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글 14

by 기록

구상 없이 즉흥적으로 쓴 사례. 활용 동의 받음.

우연히 이 글을 보시는 분은... 즉흥적 쓰기임을 반영하여 조언을 주셨으면 합니다.


지금은 내 머리카락이 많이 길어서 거의 단발이 되었지만, 15살 8월 정도부터 한동안 투 블록 헤어스타일을 유지했었다. 자른 이유는 투 블록이 마음에 들었고, 나와 잘 어울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자르고 보니 정말 잘 어울려 꽤 오랫동안 짧은 머리를 했다. 그리고 머리를 감고 말리는 데 10분 남짓만 소요되는 것도 좋았다.


그러나 나의 헤어스타일을 두고 사람들은 많은 말을 했다. 대게 좋은 말보다 싫은 말이 많았다. 어머니는 투 블록으로 머리를 잘랐던 첫날에 "여자치고 머리가 너무 짧다"고 하셨다. 성별에 대한 오해도 정말 많이 받았다. 공중화장실에서 나가라는 소리도 들었고 나를 처음 본 사람들은 대다수가 나를 남자로 보았다. 단순한 착각에서 그친다면 나도 괜찮다. 아직 사회는 성별과 머리 길이의 상관관계에 대한 통념이 있기에 나와 초면이라면 충분히 나를 남자로 인식할 수 있고 나도 그것을 이해한다. 그러나 여기에 "머리가 짧은 걸 보니 탈코르셋을 하는 것이냐" "페미니스트라서 남자를 싫어하느냐" "남자들은 머리 짧은 여자 싫어한다" 등의 말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내가 페미니스트이든 아니든 그게 내 머리카락과 무슨 연관이 있단 말인가?


나의 성 정체성이나 지향성에 대한 오해도 많았다 "남자가 되고 싶어서 머리를 자른 것이냐" "여자랑 사귈 생각이 있느냐" 등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의문을 가졌다. 내가 동성애 자는 아니지만, 만일 동성애자라서 여자를 좋아한다고 하면 그게 내 머리카락이 짧은 이유가 되는 것인가? 또한 투 블록이 언제부터 남자만 할 수 있는 헤어스타일이었길래 남자가 되고 싶냐는 말을 듣는 걸까? 사람들이 내게 했던 말 중에 페미니스트나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섞여 있는 것이 싫었다.


이런 말들을 거의 2년간 지속적으로 듣다 보니 스트레스가 너무 쌓여서 결국 나는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사람들은 혐오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것일까? 국제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포스터를 들고 있는 한 손의 그림을 보았다. 어쩌면 사람들이 내게 성 지향성을 물으며 비웃었던 것에도 기저에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깔려 있는 것이다. 그러나 소수자는 말 그대로 비주류 세력이고, 사람은 사람일 뿐인데 그들이 혐오 표현을 들어야 할 이유는 없다.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기본권이지만 자유를 지키는 게 인권을 지키는 것보다 우선시돼야 할까?


페미니즘에 관한 말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나는 내가 페미니스트라 생각하는데, 그 당시 페미니즘의 일환으로 머리를 자른 것은 아니었다. 물론 우리나라 페미니즘은 조금 과격한 노선을 타고 있지만, 기본 틀은 그동안 차별받아 온 여성들도 남성들처럼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놓고 내가 페미니스트라고 낙인을 찍었다. 그래서 중학생일 때 남학생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우리는 근거 없는 혐오 표현을 멈춰야 한다. 또 타인을 내 생각대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 또한 지양해야 한다. 혐오 표현은 특정 대상에 대한 혐오를 표출하는 것이고 엄연한 피해자를 낳게 된다. 절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용인될 수 없다. 모두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존중할 때 우리는 진정한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20114 ㅅㅈㅎ. 45분 내리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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