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탐방, 아이들의 이름을 다 아세요?
동네 탐방 지난 이야기 : 초등학교 풍경
동네 탐방의 진짜 주인공
갑자기 한파가 덮쳤던 어느 날이었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한 아이들을 픽업 가기 위해서 학교 정문으로 향했다. 지금은 방학 시즌이라 학교의 문은 잠겨 있었고, 쪽문이 열려 있었다. 쪽문으로 걸어 들어가다 보면 작은 공간의 사무실이 보였다. 따뜻한 온기가 새어 나오는 거기에서 아이를 기다리며, 그곳에 계신 분과 이야기를 잠시 나누게 되었다.
“이전보다 아이들이 참 많이 줄었죠? “
“학교는 엄청 커요. 예전엔 1000명도 거뜬히 다녔을 정도로 학교가 큰데, 지금은 교실이 많이 비어 있어서 안타까워요. 그래서 초등학교랑 유치원이랑 건물을 같이 쓰는데, 그래도 공실이 많아요. 아이들로 가득한 학교가 그리워요. “
“참 슬픈 현실인 것 같아요. 제가 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한 학년의 반이 15개, 한 반에 학생수는 30명도 넘었는데 말이에요.”
“그러니까요. 아이들을 오래 보고 싶어요.”
코로나 전 후로 초등학생의 전교생 수가 말도 안 되게 줄었다. 지금은 전교생이 500명 남짓 되는 학생들이 다닌다고 한다. 재개발 권에 사는 가구들은 대체로 서울 외곽으로 많이 이사를 가기 때문에, 서울에 있는 초등학교의 학생수는 점점 줄어들고 학교는 없어지는 추세라고 하니 마음이 아프다. 이 대화에서 그분은 진심으로 현 상황들을 안타까워하셨다. 아이들을 오래 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이야기도 덧붙이신다. 그래도 덕분에 금호동의 언덕 자락에 있는 한 초등학교는 여전히 건재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분명했다. 학교가 소중하고 아이들이 귀한 요즘, 학교를 다니는 우리 아이들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분들이 학교에 계셨다. 그들은 바로 학교 보안관분들이다.
든든한 지킴이. 보안관님
학교 보안관님들이 하시는 일은 다양하다. 그중 제일 중요한 역할은 아이들의 안전을 담당하는 것이다. 매일 아이들의 등·하교 시간마다 지나가는 자동차들의 질서를 관리하고, 아이들이 도보로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지도하시는 분들의 열정과 수고는 날이 더우나 추우나 날마다 변함이 없다. 아이들을 대하는 표정과 대화는 자신의 손주를 대하는 것처럼 또는 가장 소중한 누군가를 대하는 것처럼 늘 밝고 다정하다. 동네 탐방을 계속하면서 그분들이 더 빛을 발하는 순간들을 만나게 되었다.
00야, 차 오니까 안쪽에 와서 서 있어.
00야, 오늘 피아노 가는 날이지? 저기 선생님 기다리고 계시네.
00야, 새해 복 많이 받아라.
차 조심해서 안녕히 가세요.
엄마 손 꼭 잡고 조심히 가세요.
좋은 하루 보내라.
하교 시간, 학교 정문 앞은 정신없이 집으로, 학원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아이들로 소란스럽다. 한창 장난기 넘치는 아이들은 질서 있게 걸어 내려오는 아이들 사이사이로 왁자지껄 발소리 쿵쿵 내며 우다다다 뛰어 내려오기도 한다. 신기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 한번 없다. 그런 아이들 사이로 내가 만난 3명의 보안관님의 역할은 제대로 빛이 난다. 아이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시며 아이들을 배웅하는 모습,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아이들과 눈 마주치며 이야기하시는 모습, 아이들의 사적인 이야기까지 알고 있어서 아이들과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모습이 참 다정하고 아름답다. 아이들에게 향한 시선과 귀는 항상 열려 있었다. 한 명도 놓치지 않고 아이들의 이름을 꼭 불러주는 모습이 강하게 남았다.
전교생이 아무리 500명 정도라고 해도 아이들의 이름과 상황, 다음 일정들에 대한 것까지 기억하기란 쉽지 않을 텐데 이것이 가능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아이들을 향한 마음이 명확하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소중히 대하는 마음,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 학교를 즐겁고 안전하게 다녔으면 하는 마음이 한 치도 흐트러짐이 없기에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어떻게 아이들의 이름을 다 아세요? 대단하세요.”
“아이들 예쁘잖아요.”
아이들은 학교 보안관님들을 오래 기억할 것이다. 그들의 진심이 아이들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있는 곳에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세상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서 한 명도 놓치지 않고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세상은 아직 다정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사람들.
그들이 이 동네에 진정한 히어로이다.
학교 보안관님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