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경험 공유 - 계획
나 자신을설득해서 움직이도록 만들기.
200명이 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상황을 지켜봤을 때, 글쓰기 계획을 세운 후 글을 썼다고 자신의 글에 자기 점검(체크)하고 글을 쓴 학생은 없었습니다. (쓰기 제출 용지에 자기 점검 질문 제공. 50분 중 5분 설명) 이는 글쓰기 계획을 개요 짜기로 인식하는 생각에 근거했다고 봅니다. 쓰기 전 주어진 과제를 읽고 자신의 기억에서 활용할 내용을 떠올리는 것을 쓰기 전 계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면 상당수가 계획을 했다고 답을 했을 것입니다. 이는 학생들이 제출한 결과물 중 잘 쓴 글들을 근거로 알 수 있었습니다.
글쓰기 계획이란 표면으로 드러나는 활동이 아닌 글을 쓰기 위해 구성을 갖추겠다고 속으로 생각하는 것부터가 계획의 시작이라고 봅니다. 마구잡이로 널려 있는 퍼즐 조각을 일정하게 나열하면 보는 사람에 따라 나비모양도 되고 자동차 모양도 됩니다. 의미가 없던 것에 퍼즐을 움직이는 사람이 의미를 부여하고 그 퍼즐을 보는 사람은 이전까지는 널려진 퍼즐이었지만 일정하게 배열한 이후에는 그 모양이 암시하는 의미대로 그 퍼즐의 모양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처럼 써야 한다는 상황이 주어졌을 때 자신의 생각 중 일정 부분을 선택하고 마음 한쪽으로 몰아두는 것부터가 계획의 시작이라고 봅니다.
200명이 넘는 학생 중 1/3 정도는 백지를 냈습니다.(학생 학습 기록을 위해 전부 읽고 읽기 좋게 컴퓨터로 옮겼습니다. 기록 결과가 200건이 넘지 않는 것은 학생이 자신의 글 활용을 허락해 주지 않은 경우와 백지를 낸 경우가 제외되었기 때문입니다.) 과제는 수업한 내용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쓰는 활동이었습니다. 자신이 배우고 읽고 토론한 내용 중에서 자신이 의미 있다고 판단하는 것들을 선택하고 원인과 결과에 맞춰 순서를 배열해 자신의 이해를 표현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렇게 사전 준비 과정이 길었지만 상당수 학생들은 쓰지를 못했습니다. 그 원인은 의욕이 없거나 쓰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나머지 1/3 정도는 책을 보고 필요한 내용들을 추려서 모은 경우였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학생들과 비교할 때, 이 경우는 내용들 사이 비교와 순서 나열 활동이 내포되어 있다고 봅니다.
마지막 1/3 정도는 책의 내용과 자신이 아는 것들을 추려서 특정한 순서에 맞도록 나열한 경우였습니다.
이 상황을 보면서 쓰기 활동 전에 동기 여부가 얼마나 큰 차이를 가져오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시작점을 만드는 활동으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는 시간을 갖는다거나 원하는 물건을 주는 것. 말로 하는 응원, 대입과 같은 필요 상황 제시 등이 있을 것입니다. (외적 동기 유발의 경우 자원적 한계가 있고 당연하게 할 행동에 대하여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더욱 하지 않는 경향성을 만듭니다. 따라서 간식을 주는 등의 보상 활동은 주의해야 합니다. 또한 스스로 잘하는 친구들에게는 외적 보상을 받는 친구들과 달리 아무런 보상도 없어서 활동의 참여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도 있습니다.)
개인의 쓰기 또한 이런 동기가 바탕이 되어야 쓰기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백지 - 앞면을 채우는 정도 - 뒷면까지 채우는 정도로 단순하게도 결과가 나뉩니다.) 그래서 쓰기 전 대략적인 구상을 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왜 써야 하는지. 누구를 위한 글인지. 이 글을 완성하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등을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대다수의 쓰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가장 많은 상황은 점수를 부여받아 대학 진학에 활용하거나 경품과 같은 물질적인 보상이 있는 경우일 것입니다. 그리고 쓰는 것을 즐겨서 자기만족을 위해 쓰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어떤 이유이든 자신의 손이 움직이도록 하기 위한 자기 납득 과정이 우선되어야 쓰기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이렇게 쓰는 이유를 만들어 두면 쓰는 중에 막혔을 때, 다시 펜을 잡을 수 있도록 생각을 다잡아 주는 역할을 합니다. 물론 이 내용은 개인적 경험에 의한 의견일 뿐입니다. 사실과 다르게 의견은 타당하다 판단하면 수용하고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반론을 형성해 해당 의견을 수정하거나 배제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될 것입니다.
계획이라고 하는 것은 개요 짜기와 같은 눈에 보이는 활동 전에 생각도 포함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계획을 하면서 내가 왜 쓰고 누굴 위해 쓰는 등 다양한 생각을 하고 그것을 잡아 정리해 두면 이후 쓰기가 막혀서 괴로울 때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고 다시 펜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마치 동일한 조건에서 글쓰기를 한 아이들 중에서 일부는 시작도 못하고 일부는 있는 자료들만 조합하고 일부는 주어진 자료와 자신의 경험을 조합한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계획 안에 자신과 상황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잠깐 넣으면 도움이 될 것이라 봅니다.
이전에 계획하기에서 예상 독자는 누구인지. 분량과 쓸 수 있는 시간을 얼마인지. 어떤 내용들을 활용할 것인지 등 틀에 잡힌 방식으로 접근했다면 지금은 컴퓨터로 즉흥적인 쓰기 습관이 늘어났고 그런 쓰기 방식이 익숙한 시대라고 봅니다. 따라서 쓰는 과정에서 간략한 구상(과제 확인, 활용할 내용 연상 등) 또한 계획하기의 일환으로 보고 계획하기의 범주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한편 계획하기에서 이전에는 인지적 측면만 구상 사항에 넣었다면 이제는 동기라는 부분에 대해서도 계획단계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책 읽기. 대화 나누기, 매체 자료 조사하기 등 사전 활동을 했어도 하고 싶지 않으면 백지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또한 쓰는 것이 익숙한 경우라면 쓰던 중 막힘이 생겼을 때 계속해서 써 나갈 힘을 주기 때문에 계획단계에서 미리 준비해 둘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계획 (생성 + 조직)] - [표현] - [고쳐쓰기] : 전체적으로 자기 점검과 조정
[계획 (동기 + 생성 + 조직)] - [표현] - [ 고쳐쓰기] : 전체적으로 자기 점검과 조정
첨언. 학교에서 중간, 기말 시험을 볼 때. 시험 전에 힌트를 주는 것은 언제 시작된지는 모르겠지만 오랜 시간 이어져 자리를 잡았습니다. 쓰기 활동에 있어서도 핵심 내용을 2회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지만 이 내용을 활용하지 않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이런 상황들을 근거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동기라고 봅니다. 그리고 모든 교과의 1단원은 자신 살피기와 동기 관련 단원이 있어야 변화된 사회에 적합한 대응법이 아닐까 합니다. (동기 유발에 체벌 불가능. 학생 판단으로 지나친 개입은 건의를 통한 제도적 개입으로 작용)
이 과정에서 교과서에서 말하기 어려운 금전적 부분이나 사회적으로 하는 일에 따른 어려움의 차이와 같이 현실적인 부분은 교사가 보충 설명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