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0년, 모든 일은 AI로 대체되는 시대입니다.
2060년, 그야말로 인공지능이 폭발한 시대였다.
매년 국가별로 발전을 거듭하던 인공지능 개발은 삼성전자에서 개발한 신제품 AI 로봇 의사인 닥터 미쉘의 출시를 기점으로 논란의 끝이란 평가를 받았다.
지속적으로 인공지능 로봇들은 인간의 영역을 대체해 왔지만 설마 의료 영역까지 침범할 수 있으리라고는 감히 예상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발발한 2024년 전공의를 필두로 한 의료대란은 전 세계 인공지능 업계에 있어서 하나의 표석이 되었다. 의사를 대체하려는 움직임은 지속적이었다. 미국의 경우는 의사의 연봉이 10억을 넘어가자 더욱 인공지능 의사 개발이 본격화 되었다.
AI 로봇의사 닥터 미쉘의 공개 신장 수술은 전 세계로 실시간 중계가 되었다. 2명의 간호원 그리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 2명의 의료진이 추가로 배석한 가운데 행해진 공개 수술이었다.
이 역사적인 이벤트 후에 각 대학병원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AI 로봇의사를 집도의로 선택했다. 기존 의사들은 점점 선택되지 않게 되었다.
대학병원에서 신장암에 걸린 국내 최고의 혈액암 전문의 닥터 박은 당연히 인공지능 의사 미쉘을 선택했다.
그녀는 익숙하게 신장 내시경을 통해서 닥터 박의 신장내 암 덩어리를 확인했다. 인간의사를 선택했다면 수술 대기를 육개월 정도 해야 했지만 로봇의사를 선택하면 일주일이면 바로 수술이 가능하다는 것도 선택의 이유가 되었다. 육개월의 대기시간이 지나면 암이 그만큼 더 커질 것이었다.
일주일 후 수술은 S대학병원 부설 암센터에서 바로 시행 되었다. AI 로봇의사 닥터 미쉘은 컴퓨터보다 정교한 움직임으로 마취 로봇이 환자의 상태를 확인해주자 빠르게 수술 부위를 절개하고 바로 암 부위에 접근했다. 인간 의사의 경우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힘든 부위의 수술임에도 닥터 미쉘에게는 장애가 되지 않았다. 수술은 당연히 성공리에 마쳤다.
이미 암이 간과 췌장 담도까지 번진 환자도 중입자 치료를 통해서 별다른 절개없이 암을 사라지게 만드는 세상에서 이런 절개술을 지닌 로봇 의사의 활약은 의료계에서도 인공지능 의사의 실력에 대해서 뭐라 반박할 말을 못하게 하는 효과를 발휘했다.
로봇 의사들의 장점은 한 로봇 의사의 노하우가 모든 전국의 로봇 의사에게 동시에 업데이트가 된다는 점이었다.
로봇 의사들은 잠도 자지 않았고, 그냥 1년마다 필요한 부분의 소모품만 갈아주면 된다. 병원 입장에서는 기존 의사 한명의 월급으로 100명의 로봇의사를 유지보수 할 수 있었다. 당연히 병원의 수익성은 높아졌다.
당연히 이런 로봇의사들의 역할이 커지는 부분에 있어 의사협의회에서는 난리가 났다.
“당장 깃발 들고 광화문 거리로 나서야 합니다. 다시 우리의 힘을 보여주자구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 모두가 로봇 의사로 대체되기 전에 움직여야 합니다.” 사무국장은 격앙된 목소리로 9월 조찬회에 모인 의사들을 향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저기에서 박수소리가 나왔다.
이런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당장 국가기관의 주의를 끌었다.
“각하, 의료계가 요즘 들썩들썩 합니다.” 보건복지부를 관장하는 비서관이 오전 조찬모임 후 쉬고 있던 대통령에게 살짝 귀뜸했다.
“왜 또?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다 들어주고 있지 않소.” 대통령은 소파에 기대어 잠시 눈을 감고 있었다.
“로봇의사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뺏고 있다고 불평불만을 쏟아놓고 있습니다.” 비서관이 조용히 말했다.
“그건 우리 모두 다 마찬가지 아닌가? 정부 관료들도 하나 둘 AI로 대체되고 있는 가운데 말일세. 아무튼 최고의 지성 단체인 의사협의회에서 그렇게 움직인다고 하니 다들 지성인들을 모아 대처방안에 대해서 보고 한번 부탁해요. 윤 비서관이 책임지고 소문 안나게 관련 원로분들을 모아 정책 초안을 한번 만들어 봐 주게나. ” 대통령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말했다. 그는 명상으로 다시 들어가기를 원하고 있었다.
윤 비서관은 바로 의료계 및 언론계와 학계의 원로들을 원격 회의로 모았다. 이들은 막 현직에서 떠나 은퇴를 했지만 여전히 관련 업계의 영향력이 살아 있는 사람들이었다. 기존부터 각종 회의나 조찬모임에서 안면들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기꺼이 국가기관의 요청에 각 거주지에서 ZOOM 원격회의에 참석해 주었다. 현 일자리 상황에 대해서 설명을 도와줄 현직 교수도 물론 원격회의에 참석했다.
윤 비서관이 먼저 모두발언을 시작했다.
“바쁘신데 다들 모여주셔서 감사합니다. 거두절미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요즘 의사들이 하도 데모중이라서 뭔가 이들에게 돈이 되는 국가사업 하나를 좀 넘겨야 할 것 같아서요. 어떤 것을 맡기면 좋을 지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사전에 각본에 정한대로 손을 든 것은 카이스트의 김 교수였다.
“은퇴해서 시골에서 쉬고 계신 선배 박사님이나 교수님들도 계시니 현재 일자리 시장에 대해서 잠시 말씀을 드리고 시작하면 어떨까요?”
“좋습니다.” 윤 비서관이 10명의 참석자를 대표해서 답했다.
“지금 다들 아시는 얘기지만 우리 주변의 동네 가게에서 사람이 일하고 있는 업종은 없습니다. 식당의 예를 들면 사람이 들어와서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하면 그 주문에 맞춘 전표가 나오고 음식 요리는 정해진 레시피에 맞춰서 주방을 차지하고 있는 요리 로봇이 하고 있고 배달은 로봇개들이 다 하고 있구요. 손님들이 나가면 다시 식탁위에 남은 쟁반을 로봇이 수거해서 주방쪽 한 켠의 설거지 기계에 넘기죠. 그럼 깨끗하게 닦인 주방집기들을 다시 주방보조 로봇이 선반위에 정리합니다. 다 아시다시피 편의점이나 채소가게도 다 무인입니다. 그냥 사람들이 들어가서 물건을 들고 나오면 가게 입구에 있는 대형 바코드 머신이 자동으로 결제해서 사람들의 손목에 들어 있는 신용카드 칩에 금액을 청구합니다. 먼 곳이나 도로형편이 안 좋은 곳은 드론로봇이 배달을 하고 있죠.”
“다 아는 내용이잖소.” 이런 토론 자체를 마뜩찮아 하던 은퇴한 정형외과 송 교수의 입에서 퉁명스러운 말이 나왔다.
“미용실에는 사람이 있지 않나요?” 일선에서 은퇴해서 제주도에서 노후를 보내고 있는 정 박사의 말이었다.
“정 박사님, 제주도에 계시니 육지 얘기를 잘 모르시는 군요. 작년부터 서울을 비롯한 강원도에서 부산까지 내륙에는 로봇 미용사가 다 커트에서부터 파마까지 다 하고 있습니다. 머리를 감겨주는 일도 로봇이 다 하고 있고요. 바닥청소나 정리도 다 미용보조로봇이 하고 있죠. 제주도는 제주도 미용사 협회 차원에서 데모도 하면서 생존권 운운하면서 로봇 미용사 시행을 저지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결국 다국적 기업에서 매년 거액의 협찬비를 내는 조건으로 내년부터 제주도도 다 로봇으로 대체가 된다고 합니다. 제주도 미용실에는 2년간 무료 사용조건으로 로봇 미용사가 깔리게 될 것입니다.” 카이스트 김교수가 명쾌한 목소리로 답했다.
“어허, 그렇군요. 이 사람의 머리카락을 만지는 일은 굉장히 정교한 일인데 이쪽 분야도 들어온다고 하니 내가 시골에서 세상돌아가는 것을 모르고 살고 있군, 알겠소. 허허허.” 질문했던 정 박사가 화면에서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럼 서울은 거의 다 로봇들만 일하고 있나요?” 하와이에서 골프를 치면서 노후를 즐기고 있는 박 교수가 말했다.
“네, 이미 사람이 활동하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새벽 청소는 청소로봇과 청소 차량이 하고 있고요. 동네 노래방에도 이미 로봇 도우미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버스나 택시도 이미 자율주행차량이 다니고 있고요. 강아지 산책도 산책 로봇들이 한강변을 돌아다닙니다.”
“백화점은 어떻소?” 은퇴한 박 교수가 또 물었다. 미국 백화점에는 아직 사람들이 서비스업종에 많이 종사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백화점도 다 안내 로봇이 합니다. 흥정까지도 다 하고 있습니다.” 김 교수가 답했다.
“치과는 어떻소? 설마 치과는 사람이 하겠지.” 다른 한명이 질문했다.
“에이, 그건 여기 제주도에서도 치과 진료는 로봇 의사가 다 해요. 요즘엔 그냥 주사한대면 그냥 치아가 평생 나오는데 치과가 무슨 의미가 있소. 가끔 옛날 치아를 한 사람들이 응급 처치를 받으러 가던데 거기도 다 로봇 의사들 밖에 없소. 대신 24시간 운영하니 너무 편리하더군. 하하하.” 제주도에 거주하는 정 박사가 웃으면서 화면에 얼굴을 가까이하자 순간 카메라에는 코만 잡혔다.
“그럼 알겠소, 사람이 하는 업종을 물어보는 것이 더 빠르겠군. 사람이 아직 하고 있는 업종은 뭐가 있소?” 송 교수가 물었다. 병원에만 있다가 막 은퇴를 하고 사회에 나와서 아직 그가 가본 곳 보다는 못 가본 영역이 많은 터였다.
“흠, 어려운 질문입니다. 일단 교회 목사님과 절의 주지스님이나 카톨릭의 신부님 같은 종교지도자 역할은 사람이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관련된 종교단체도 다 사람입니다.” 윤 실장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헛기침을 했다. 약간 사래가 들린 듯 했다.
“그건 대체되기 가장 어렵겠지. 종교단체는 사람이라고 하니 그나마 위안이 되는 군요, 또 있나요?” 정 박사가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딱히....없는 것 같습니다.” 윤 실장이 천천히 화면에 보이는 참석자들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아, 아뇨 있습니다. 똥 치우는 차량운전이나 일은 사람이 직접 하고 있습니다.” 윤 실장이 다시 뭔가 생각이 난 듯 불현듯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왜 그건 사람이 아직 하고 있소? 가장 기계로 대체되어야 했을 영역이 아니오?” 은퇴한 정 박사가 호기심을 나타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건 암모니아에서 나오는 유독가스가 로봇에게 치명적이기 때문입니다. 금방 금속성 물질을 부식하게 만들거든요. AI로봇 두뇌에는 AI 전용 반도체 칩이 들어갑니다. 그 칩에는 절연을 위한 접착제가 들어가는데 그 부분에 암모니아 가스가 닿으면 금방 고장이 납니다.” 아직 현업에 근무하고 있는 카이스트 김 교수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설명했다.
“아하 그렇군요. 이렇게 들으니 명확하게 이해가 되는구려.” 은퇴한 정 박사가 뭔가 깨달았다는 듯이 짧게 말했다.
“네, 그래서 하수도 관련이나 똥 푸는 차량 같은 쪽은 다 사람이 합니다.” 김 교수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있었다.
“그럼....” 누군가 그렇게 답했다. 어쩌면 빨리 회의를 끝내고 싶다는 말의 다른 표현일 수도 있었다. 다들 화면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많은 회의를 주재해 본 윤 실장은 군중들이 보내는 이런 몸의 의사표현에 익숙했다.
“그럼 투표로 할까요?” 대통령실의 윤 실장이 말했다.
윤 실장의 눈싸인에 원격회의 프로그램을 만지고 있던 비서실 직원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그러자 바로 온라인 회의실에 투표 버튼이 올라왔다.
다들 자신의 의견에 맞는 찬반 버튼을 눌렀다.
10명의 지성인들중에서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만장일치로 찬성에 결정했다. 아무도 이 업무를 의사쪽에 밀어주는데 반대하지 않았다.
“네, 교수님들 박사님들 오늘 참석해 주신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인인 여러분들의 결정을 모아서 정책으로 결정될 수 있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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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교사 복장을 한 AI로봇이 강의생들을 올려다 보았다. 콜롯새움 처럼 모든 학생들이 위에서 교수를 내려다 보게 설계된 강의실이었기 때문이었다.
“여러분들 잘 봤죠?” AI로봇이 학생들을 좌우로 고개 돌려서 바라보았다.
“방금 본 이 다큐멘터리가 바로 오늘날 의사 면허를 따면 여러분들이 인간을 대표해서 유일하게 남은 이 일을 할 자격을 갖게 되는 겁니다.”
‘똥 치우는 의사들’이란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의대에서 공부하던 학생들은 모두 박수를 쳤다. 일부 학생들은 일어서서 환호의 목소리를 내면서 박수치는 의대생들도 있었다.
모든 인간들이 노는 시대에 유일하게 남은 일자리를 6개월이 넘는 파업끝에 쟁취한 선배들에 대해서 미래의 의사이자 의대생 후배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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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의 25시라는 다큐를 보고 난 후에 똥칠이는 자신의 집 한 켠에 둔 장비들을 살펴보았다. 지난 30년간 그가 전국의 아파트나 상가들의 막힌 하수도를 뚫던 장비들이었다. 그것으로 최대한 현장에서 일을 했었다. 한때 신문에서는 떠들어 댔다. 마지막 남은 일자리를 가진 직업의 세계로 각광을 받은 적도 있었다.
그가 직업을 끝까지 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돈이 목적이 아니었다. 이미 인간이라는 이유로 주어지는 기초인간연금으로 매달 1천만원 나오기 때문이다. 모든 공산품 생산도 다 로봇들이 하고 있다. 모든 필요한 가구들도 조립생산 전문 로봇의 차지다. 예술가들을 제외하고는 유일무이하게 남은 영역이 자신이 하는 똥 푸고 막힌 배관을 뚫는 하수도 쪽이었다. 그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그는 자부심을 느꼈다. 누군가의 막힌 부분을 뚫어지는 일은 그에게 천직이었다.
그는 최근 국가기관에서 통보를 받았다. 이 업을 의사협의회쪽으로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천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이제 너도나도 하고 싶은 일이 된 것인가. 그는 시대의 변화에 아이러니 함을 느꼈다. 어쨌든 그는 서랍에 넣어 둔 국가 기관에서 왔던 국가 공문을 한번 더 펼쳤다.
거기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 임명장
이름 : 오똥칠
2061년부로 귀하는 의사들이 똥 치우는 일 및 하수도 뚫는 업을 하기로 법령으로 공표되었기에 직업법 3조 5항에 의거하여 귀하가 가진 똥 푸는 일 및 하수도 뚫는 업에 대한 전문 기술을 가진 자로써 종신직으로 S국립대학의 신설되는 하수도학과 학과장 및 교수로 임명한다. 이에 귀하는 성실히 의사면허를 가진 사람들에게 직업의 기술에 대해서 상세히 지도하여 후학 양성에 힘써야 한다.
날짜 : 2060년 5월 20일
인공지능 교육부 장관 서은혜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