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오늘도 눈부시게 완벽하다.
빛나는 나의 일상, 소중한 지금
퍼펙트 데이즈가 주는 잔잔한 일상의 감동은 여운이 깊었다. 매일 똑같은 루틴 속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찾는 방법을 아는 히라야마의 모습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느낀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행복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을 때가 많이 있는데, 별일 없이 매일 똑같이 하는 일들이 나에게 행복인 것을 요새는 많이 느낀다. 주인공인 히라야마는 아침에 일어나 키우고 있는 식물들에 물을 주고, 자신에게 꼭 필요한 소지품을 챙겨서 집 밖으로 나설 때는 꼭 동전을 챙긴다. 매일 자판기에서 뽑아 마시는 커피도 잊지 않는다.
히라야마는 불필요한 것들을 그의 곁에 두지 않는다. 필요한 물건만 소유하는 모습은 그의 집에서 볼 수 있다. 정갈하고 가지런하게 놓여 있는 물건들. 삶이 정돈되어 있다. 물건이든 관계든 불필요한 것에서부터 벗어나 진정한 나로서의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일터로 가는 길, 차 안에는 카세트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올드팝으로 가득하다. 극 중 조카와 함께 차를 타고 가는 장면이 있는데 아이폰과 스포티파이 세대를 사는 조카가 카세트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아이폰에 넣고 싶어 하자 히라야마는 ‘어떤 가게야?’라고 묻는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디지털 시대를 잘 모르는 세대지만 그렇게라도 어린 조카와 연결되고 싶어 하는 다정함 때문에 그 장면을 몇 번이나 돌려보았다. 카세트테이프에서 스포티파이를 경험했던 세대로써 이 장면이 반가웠다.
일터에 도착해서 자기가 만든 기구로 청소하는데 불평함이 없다. 오히려 더 정성스럽게 그 일을 해낸다. 그저 묵묵히 자기가 해야 할 일들을 할 뿐이다. 그러다 마주하는 사람들에게 잔잔한 미소를 지어본다. 마치 서로의 존재를 확인이라도 하는 듯. 진심으로 타인에게 건네는 따뜻한 인사였다. 화장실에 놓인 누군가의 장난스러운 쪽지도 지나치지 않고 다정함으로 마주한다. 누군지 모를 사람과 함께 한 빙고 게임은 타인과의 연결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히라야마의 모습이다. 서로의 흔적을 매일 확인하며 소소한 게임을 이어가며 종종 미소 짓는 히라야마는 사소한 것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인 것 같다. 영화에서 영상으로 인상 깊었던 것은 어딘가에 비치는 빛이었다. 건물 천장에 비치는 빛, 하얀 벽에서 춤추는 빛, 나무 사이사이로 쏟아지는 빛, 그림자와 빛의 조화들, 무채색의 대비가 아름다웠다. 히라야마는 그 순간을 볼 때마다 미소를 자아낸다.
점심시간이 돼서야 우유와 샌드위치로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 점심을 때운다.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을 가지고 있던 필름 카메라로 기록한다.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기록한다. 좋아하는 순간들, 간직하고 싶은 순간들을 필름 카메라에 담는다. 그의 흑백 사진에 담긴 나뭇잎 사이의 햇살, 코모레비는 빛이 난다. 우리의 반복되는 일상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것처럼.
퇴근 후 자전거를 타고 나가 동네 목욕탕에 가서 목욕을 하고, 단골 가게에서 즐기는 맥주 한 잔, 잠들기 직전까지 책을 읽는 모습, 쉬는 날이면 빨래방에 들러 빨래를 돌리고, 필름 롤 인화를 맡기고 사진을 찾는 일,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은 과감히 버리고 좋아하는 사진만 남기는 일, 이 사소한 일상의 행복을 놓치지 않는 히라야마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평범하고도 소중한 그 반복됨이 미소 짓는 히라야마를 빛나게 한다. 매일 비슷하게 반복되는 일상이 쌓이고 쌓여 히라야마의 인생이 된다. 그의 색깔이 하루하루의 삶 속에 묻어난다.
조카와 자전거를 타고 강변에 이르렀을 때 조카가 그 끝에 다다른 바다에 가자고 한다. 히라야마는 ‘다음에 가자’라고 말하며 다음 말을 이어간다. ‘다음은 다음. 지금은 지금.’ 기약 없는 다음보다 함께 하는 지금이 소중하기에 그는 조카에게 그렇게 말한 것이 아닐까? 지금을 살아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지금은 순식간에 과거가 된다. 그래서 우리의 지금이 소중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일상을 잘 유지하는 히라야마의 노력들이 보였다.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삶의 모습은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다. 나의 지금, 조그마한 변화들의 반짝이는 순간들을 잘 찾아내고, 누릴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완벽한 하루, 퍼펙트 데이즈
일상을 평온하게 지켜가던 히라야마의 일상에도 크고 작은 파동들이 있었다. 같이 일하던 동료 타카시의 일탈, 갑자기 찾아온 조카와의 만남, 조카 덕분에 만나게 된 여동생과의 만남에서 눈물을 흘리는 히라야마, 술집 여주인의 전 남편과의 짧은 만남이 일궈내는 파동들은 사실 만만치 않은 변화였다. 현실의 아픔일 수도 과거의 트라우마일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자신이 고수하고 있던 일상을 깨트리지 않으려 또 하루를 살아간다.
마지막 장면의 히라야마의 표정은 여러 가지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명장면이다. 삶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희로애락이 드러난다. 정답은 없다. 오롯이 혼자 받아들여야 하는 시간이었을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 햇빛이 그를 강렬하게 비추었다.
우리의 오늘, 살아온 모든 순간순간이 완벽하다.
퍼펙트 데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