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이 드문 터널.
한 여름밤 특유의 후덥지근한 공기 그리고 그러한 공기가 보이지 않도록 내리 감싸는 어둠.
어느 어둠이나 보이지 않는 것은 매 한 가지겠지만 유난히 터널 입구에 서면 그 어둠은 더욱더 어두운 어둠이다. 아마도 빛에 닿았던 곳과 처음부터 끝까지 어둠 속에 있던 곳은 그림에 검정을 덧칠한 것처럼 같은 어둠이 아닌 듯하다.
-찌르르 찌르르 찍!
여름 벌레가 무슨 기척을 느꼈는지 순간 적막이 흐르고 갑자기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어둠을 일렁이며 누군가 터널 밖으로 향한다.
-...... 너희가 아이와 같지 않으면 결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조금씩 앞으로 나오는 그림자 하나가 이 되뇌임을 들었는지 가만히 다른 그림자를 바라본다.
-할머니가 자주 되뇌시던 말씀이야.
그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집이라고 하는 것은 비를 가려주고 더운 햇빛을 가려주고 그거면 족할 법도 하지만 인간들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큰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작은 정원조차 가질 공간이 없어서... 자기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땅이 없어서 그래서 아마도 집 안에 화분을 두고 반려식물이라 이름 붙이며 위안을 얻는 듯하다. 높게 높게 솟은 아파트 한쪽에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가 있고 그 놀이터 뒤쪽으로는 아파트 주민들이 다닐 수 있는 산길이 있다. 이 아파트 산길을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어딘가 원정을 가는 듯하다. 근처 산을 가는 것이지만 자연을 만나러 가는 것이 아니다. 이들에게는 비싼 옷의 마크와 신발을 보여주기 위한 곳으로 자신의 멋진 몸매와 잘 관리된 신체를 자랑하기 위한 공간으로 그곳을 선택한 것이다. 산은 이들에게 콘크리트 가득한 도시 내에서 격벽으로 가려진 칸칸에서 아파트 단지 밖에 있는 사람들은 그들의 부를 아파트를 보고 알 수 있었지만... 아파트 내부에서는 그것을 알려줄 수 없기에 그들은 모두 똑같은 모양의 상자를 나와 자신의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 택한 것이다. 그들이 숲에 어울리게 만들었다는 나무 데크로 잘 가꿔진 산길로 향하는 것은 하나의 수단에 불과했다.
누군가 가장 부자 동네는 가장 가난한 동네와 함께 하고 부자는 가난한 사람과 떨어질 수 없는 관계라고 했다. 부유한 사람들은 자신의 일에 몰두하고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나머지 것들은 가난한 사람들이 그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세상의 흐름이 이곳에도 적용이 되는지 아파트가 눈에 보이는 방향의 산길은 잘 정비되어 있는 길이지만 이 산을 넘어가면 이 아파트에 생계가 이어진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이곳에 모인 집들은 모두 제각각이었다. 양철로 된 지붕도 있고 전통을 챙길 것 같지 않은 콘크리트로 대충 만든 사각형 건물에 어디선가 가져온 기와가 얹혀 있기도 하다. 그리고 살림살이에 조금이나마 보태려고 만든 텃밭이 집집마다 있었다. 그런 집들 사이 나무로 지은 다닥다닥 붙은 두 집에 오누이는 아니지만 사이가 좋은 소년과 소녀가 살았다. 두 집 지붕은 서로 맞닿아 있었고 그 사이에는 빗물받이가 있었다. 그 빗물받이가 두 집이 서로 다른 집임을 구분할 경계선 역할을 할 정도로 두 집은 너무나도 가깝게 붙어 있었고 그래서 이 집에서 저 집으로 서로 넘나들 수 있었다. 두 집 모두 그 좁은 공간... 어디서 날려왔는지 조금만 더 자라면 창문 높이만큼 자랄 망초가 그 틈 사이에서 자라나고 있었다.
여름이 더 짙어질수록 망초는 점점 더 자라 두 집 사이 꽃으로 다리는 놓는 모습이었다. 소년과 소녀는 창문으로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할 말이 없을 때는 괜히 '망초가 이만큼이나 자랐다'는 말은 던지곤 했다.
창문 턱 위까지 넘어선 망초를 보고 있다 보면 소녀가 보였고 소년이 보였고 둘을 서로를 볼 때마다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이런 시간도 겨울에는 끝이었다. 창문이 서리로 꽁꽁 얼어붙을 때면 아이들은 난로에 구리동전을 데워 창에 대고 '꾸~욱'하고 눌렀다. 그러면 순식간에 밖을 내다볼 수 있는 동그란 구멍이 생겨났다. 그 구멍으로 바라보면 소녀가 보였고 소녀의 다정한 눈망울이 밝게 빛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여름에는 창문 밖으로 머리만 내밀면 만날 수 있었지만 겨울이 되면 추위에 얼어붙은 창문 때문에 만나기가 어려웠다.
서울 특정 지역에 가사 도우미 분들이 출퇴근하는 신문 기사 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