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대로의 소음속에서 찬주는 낡은 배달오토바이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소림사에서 보낸 15년. 그에게 남은 것은 강철같은 몸과 텅빈 통장뿐이었다.
“강남역 사거리, 마라탕 배달 완료까지 5분. 가능하시죠?”
스마트앱의 독촉소리에 찬주가 눈을 떴다. 그 순간 그의 눈동자에 서린 정광이 공기를 갈랐다.
“나무아비타불, 자비는 베풀어도 식은 음식은 용납 못하지.”
찬주의 입가 한쪽이 올라갔다. 찬주가 오토바이의 스토트를 당기려는 순간 검은색 세단 석 대가 굉음을 내면서 오토바이를 박을 듯이 막아섰다. 보복운전으로 악명이 높은 지역의 건달들. 그들이 찬주의 앞을 가로막고 차창을 내리고는 침을 퉷 뱉었다.
“야이, 배달거지 짱깨 새끼야. 뒤지기 싫으면 돌아가라.”
찬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오토바이에 탄 채로 양 팔을 땅을 향해서 쭉 뻗었다. 그 순간 기공파가 주변으로 퍼졌다. 원래는 공중에서 무게를 실어 급하강을 할때 사용하는 기술이었다. 지금은 사람들은 다치지 않게 하려니 땅에 대고 기를 발사한 것이다. 소림사때 일이 순간 머리속을 스쳤다.
“찬주야, 어서 천근추를 발사하지 않고 뭐하느냐?”
스승의 말에 찬주는 약한 힘을 썼다. 그게 소림사를 나오게 된 계기였다. 자신은 다 배웠지만 이제 겨우 2년차가 된 명진이는 이번 시험에서 탈락하면 안되니까. 그게 이유였다.
찬주의 천근추 발사로 오토바이의 바닥에 닿은 아스팔트가 살짝 함몰되었다. 약 600kg의 무게감이었다. 오토바이 주위로는 미세한 천근추의 무게에서 생긴 파력도 생겨 마치 단단한 기공 스폰지가 주변으로 생겼다. 하지만, 이건 고수의 눈에만 보이는 것.
“시주, 소승은 아니 본인은 지금 매우 바쁩니다.”
찬주가 양손을 모았다.
“야, 얘 손 좀 봐줘야 정신을 차리겠다.”
차 한대에서 온몸에 문신으로 갑칠을 한 남자가 목을 좌우로 흔들면서 내렸다. 그의 손에는 야구방망이가 들려 있었다. 남자는 뛰어오면서 찬주를 향해서 야구방망이를 내려쳤다.
찬주는 그 상태에서 왼손으로 핸들을 잡은 채로 오른손으로 공기를 갈랐다. 소림의 칠십이절예중에 하나인 격공장. 뜰 격에 빌 공, 손바닥 장의 격공장은 공간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서 치는 손바닥 기술이다. 직접 타격하지 않고도 몸 안의 내공을 손바닥을 통해서 밖으로 방출하며 그 충격파로 상대를 공격하는 원리다.
찬주가 손바닥으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야구방망이를 향해서 뻗었다.
콰광.
순간 보이지 않는 기류가 폭풍처럼 몰아쳐 야구방망이를 두 동강냈고, 문신남은 그걸 손에서 놓쳐서 공중으로 날려버렸다.
땡강. 아스팔트 바닥으로 부러진 야구방망이들이 뒹굴었다.
“뭐..뭐야?”
그걸 지켜보던 문신패거리들도 야구방망이를 내려치던 문신남도 눈이 동그래졌다. 틀림없이 내려쳤는데 닿지도 않고 방금 이상한 사단이 눈앞에서 벌어진셈이었다. 순간 이들은 어리둥절했다. 그 잠깐의 순간
찬주가 말했다.
“니들이 먼저 시비를 걸었다. 이제부터는 정당방위야.”
당황한 차에 탄 두 명이 후진하려고 했지만, 이미 찬주가 공중으로 몸을 날린 다음이었다. 소림사의 경공술인 등패수로 허공을 짚듯이 자동차들의 지붕을 밟고 가볍게 스치면서 지나갔다. 찬주가 발을 딛는 곳마다 강철 지붕이 운동화 모양으로 깊게 파였다.
다음순간 배달조끼에서 나무젓가락 3개를 뽑아서 카드를 돌리듯이 휘리릭 뿌렸다. 젓가락들은 각 자동차 앞바퀴에 정확하게 박혔다.
푸수우욱.
자동차 타이어들이 납짝해졌다.
“주문하신 마라탕 배달간다.”
찬주는 오토바이에 타고 엔진소리를 부웅하고 내면서 강남대로를 질주했다. 3분 뒤에 목적지에 도착한 찬주가 말했다.
“오는 도중에 사고가 있어서 2분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어머, 사고가 났구나. 그럴수도 있지요. 뭐.”
다행히 배달간 곳은 가정집이 아니고 야근을 하는 사무실이었다. 사무실은 배달시간이 많이 늦지만 않으면 관대한 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