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탕 배달을 마치고 다음 콜을 기다리던 찬주의 귀에 날카로운 타이어 마찰음과 날카로운 여성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본능적으로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한 골목 입구에서 검은 마스크를 쓴 사내들 서너명이 한 여성을 강제로 밴에 태우고 있었다.
"이보시오, 시주들! 대낮에 뭐 하는 짓입니까?"
찬주가 오토바이를 세우고 다가서자, 사내 중 하나가 품속에서 테이저건을 꺼내 발사했다.
쉬익.
두 개의 전극 바늘이 찬주의 가슴을 향해 날아들었지만 찬주는 피하지 않았다. 대신 가볍게 숨을 ‘흡’하고 들이마시며 전신에 내력을 운용했다. 소림의 방어 절예, 금종조(金鐘罩)였다. 금종조는 몸을 순간적으로 금으로 만든 종처럼 덮는 방어 기예로 도검 불침의 기술이었다.
챙-!
전극 바늘이 찬주의 가슴팍에 닿는 순간, 마치 강철판에 부딪힌 듯 튕겨 나갔다. 사내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뭐, 뭐야? 방탄조끼라도 입은 거야?"
"조끼는 아니고, 내공이라고 들어봤소?"
찬주가 한 걸음 내딛자 보도블록이 파르르 떨렸다. 사내들이 일제히 가스총과 삼단봉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찬주는 소림의 신법인 미종보(迷踪步)를 펼쳤다. 그의 신형이 안개처럼 흐릿해지더니, 사내들의 공격은 허공만을 갈랐다.
퍽! 퍽! 퍽!
단 세 번의 가벼운 손가락 튕기기. 마치 기타줄을 튕기듯한 동작을 했을 뿐이었다. 탄지신통(彈指神通)의 수법이 가미된 손가락이 사내들의 혈도를 정확히 짚었다. 사내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그대로 마비되어 바닥에 고꾸라졌다.
그때, 납치범들의 리더가 여자의 목에 칼을 들이밀며 소리쳤다.
"가까이 오지 마! 오면 이 계집 목을 따버리겠다!"
찬주는 멈춰 섰다. 그리고 천천히 합장하며 눈을 감았다.
"살생은 금기이나, 악행을 방관하는 것 또한 죄라 하였거늘."
찬주의 입술이 달싹이는 순간, 공기가 진동했다. 소림사 최강의 음공(音功), 사자후(獅子吼)!
"그만 두게나아아아-!!!!"
좁은 골목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렸다. 납치범 리더는 고막을 찢는 듯한 굉음에 정신을 잃고 칼을 떨어뜨렸다. 유리창들이 일제히 금이 가며 비산했다. 물론 사자후를 할때 선의의 피해자를 향해서 검지손가락을 뻗어서 그 주변으로 방어막을 형성하는데 오늘은 그 대상이 이름모를 여자였다.
잠시 후, 현장에는 정신을 잃은 괴한들과 겁에 질린 채 떨고 있는 여성, 그리고 다시 평온하게 배달 앱을 켜는 찬주만이 남았다.
"저기요, 어서 도망가세요.”
정신을 아직 못차리고 있는 여자의 손목을 잡아서 조심스럽게 일으켰다. 여자가 자신을 쳐다보았지만, 찬주의 머리속에는 오로지 빨리 배달을 갈 생각 밖에 없었다. 지금 도대체 손해보는 돈이 얼마야. 여자가 놀랐는지 한 손으로 머리를 짚는 모습을 보고 찬주는 여자를 향해서 자신의 오토바이를 가리켰다.
"탈래요?"
여자는 신음소리를 내고 있는 남자들을 보더니, 얼른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찬주는 뒤늦게 달려오는 경찰차 사이렌 소리를 뒤로한 채, 연기처럼 골목을 빠져나갔다. 뒤에서 놀란 여자가 찬주의 허리를 꼭 껴앉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