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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 있는 범죄자 응원하기

범죄자와 정의를 섞어 재미를 만드는 애니, 그레이트 프리텐더

by 기록

누구나 범죄자가 될 수 있으나 그 길을 선택하진 않는다.

그러나 때로는 일반인도 범죄자를 꿈꾼다.

그것은 범죄 영화나 애니, 소설을 보면서 쾌감을 느끼고 범죄자를 응원하는 것을 근거로 들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현상에 대한 대표적 인물이 조커라고 본다.


조커 같은 인물은 일반인들을 짓누르는 모든 규정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모습에 매력을 느낀다고 봅니다. 현실의 논리로는 조커를 보면 사회에 악영향만 주는 분명한 악당입니다. 하지만 조커 관련 제품이나 별도 영화가 나오는 것을 볼 때, 철저하게 상업의 논리가 작용하는 영화계에서 이러한 모습들은 조커에 대한 특별한 감정이 작용한 결과라고 봅니다


조커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금기로 생각하고 생각만으로 몸서리치는 살인을 쉽게 즐기면서 하는 인물입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손에 꼽는, 자신과 같이 입을 찢어서 죽이는 방식은 조커가 다른 악당들과 차별되는 점들 중 하나입니다. 이런 몸서리치게 만드는 행동에 대해서 패러디물이 있고 조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장면 중 하나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이유는 잔인하기에 감각적으로 새겨지는 것도 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그 장면을 관객들이 인상 깊은 장면으로 선택한 것도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범죄자에게도 철학이 있으며 그에게 동조하는 팬이 있고 외형만이라도 닮아보고자 코스프레를 하기도 합니다.


이와 비교하여 그레이트 프리텐더의 범죄는 사기입니다. 절대로 살인하지 않는다는 규칙도 있습니다. 그들은 범죄자 집단이 분명한데 그 안에 정의를 집어넣었습니다. 이 작품에서 나오는 사기꾼들은 규칙이 있습니다.

악당만 사기 대상으로 삼으며 악당이라도 죽이지 않는다는 규칙입니다. 그리고 이 규칙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 이에게도 철저하게 지킵니다.(마지막 편 참고)


살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악당과 같은 범죄자이면서 그들과 구분을 짓는 장치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범죄자들만 사기의 대상으로 삼아 일반 범죄자들과도 구분을 짓습니다.


이것의 의미를 살펴보면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최대의 금기를 어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등장인물로 나오는 사기꾼들에 대한 거부감을 차단한다고 봅니다. 여기서 말하는 거부감이란 쓴 맛을 보면 자연스럽게 찡그리고(네플리스 브레인 차일드에서 쓴 맛은 원시시대 죽음과 연계된 각인 때문이라 함.) 거부하는 것. 사고를 다루는 방송에서 사체를 보면 죽음을 떠올려서 부정적인 감정이 떠오르고 구토와 같은 행동으로 나타나니 모자이크 처리를 하는 것처럼, 우리의 사고 내에서 일상을 유지하는 것에 장애가 되기에 본능적으로 부정하는 것들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이유로 살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밝히는 것만으로 우리 안에 내재된 동족 살해에 대해 새겨진 거부감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범죄자는 사회적 기준을 어기는 즉, 요즘 유행하는 말로 '선을 넘는 행동'을 언제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봅니다. 일반 사람들이 아무리 독특하다고 해서 사회적으로 약속한 법을 어기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사회적으로 약속한 법을 어김은 물론 재범을 하는 사람은 그 선에 대한 심리적 기저선이 많이 낮아졌을 것입니다. 이는 처음 가는 장소라 주저하다가도 다음에 갈 때는 쉽게 가는 것. 업무를 할 때 처음 주어지는 경우는 매뉴얼을 보고 살피면서 가다가 다음에는 익숙해져서 매뉴얼 없이 바로 일을 시작하는 것들과 일정하게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러한 범죄자들의 특성을 알고 있어도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각각의 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학에서 '멋'은 불규칙 속에서 조화로움으로 봅니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범죄자들 영화가 나오는 것은 아름다운 과 술을 마시고 난 토악물 사이에서 미를 구분해 내는 인간의 특성(심미성: 아름다움을 찾는 성격)을 고려할 때, 범죄자들에게서 '멋'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범죄자들에게 느끼는 멋이란 그들을 바라보는 독자(관객)는 사회적 질서에 억눌려 살지만 범죄자들은 그러한 사회적 선(善이 아님. line)의 일종이라 할 수 있는 경찰들을 농락하면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살기 때문이라 봅니다.


그레이트 프리텐더에서도 '사기'라는 범죄를 통해 사회의 규칙을 농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그 안에서 그들만의 철학으로 어린아이를 인신매매하거나 살인도 서슴지 않고 마약을 판매하는 범죄자들을 속이고 그들이 최고의 가치로 두는 돈, 인간 욕심의 대표적 상징물인 '돈'을 목표한 범죄자가 망할 정도로 가져옵니다.



주인공 에다마메는 성격 좋은 보통의 청년입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인신매매를 하는 조직의 변호사란 이유로 사회에서 배제되었고 그러던 중에 어렵게 구한 직장에서 일을 하다가 그곳이 사기꾼 회사라 전과자가 됩니다. 이렇게 전과자가 되어서 사회 속에서 살 수 없으니 사기를 쳐서 얻은 이익으로 살아갑니다. 그러던 중에 로랑을 만나 내기를 하고 내기에 져서 로랑을 따라다니게 되고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계획 사기 범죄를 저지르는 집단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이 집단에 들어온 주인공 에다마메 마코토는 사기를 쳐서 먹고살지만 남을 속이면서 마음 한 구석에는 도덕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런 불균형을 이루는 모습을 통해 일관된 사람을 보는 것과 다른 위태로움을 찾는 재미가 있습니다.


조금 더 들어간다면 런던의 눈이란 미술 작품으로 사기를 계획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에다마메가 사는 하숙집이 돈이 없어 폐업한다고 하자 하숙집에 걸린 작은 그림을 높은 값에 판매하는 계획으로 하숙집의 재정 문제를 도와주려고 합니다. 해당 그림은 원하는 가격에 팔았지만 알고 보니 유명 화가의 진품이었습니다. 진품을 일반 그림인 줄 알고 낮은 가격에 판매한 것입니다. 그래서 다시 그 그림을 복제품과 맞바꾸고 높은 가격에 판매하려는 새로운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에다마메는 복제품이 아닌 진품을 구매자에게 넘겨줍니다. 하숙집을 구하고도 남을 만큼 충분한 돈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사기꾼 에다마메는 이러한 사기꾼이면서도 양심에 따르는 모습을 보여줘서 애니를 보는 동안 지켜보는 재미를 줍니다. 타인을 속이긴 하지만 사기를 치는 것은 자신이 먹고 살 정도만 사기를 치는 느낌입니다. 이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사기꾼에게 마음이 쏠립니다.


나이가 있는 여 조연 신시아는 정직하게 살아왔지만 가난한 생활에 이렇게 저렇게 살다 보니 범죄 집단에 들어와 있습니다. 젊은 여 조연 애비는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살아남아 부모님을 먼저 보낸 죄책감 속에서 무서운 것 없이 내일 없이 돌진만 하는 강인하지만 연약한 인물입니다.

언제나 바람둥이의 모습을 보여주며 에다마메를 놀려 먹는 로랑은 알고 보면 인생 자체를 자신이 사랑한 여인의 복수를 위해서 단계를 밟고 사람들을 모아 오랜 기간 인내했던 복수에 성공합니다. 그러면서 살인을 하지 않겠다는 규칙을 지켜 자신의 여인을 죽인 사람의 존재를 세상에서 지우지 않았습니다.

이 외에도 나름의 개성을 가진 인물들이 범죄자들을 속이는 통쾌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사기꾼들을 보면서 범죄자들이 정의를 실현하는 혼란 속에 일정한 흐름을 통해 멋을 느꼈습니다.

거짓으로 먹고살면서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인물. 어느 여자에게나 모두 들이대면서 사랑했던 여인을 위해 오랜 시간 복수를 준비해 성공시키는 인물, 내일 없이 위태하게 살면서도 삶을 살아가는 인물 등 혼란 속에 일정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이 멋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이 멋진 애니를 감상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참고. 한국민족 대백과 - 문학 표제어 중 '멋'과 관련된 부분


[전략] 시조가 대표적인 정형시라고 하지만, 시조의 율격은 네 음보씩 석 줄로 이루어져 있고, 마지막 줄의 앞부분은 특이한 규칙을 가져야 한다는 점만 정해져 있을 따름이다. 각 음보가 몇 음절씩으로 구성되는가는 경우에 따라서 달라진다. 그래서 작품마다 율격이 특이하게 이룩될 수 있는 진폭이 인정된다. 정형시로서의 규칙은 최소한의 것으로 한정되고, 가능한 대로 변이의 영역이 보장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그 범위를 확대해서 자유시에 근접하려는 시형이 일찍부터 여러 가지로 나타났다.

시조의 제약이 불편하게 느껴져서 사설시조가 생겼고, 판소리에서는 전체적으로 고정된 격식이 없으면서 갖가지 율격 형태를 필요에 따라서 다채롭게 활용하였다. 그런가 하면, 현대시에 이르러서도 서구의 전례를 따른 자유시로만 보이는 것들 중에도 전통적인 율격을 변형시켜 계승한 예가 적지 않다.

-> 질서가 엄격하면 그것을 파괴하자 바로 무질서가 나타난다고 할 수 있을 터인데, 이처럼 질서 자체가 변이나 변화를 허용하고 있으므로 무질서한 것처럼 보이는 가운데도 자연스러운 질서가 갖추어질 수 있다 하겠다. 이러한 특질은 미의식 일반으로 확대시켜 이해할 수 있다.

흔히 멋이라는 것은 이러한 미의식을 지적한 말이다. 직선으로만 뻗었거나 규칙적으로 모가 난 것은 격이 낮다고 하고, 천연스럽게 휘어진 곡선이나 자연스럽게 이지러진 모습이라야 아름답다고 하는 미의식이 바로 멋이다. 멋은 미술의 선이나 음악의 가락에서 확인될 뿐만 아니라, 문학적 표현의 기본 원리이기도 하다.

멋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한문학에서도, 격식과 꾸밈새를 못내 나무라며 천진스러운 기풍인 천기(天機)를 그대로 드러내고자 하였다. 구비문학이나 국문 문학에서는 시가의 율격은 물론, 수사법과 작품 전개의 방식 전반에서 애써 다듬어 무슨 기이한 효과를 내는 것을 멀리하였다. 일상생활에서 하는 자연스러운 말을 그대로 살리고자 하였으며, 유식한 한문 문구는 웃음을 자아내도록 하고자 끌어오기 일쑤이다.

다만, 현대문학에 이르러서는 서구어 번역체가 등장하면서 사정이 달라진 국면이 있으나, 전통적인 미의식의 계승으로 한때의 어긋남이 극복될 수 있는 전망이다. 함께 일하며 노는 사람들이 누구나 같은 자격으로 어울리는 마당놀이는 한국 예술의 기저를 이룬다.

탈춤을 공연하더라도 놀이패가 하는 짓에 구경꾼이 개입하여 대방 놀음을 유지하고 삶의 영역을 그대로 연장시키면서 비판적으로 다룰 따름이지 극적 환상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비극의 흔적은 찾아내기 어렵고 연극의 전통이 비판적인 희극으로 일관되어온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연극의 영역을 넘어서더라도 비장한 것을 구태여 높이 평가하지 않으며, 오히려 골계미를 통하여 깊은 진실을 드러내고자 한다. [후략]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문학(文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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