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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흥적 쓰기 : 부끄러움이 남아 있었습니다.

by 기록

https://naver.me/5pExfErw


휴일이고 쉬면서 수업 시간 활용할 자료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신문 기사 하나를 보았습니다. 후속 보도를 기다려야겠지만 주어진 상황에 한정해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기사문의 내용은 20대 초등학교 교사(29)가 영어 숙제를 거짓으로 제출했다는 이유로 학생의 엉덩이를 11대 때려서 타박상으로 인해 처벌받은 이야기입니다. 이로 학생 측과 3300만 원에 합의를 해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보고 제 자신이 부끄러워 익명을 바탕으로 반성하고자 이렇게 시작합니다.


제 교육경력은 한자리 수입니다. 이런 짧은 교육 경력이지만 비교과 교사이기에 초등과 중등(중등이라 할 때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모두 지칭하는 말입니다. 중등교육)을 모두 오가기에 교과 교사가 할 수 없는 경험들을 합니다. 이 과정에서 기억나는 사례를 몇 가지 제시해 보고자 합니다.

초등학교에서 충격적인 일은 6학년 학생이 제 태블릿에 물을 부으면 어떻게 될까요. 제 물건을 가지고 가져가면 안 되냐는 등의 질문을 합니다. 특히 구매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태블릿에다가 물을 부어보겠다고 종이컵으로 시늉을 할 때... 당황하는 제 모습을 관찰하는 모습을 보면서 화가 났습니다. 학생이 교사에게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을 넘어서서 인간이 인간을 동등한 대상으로 생각한다면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학생의 놀잇감이 되었지만 저는 '그만해라'란 말 이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문제에 대하여 교육청에서 위센터와 같이 학생 지도에 도움을 주기 위한 조직이 있지만 그곳에서도 학생이 교사에 대해 관심을 끌고 싶은 마음에 그런 것이라며 포용하라고 합니다.


중등에서 있었던 일로는 학생이 제 업무 공간에서 도서부 학생들을 주기 위한 간식, 개인 물품을 지속적으로 훔쳐간 일이 있습니다.(여담으로 학생들에게 동기유발을 위한 일회적 간식 제공을 지양하는 추세이기에 사비로 구매한 간식들입니다.) 도서관의 특성상 사서 교사가 없을 경우 학생들이 책을 이용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것이 불합리하다 생각해서 도서관 문을 항상 열어두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책을 읽게 했습니다. 그렇게 책을 읽으며 기다리다가 사서 교사가 오면 책을 빌릴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런 제 교육철학에 바탕을 둔 결정은 1년 넘는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물건을 훔쳐가고 그 피해금액이 개인이 감내하기에는 너무 커서 다른 선배 교사들과 동일한 운영 방향으로 변경했습니다. 도서관을 점심시간에 잠그고 수업 시간에도 잠그고 다닙니다.(시대가 변해서 사서 교사가 도서관 관리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교실로 수업도 가며 그 수업 시간은 사서 교사마다 다릅니다. 제 경우 하루에 많으면 3시간 없으면 1시간 수업을 들어갑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도서관 행사를 위해 구매해둔 과자를 제가 수업을 다녀오는 동안 학생들이 꺼내 먹은 것입니다. 도서관 활용을 위해 다른 선생님이 있었지만 저보다 나이 많으신 선생님은 해당 상황에 대해 인지하시지도 못했습니다. 저는 수업에서 돌아와 왜 자신의 물건이 아닌데 먹었냐고 하니까 친구들이 먹기에 먹었다. 어차피 학교 행사에 쓸 것 아니었느냐 등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를 펼쳤지만 이에 대해서 대응할 수 없었습니다. 더욱 화가 나는 것은 과자와 음료수를 먹다 남기고 아무렇게나 방치한 것입니다. 왜 남겼냐고 물어보니 먹다 질려서, 너무 달아서, 맛이 없어서 등이라 답해서 타인의 물건을 훔친 것에 대한 문제 인식 자체가 없음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남의 물건에 손대지 말라고 말을 하고 마무리지었습니다. 만약 제가 기사 속 선생님처럼 추가 행동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https://m.seoul.co.kr/news/newsView.php?id=20200217002014&cp=seoul

제시된 기사문에서 우연히 주운 종이상자에 감자가 들어서 처벌을 받은 안타까운 사례가 있습니다. 제 경우 학생이 제 물건을 훔쳐간 것 중 가격이 있어서 CCTV를 돌려서 잡은 일이 있습니다. 1만 원 내외의 제품을 다수 도난당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넘기다가 나중에 도난된 물품 금액을 더해보았습니다. 저 또한 인간인지라 피해금액이 누적되어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금액이 큰 물건에 대해서는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CCTV를 계속 돌려서 도서관 입구에서 나오는 학생을 잡아 조용히 이야기를 나눴습니다.(이렇게 지속적인 도난 사건은 처음이라 이 상황에 대한 기억을 위해 해당 영상은 보관하고 있습니다.) 해당 학생은 도서관에 CCTV가 있었냐 그거 촬영하는 것 불법 아니냐고 하면서 자신의 잘못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이 상황에 대하여 위센터와 학생부에 문의하니 경찰을 통해서 해결하는 것 이외에 해결하는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교사가 학생을 고소하는 것은 제가 구시대적 사고를 가지고 있어 그런지 심리적 거부감이 생겨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학생에게 물건을 가져오고 끝내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학생이 2개의 물건(더 가져갔는지 여부는 모르겠습니다.) 중에 가격이 있는 것은 반납하고 가격이 저렴한 것은 친구에게 줬는데 그 친구가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면서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이 상황에서 해당 물품 가액만큼 배상을 받을까 했지만 이 역시 전통적으로 이어져 오던 교사에 대한 교직관이 족쇄로 작용하여 1개의 물건만 돌려받은 상태로 상황을 종료했습니다.


수업 시간에 게임을 하는 학생과 잠을 자는 학생, 화장을 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이 상황이 올바르지 않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하지만 이에 대해서 개입하기에는 심리적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의 반에서는 진도를 나가지만 졸업장만 목표로 하는 학생들의 반에서는 의무감에 혼자 이야기를 하고 나옵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점은 중간 수준의 아이들입니다. 이런 반에는 게임과 화장을 하는 학생.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과 공부를 하려는 학생이 함께 있습니다. 이런 교실에서 공부를 하려는 학생은 교탁과 스크린 앞에 그리고 하지 않는 학생은 뒷자리에. 자리 옮기는 것이 귀찮은 학생들은 중간에 앉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실 운영이란 측면을 인식하고 있기에 그것이 교사가 해야 할 올바른 행동임을 인식하고 있기에 15 - 20분 단위로 개입을 합니다. 심리적 자기만족을 위해 이런 행동을 하는 동안 교탁 주변에 앉은 학생들의 수업권은 침해를 받습니다. 그나마 학습권 침해 정도를 조절하기 위해 학생 활동을 해야 할 때 돌아다니면서 문제 행동에 개입을 합니다.

이런 행동을 하면서 심리적으로 불편함이 일어나지만 교육부에서 이렇게 하도록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란 자기 위안을 하면서 해당 수업을 끝내고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의 반에서 계획했던 수업을 하면서 심리적 위안을 받습니다. (이것이 심리적 위안인 이유는 수업을 준비한 노력이 헛되지 않음과 예상한 반응이 나옴을 통해 자신이 무능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받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이 없이 학습에 관심 없는 반에 전담으로 들어갔다면 교사의 심리상태와 교수력의 하향에 영향을 줄 것이란 생각을 지속적으로 합니다.)


즉흥적으로 떠오른 것을 제시하자면 여선생님 중 나이가 있으셔서 학생의 스타킹 착용에 대하여 여성 옷차림이란 구시대적 발상에 근거하여 발언한 것이 문제 된 일이 있습니다. 이 선생님께서는 자신이 직접 스타킹을 구매해 학생들에게 주는 등 선의를 바탕으로 했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학생도 그것을 중재하는 교육청도 모두 그것을 포용하지 않아 문제 발언으로 분류되었고 이에 대하여 주의를 받으셨습니다.


학생에게 잔소리를 하는 교사가 마음에 열정이 있으며 학생의 행동 변화를 위해 조금 더 움직인다면 그 열정이 대단한 것이라고... 만약 지금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체벌이 부활한다고 해도 체벌을 직접 활용하실 분은 열정이 있는 소수일 것이란 개인 생각을 지속적으로 제시했습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사례를 보면서 제 생각에 대해 조금 더 강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현재 말로 언급하는 것 이외 개입하지 않지만 시대가 조금 더 변해 말 또한 폭력으로 인식한다는 현재 교육 현장 상황에 대한 강조점이 더 심화된다면 말로 개입하는 것조차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과 신체 접촉을 통해 지도를 하는 선생님들은 말로 언급하는 수준으로 변화될 것이란 예측이 가능합니다.

제시된 사례는 하나이지만 저 사례를 본 교사들의 생각에는 영향을 주고 학생에 대한 개입은 더욱더 줄어들 것입니다.


후속 기사가 나와야 하겠지만... 특이한 교사가 아닌 이상은 자신의 사비를 들여서 학생들에게 간식도 사주고 과거에 학생이 하던 일도 시대가 변했다면서 교사가 직접 하는 시대입니다.(학생이 어지르고 다음 시간 수업이 있다는 이유로 그냥 갔을 때 교사가 모두 치우는 등) 그런 상황에서 그리고 제가 경험했던 것을 근거로 할 때... 20대 교사가 1회 적 문제 해동에 의해 체벌을 했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후속 기사를 기다리면서 현재 상황에서 수업 중 학생에 대한 말로 개입하는 수준에서 더 낮은 수준의 개입으로 변화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더 낮은 수준이라고 하지만 그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방치라는 표현이 맞다고 봅니다. 방치라는 것이 심리적 거부감이 들기에 저렇게 표현한 듯합니다.) 합의금 3300만 원을 내도 징역형을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현재 언어 또한 폭력으로 인식한다는 연수 내용이 공유되는 상황에서 과연 자신의 행동을 자신의 철학을 관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교사가 얼마나 될지가 걱정스럽습니다.

그리고 제가 학생에게 피해를 봤어도 교사란 이유로 포용하고 넘어갔지만... 이제는 점차 그런 관계도 사라지고 고소와 고발, 위원회를 통한 당사자를 제외한 기계적 결론 내리기와 처벌이 가득한 공간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후속 기사를 기다려야겠지만... 저는 저 기사를 보고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기사 속 교사처럼 개입하는 것을 포기하고 말로만 개입하는 수준으로 내려왔고 그 수준에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내일부터 출근했을 때 더 적극적으로 학생지도를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늘도 자신의 전문 성을 위해 교과서 이론을 적용할 사회 현상을 찾았지만 문제 학생에 대한 개입 방안을 연구하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합의금 3300만 원을 떠올리며 징역 1년을 떠올리며 11대의 체벌에 대한 대가와 비교할 때... 말로 인한 폭력을 인정하는 상황이나 판례가 나온다면 얼마의 책임을 져야 할지를 떠올리며 점진적으로 '말에 대한 자기 검열'을 강화할 것입니다. 저는 이런 제 행동이 부끄럽지만 이런 부끄러움조차 모르는 사람들... 현재 상황을 만든 사람들이 있기에 그들을 탓하면서 내일 하루도 현장에서 정해진 시간만큼 있다가 저만의 공간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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