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업무 시작 초기부터 전자자료에 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전자책은 조금씩 보급되고 있는 중이지만 이보다 더 보급되지 않던 시기 독서 토론을 하기 위해 책을 타이핑 친 후에 학생들과 나눠 읽고 독서 토론을 진행한 일이 있습니다.(물론, 저작권에 문제 있는 행동임을 압니다. 익명이 아니라면 이런 진솔한 이야기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후 전자책의 필요성을 학교와 공공도서관에 요청했지만 적극적으로 의견이 수용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은 최근에 전자책을 공공도서관에서 보급하고자 힘쓰고 있습니다. 협조 공문이나 돈을 들여서 코팅이 되어 반짝거리는 홍보지들이 그 근거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제 경우 전자책 활용을 학교에 널리 알리는 대신 학교에서 원하는 전자책 구매를 적극 반영해 주기를 직원분과 협의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후 학교에서 전자책을 활용한 행사를 하고 이를 통해 더욱 관계를 공고히 해 나갈 계획입니다.
1-2년 정도 전에 학교도서관 저널에 저작권 관련 글을 쓰면서 많은 독서 관련자들이 OTT(Over The Top)를 학교 도서관에 반영할 수 있도록 업체에 요청을 넣자고 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역 도서관 간담회에서도 이를 언급했습니다. 조사 당시에 OTT 업체는 개인 대상 상품만 내놓고 법인 대상 상품이 없기에 학교나 공공도서관에서 서비스를 구매할 수 없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1인의 목소리는 작지만 많은 사람들이 요청하면 법인 대상으로 한 상품이 생기고 이것을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 근거는 전자책의 도입 초기에는 회의적이지만 이제는 전자책을 보도록 홍보비용까지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N사 조사 기준으로 해외 기업이라 공공 부분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도 많은 학교 도서관 담당자분들이 요청을 넣어 학교에서도 많은 영상자료를 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가장 적은 예산을 집행할 때 저 혼자 800만 원 많이 집행할 때는 1800만 원에 별도 지원금과 기증받은 도서까지 포함하면 2천만 원 가까운 자료 구입비를 1인이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학교 도서관이 연합하면 그 거대한 자금력만큼 또한 공익성을 바탕으로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데 아직도 해당 서비스를 도입하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학교에서는 교사 개인 개정으로 학생들에게 영상을 틀어줍니다. 아마도 이미 이렇게 활용하고 있는데 법인 대상 서비스를 요구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변화하지 않는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이는 저작권을 어기는 일입니다. 이와 관련 시 시간이 흘러 전자책을 공공도서관에서 서비스하는 것을 넘어 홍보비용을 쓰는 상황이 되었듯이 언젠가는 조금 더 권한을 많이 가진 사람들이 필요성을 느끼면 학교에서도 OTT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현재는 법을 따르는 방식으로는 DVD 제공이 전부입니다. 이마저도 DVD로 나온 지 일정 기간 이상 되었을 때 다수의 학생들 대상으로 상영이 가능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저작권을 지닌 영화사에 전화를 해서 허락을 구해야 합니다.
저작권 관련하여 조금 더 옆길로 빠진다면 초등학교에서 가장 많은 활동이 동화책을 읽어주는 활동입니다. 그런데 동화책을 공개적으로 읽어주는 것도 출판사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점입니다.(하지만 이 또한 잘 지켜지지 않는 부분입니다.) 제가 원격수업을 위해 자료 활용 허락을 받을 때 출판사는 50%의 그림만 활용하라고 했습니다. 또한 수업 기록은 금지 요청했습니다. 동화책의 경우 같은 이야기라도 그림이 다르면 별도 동화책입니다. 그래서 그림에 대한 저작권 보호를 위해 절반의 그림만 보여주고 보여주지 않는 그림 부분에서는 이야기만 읽어주라고 제안한 듯합니다.
서론이 이렇게 긴 것은 DVD 관련 이야기와 지금 만화책 관련된 이야기가 서로 통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OTT 서비스를 학교에 도입할 수 없음을 알게 된 후 DVD를 공공도서관에서 구매한 후 학교 대상 장기간 대출하는 서비스를 부탁한 일이 있습니다. 이 일의 계기는 학생들과 동화 만들기를 하는데 초등학교 2-3학년들이 만드는 내용이 칼과 총 또는 폭탄을 활용한 폭력적인 살인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아이들이 보는 유튜브 영상보다는 전체 관람가를 받은 영상들을 통해 해결해 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DVD는 이용 형태가 1회 시청 후 매력도가 떨어져 잘 이용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공공도서관에 지역 학교 전체를 대상으로 DVD를 구매해 장기 대여하고 학교는 이를 바탕으로 일정기간 프로젝트 수업할 것을 제안한 일이 있습니다. 지자체에서 가장 큰 공공도서관에 연락을 했고 관장님께 그 이야기를 전달해 주길 부탁했으나 실무자 선에서 난감하다는 듯이 거절되었습니다. 그래서 이후 지자체장이 참여하는 행사에 가서 편지를 전달했으나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DVD를 공공도서관에서 구매하여 지역 학교 전체에 장기 대출해서 학생들이 영상에 익숙해서 쉬는 시간에 폭력적 영상을 보는 것보다 디즈니나 기타 검증된 영상을 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일반행정분야의 분들은 이에 대해 공감하지 않으셨습니다. 이 부분은 이후 시간이 흘러 OTT 서비스를 학교에 도입하거나(=합법) 현재 이뤄지고 있는 선생님 계정으로 틀어주면 되기에(=불법) 그러려니 하고 지나갔습니다.
최근에는 다시 의견 대립이 생긴 것이 만화책 부분입니다. 읽지 않는 정보를 담은 만화 이외 소년 만화, 웹툰 등을 교육부 산하 도서관에서 구매(DVD는 공공도서관. 만화책 건은 교육부 소속 도서관과 있었던 일입니다.)하고 학교 도서관에서 연합해서 구매해 해당 만화 서가를 공유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공유 방식에는 도서관 버스를 활용하는 것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학교 도서관을 담당하는 중앙부에서는 만화책보다는 학업을 지원할 자료에 초점을 둬서 만화책 구매를 지양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저는 이런 부분이 학교 도서관을 담당하시는 분들이 공공도서관 소속분들이라 교육적 관점을 지식으로 익히고 리포트로 작성하고 생각할 기회가 적으셔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개인 생각으로 학교 도서관을 담당하는 직책을 맡게 될 경우 교과 중 하나 또는 교육학 분야 관련 상당 수준의 연수를 받아야 교육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학교와 소통이 원활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정책을 내는 중앙에서 만화책 구매 및 비치를 점차 줄이기 희망한다는데 직접 대응하기는 부담스럽지만 누군가 이 글을 읽고 다른 관점에서도 생각해볼 기회가 생기길 바랍니다.
우선 만화책은 1회 읽으면 다시 읽는 경우는 드문 일입니다. 그래서 학교 도서관에서 구매하면 그 활용도가 과제를 위해 읽는 일반 책들보다 떨어집니다. 게다가 만화책은 여러 권이 한 세트이기에 일반 책 보다 비용과 공간을 많이 차지합니다. 또한 취향도 다 다르기에 구매했을 때 그 활용도는 미지수입니다. 이런 이유로 학교 도서관에서 만화책을 구매하는 것은 부담스럽습니다.
그래서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공공도서관에서 구매해서 도서관 버스를 활용해 공유하거나 학교 도서관들이 연합해서 구매하는 방식을 제안한 것입니다.
활용이 아닌 내용면에서 일반 정보를 다루는 책들과 비교했을 때 선정적인 그림과 정보가 적은 것이 문제입니다. 하지만 영상 중심의 생활을 하는 아이들에게 문자를 읽고 생각하는 것이 미숙한 상황에 문자 친숙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만화책이라도 활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만화책이라도 읽게 하고 싶다는 경우는 학생들이 교과서 한 문단을 보다가 말고 한숨 쉬고 폰을 잡는 모습 때문입니다. (학교 현장의 문제와 생활지도 측면은 나중에 조금 더 사례 축적하고 별도로 다룰 예정입니다.) 문자는 해당 단어를 보는 순간 머리에 뜻이 떠오르고 그 뜻을 연결해서 의미를 구성해야 합니다. 하지만 문자에 대한 친숙도가 점점 떨어져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 상황을 생각한다면 만화책이라도 읽어서 문자에 친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만화책 중 일반 모험 만화처럼 이야기를 담은 경우는 서사 교육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서사 교육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것은 인물이 처한 상황. 감정. 갈등에 대한 대응 방식 등입니다. 이야기가 담긴 만화도 주인공이 있고 주인공이 적을 만나고 맞서 싸우거나 어떤 물건을 구해 오라는 방식의 주문을 받는 등. 이야기에 대한 기억과 인물들의 감정, 갈등, 갈등 해결법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만화책 중 역사를 다룬 소년 만화와 역사 정보를 담은 만화의 활용은 조금 다릅니다. 역사를 다룬 만화의 특징은 일반 역사책의 수많은 역사적 사실 중 일부만 활용하고 허구를 가미하는 것이 역사물 소년 만화. 일정 정보만 추려 시대 흐름상 역사적 현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역사 정보를 담은 만화라고 봅니다. 이들은 공통점이 역사를 흐름으로 제시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학생들이 이들 만화를 편안하게 보고 일반 역사책을 활용해서 심도 있는 활동으로 나아가도록 활동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일반 역사책의 목차를 보고 정보를 찾는 것보다 만화책을 보고 맥락을 파악한 다음에 선택한 사건에 대해 정보를 파악할 때 더 오래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한편 과학만화의 경우 그림만 있지 담는 내용이 과학 용어와 정보이기에 학생들이 기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때 소설책조차 읽기 싫은 학생에게 다양한 만화들이 모인 곳에서 고르게 하면 과학만화란 것에 손사래를 치면서 소설을 만화화한 경우나 역사를 만화화 한 경우를 선택합니다. 아마도 과학 만화는 용어 자체도 낯설어서 하단에 있는 주를 읽어가며 봐야 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읽어가며 과학적 지식이 필요하고 역사 만화가 인물을 따라간다면 과학 만화는 과학자를 제시하지만 그 인물이 제시한 이론이 발견되기까지 과정을 제시하기에 다른 만화들보다 선택을 덜 받는 경향이 있다고 봅니다.
제 경우 적게는 800만 원 많게는 1천8백만 원 이상의 자료 구매를 합니다. 여기에 기증받은 책의 가격이나 기타 지원금으로 구매하는 책의 비용까지 포함하면 2천만 원도 넘을 것이라 봅니다. 이 많은 금액에서 소년 만화를 구매하는 금액은 매우 적습니다. 1개 세트를 구매할 수 있으면 다행입니다. 학교에서 학업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는 많은 지원을 하고 해당 프로그램을 위해 다양한 책들을 구비해 둡니다. 하지만 학교에 이런 학생들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학교 가기 싫은데 부모님의 간곡한 부탁으로 나오는 학생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그런 학생들의 비율도 생각해서 1/3 정도인 600만 원 정도는 이들 학생들을 위해 만화책을 구매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영상만 시청하는 지금 시대의 학생들에게 만화책으로나마 문자 친숙도를 높일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만화를 보던 중 모르는 단어를 해당 장면을 통해 추론하거나 찾아본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이란 생각이 듭니다.
영상과 만화책 모두 학습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적 측면에서 본다면 특히 문자 친숙도와 관련해서 본다면 영상보다는 만화책이 더 효과적이라 봅니다. 그 이유는 영상의 경우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자극하며 순간적으로 지나가 생각할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그와 비교해 만화책의 경우 멋진 그림에서는 잠시 멈추고 인물들의 말과 서술자의 서술(인물 대사 없고 배경에 설명만 적히는 경우)을 읽으면서 자신이 의미를 만들어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읽는 속도도 자신에 맞춰 조절합니다. 동일한 만화책이 주어졌을 읽는 속도가 느리다는 것은 의미를 구성함의 증거로 볼 수 있다고 봅니다. (제 경우 소년 만화 1세트만 21년도에 구매 및 비치할 수 있었습니다.)
공공 도서관에서 만화책 버스를 만들어 장기간 학교를 대상으로 대출해 준다면 학습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만화책에 빠지는 부작용을 우려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자 친숙도가 떨어지는 학생들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자극적인 영상들을 찾아보는 사례를 생각한다면 비교적 출판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를 거치고 나온 소년 만화들을 통해 문자 친숙도를 높이는 것. 문학적 상상력을 키우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적어도 편집된 영상에 시체를 터트리거나 붉은 피가 자극적으로 나오는 것들이 모여 있다면 만화책에서 이뤄지는 살해 장면은 전후 맥락이 있고 악행을 저지른 사람은 주인공이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읽는 속도를 자신이 조절한다는 것 자체가 주어지는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영상과 차이라고 봅니다.
한편 공공도서관을 통한 지원이 어렵다면 지역 학교 도서관에서 1회 적으로 소비되는 만화책의 특성을 고려하여 연합으로 구매하고 공유하는 방식을 취한다면 좋겠습니다. 아니면 영상을 소비하는 것에 대하여 통제할 수 없다면 차선책으로 도서관 내 학생의 성향에 맞춰 예산을 책정해 해당 금액만큼 만화책을 구매하고 학생들이 그것을 보고 무리 지어 이야기하도록 하는 것도 의미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떠한 방식을 시도하려고 해도 위에서 결정이 되어야 실행할 수 있기에... 우연히 이 글을 보신 분이 좋은 상급자와 함께 있다면 시도해 보시고 효과가 있다면 널리 공유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