어디 무서워서 피하냐.

그날 밤 부동산 사무소에서 해당 차량의 소유자가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았다는 말이 단톡방을 돌았다. 사람들은 해당 아파트가 빨리 나가라고 친인척에게까지 그 소식을 전했다. 덕분에 아파트는 속전속결로 팔렸다.


김점백이 이사 나가는 날, 찬주도 그 집 이사차량 앞에 서 있었다.

남자가 통화하는 소리가 찬주의 귀에도 들렸다.

“그래, 이번에도 바로 팔았지, 뭐. 그럼 빌런 짓 좀 하면 지들이 알아서 팔아준다니까. 아 그런데, 침 뱉는 반격은 상상도 못 했네. 허허허. 1년 만에 1억 당겼지 뭐. 세금은 내면 되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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