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것 찾아보기 4

언어의 종적, 횡적 모습에 관하여

by 기록
출처: 21년 1월 기준 극장 상영 전 광고

21년 1월에 본, 극장에 가면 나오는 광고. 작년 잘 지냈니란 표현에 관해서 지역 방언으로는 '과세 편싯능교'라고 표현함을 알려줍니다. 아마도 사라져 가는 우리말에 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우리말이 잘 보전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보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이 말을 들으면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겪을 것입니다. 그러나 평소에 쓰지 않던 말을 만나는 것은, 평범한 일상 중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언어라고 하는 것은 시대에 따라 변하기 마련입니다. '지갑'이란 말은 종이로 제작된 물품을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는 가죽으로 만든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가죽 지갑'임을 밝히지 않더라도 '지갑을 선물했다'란 말을 들으면 가죽 지갑을 자연스럽게 떠올립니다. 종이란 의미가 들어있는 단어의 겉모습과 다르게 '지갑'은 가죽으로 만든 제품이란 의미가 자리 잡았습니다.

'전자 지갑'이란 말이 잠시 유행하다가 이제는 '페이'라는 말이 '지갑'처럼 쓰입니다. 과도기적으로 '전자 지갑'이란 말을 써서 멤버십 카드와 신용 카드를 저장해 두었지만 이제는 '삼성, 엘지, 애플 페이'와 같은 '페이'란 용어가 '지갑'이란 의미로 자리 잡았다고 봅니다. 이처럼 말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합니다.


영화 상영 전 광고에 드러나는 지역 방언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공감합니다. 그리고 지역 방언과 표준어가 겉모습에서 드러나는 차이만큼 나타내는 표현의 효과(어감과 세부 의미)에서 차이도 분명할 것입니다. 교과서 안에 (누구나 만나는) 한국 단편 소설을 보면 그 차이가 잘 드러납니다.


이문구, 유자소전, 출처: [유자소전] 전문 읽기 - 2019 1학년 알림장 - 말글살이뜨락 (daum.net)

-앞부분 생략-

이 비단잉어들이 어제 새벽에 떼죽음을 한 거였다.

자고 일어나 보니 죄다 허옇게 뒤집어진 채로 떠 있는 것이었다.

총수가 실내화를 꿴 발로 뛰어나왔지만 아무 소용없는 일이었다.

“어떻게 된 거야?

한동안 넋 나간 듯이 서 있던 총수가 하고많은 사람 중에 하필이면 유자를 겨냥하며 물은 말이었다.

“글쎄유, 아마 밤새에 고뿔이 들었던 개비네유.” 유자는 부러 딴청을 하였다.

“뭐야? 물고기가 물에서 감기 들어 죽는 물고기두 봤어?”

총수는 그가 마치 혐의자나 되는 것처럼 화풀이를 하려 드는 것이었다.

그는 비위가 상해서 “그야 팔자가 사나서 이런 후진국에 시집와 살라니께 여라 가지루다 객고(客苦)가 쌯여서 조시두 안 좋았을 테구…… 그런디다가 부룻쓰구 지루박이구 가락을 트는 대루 디립다 춰 댔으니께 과로해서 몸살끼두 다소 있었을 테구…… 본래 받들어서 키우는 새끼덜일수록이 다다 탈이 많은 법이니께…….”

그는 시멘트의 독성을 충분히 우려내지 않고 고기를 넣은 것이 탈이었으려니 하면서도 부러 배참으로 의뭉을 떨었다.

-중간 생략 -

“그 불쌍한 것들을 저쪽 잔디밭에다 고이 묻어 주지 않고, 그래 그걸 술안주해서 처먹어 버려? 에이…… 에이…… 피두 눈물두 없는 독종들…….”

하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면서 들어가 버리는 것이었다.

“그리, 지져 먹어 보니 맛이 워떻타?” 내가 물은 말이었다.

“워떻기는 뭬가 워뗘…… 살이라구 허벅허벅헌 것이, 별맛도 웂더구만그려.” 하고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내가 독종이면 저는 말종인디…… 좌우지간 맛대가리 웂는 서양 물고기 한 사발에 국산 욕을 두 사발이나 먹구 났더니, 지금지금허구 해감내가 나더래두 이런 붕어 지지미 생각이 절루 나길래 예까장 나오라구 했던겨.

총수는 그 뒤로 그를 비롯하여 비단잉어를 나눠 먹었음 직한 대문 경비원이며, 보일러실 화부며, 자녀들 등·하교용 승용차 운전수며, 자택에서 근무하는 종업원들에게는 조석으로 눈을 흘기면서도, 비단잉어 회식 사건을 빌미로 인사이동을 단행할 의향까지는 없는 것 같았다. -뒷부분 생략-


지역방언(사투리)가 없이 표준어로만 총수와 유자의 대화가 제시된다면 아마도 읽는 재미가 떨어질 것입니다. 그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우선 모두 표준어만 쓰면 대화의 흐름 중에 변화가 없어 심심할 것입니다. 이는 동일한 어조와 성량으로 강의를 하는 것을 듣는다면 아무리 좋은 내용임을 알아도 지루한 것과 같은 흐름이라고 봅니다.

또한 인물들의 성격 중 일정 부분이 자연스럽게 표현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가 드라마, 영화를 볼 때 인물의 성격이 분명하고 특별해야 재미를 느낍니다.(=중심 인물들이 주변 인물들과 달리 시선을 끄는 이유) 이 관점에서 인물의 특성 중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니 재미가 떨어질 것입니다. 제시 작품에서 '총수가 표준어'를 쓰고 '재미난 생각과 행동을 가진 유자'는 지역 방언을 씁니다. 총수란 인물의 특성과 다른 유자의 특성은 읽는 중에도 차이가 나지만 쓰는 언어 유형 차이는 이 둘의 차이를 더욱 눈에 잘 보이도록 해줍니다. 이런 인물의 특성 차이 또한 작품을 지루하지 않게 하는 것에 효과를 준다고 봅니다. 지역 방언은 이처럼 인물의 성격(특성)을 창조하는 것에 도움을 줍니다. 이는 그 언어와 연관된 이미지들이 있어 보이지 않는 의미들을 더 보태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정관념으로 볼 수도 있지만... 문학에서 시골 배경이고, 농사짓는 할아버님이 사투리를 쓰지 않으신다면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아마도 이 과정에는 우리의 인식과 작품에서 보여주는 모습 사이 대립이 일어나서 '상대적으로' 몰입하기 어려운 경우라고 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것에 대해서는 자연스럽게 넘어가지만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대기업 회장님이 주주총회에서 발언하는 장면에서 지역 방언을 쓴다면 우리가 생각했던 모습과 달라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마을 회관에서 지역방언을 쓰는 회의 장면이 있다면 현실에서 그렇지 않은 곳이 있더라도 문학적으로는 당연하다는 듯이 인식할 것입니다.


이러한 언어 사용 양상에 따른 효과를 알기에 조정래, 박완서 작가님처럼 글 쓰는 것을 업으로 삼으신 분들이 상상의 세계를 보여주시면서도 조금이라도 더 몰입하고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 지역 방언을 연구하고 작품 속에 담으신 것이라 봅니다.


점차 전통 사극이 줄어들고 있지만 '전하' '통촉' 등의 과거에 쓰던 용어에 대하여는 수용이 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는 이러한 단어들을 사용하여 낯섦을 주는 동시에 지금과 극 중 시대가 다르다는 인식을 자연스럽게 형성하는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역사적 고증을 거쳐 사극 전체를 그 당시 말로 사용하지 않는 것은, 일부 단어 이외의 것들은 그 의미를 알기 어렵기 때문으로 봅니다. 그렇게 의미를 모르는 단어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사극을 보며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 문학 작품들이 지역방언을 써서 현실성을 살린다면, 사극에서는 '산영개(사냥개), 산행(사냥), 주륨(굶주림. 주림)' 과 같은 고어를 고증하여 활용하는 것이 시대성을 잘 살리는 방향일 것입니다. (고어 출처: 교학사 고어사전 남광우 1997 초판 2005 발행판 발췌)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역 방언의 경우 아직까지 쓰이고 있지만 그 쓰임에 있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용어의 사용은 줄어드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고어의 경우 사극에서 보편적으로 알려진 용어들만 사용하고 지금은 쓰지 않는 고어의 경우 필요시 극 중에서 사용하되 자막을 통한 설명을 부가합니다. 최근에는 역사적 고증을 거치지 않고 사극의 분위기만 차용하는 방식의 드라마들이 늘어나고 시청자들 또한 역사적 고증보다는 현대와 다른 옛날 분위기만 취하기를 선호합니다. (이 근거는 현재 제공되는 역사적 분위길 차용한 영상들의 제작 수입니다.) 이러한 수요에 맞춰서 고어를 비롯한 역사적 사실을 고증하는 사극보다는 분위기만 사극을 취하는 작품들이 늘어서 우리의 옛말은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역방언이라고 무조건적으로 가치 있다고 하는 것의 의미가 있는 것인가란 반문을 하고 싶습니다. 고어를 지금 시대에 사용하고 있지 않듯이 지역방언도 사용하는 세대가 사라지면 자연스럽게 고어의 위치를 갖게 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영화 상영 전 지역 방언 사용 캠페인을 보면, 지역 방언의 사용하여 문자를 보내 보는 것은 어떨지를 권합니다. 이러한 지역 방언은 시대가 흐르면 사극에서도 볼 수 없는 고어와 같은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사용을 늘리자는 취지는 알겠지만 언어의 생성과 소멸은 자연스러운데 인위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해리포터가 유행했을 때 그리고 지금의 초등학생들도 '윙 가비움 레비오우사'와 같은 이질적인 말을 숙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본인들이 책을 읽으며 그런 마법을 쓸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마음의 작용이라고 봅니다. 현재와 차이가 많이 나는 지역 방언. 더 나아가 고어는 점차 현실에 없는 해리포터의 주문처럼 그 뜻을 알기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단절이 오히려 현재 쓰인 작품들과 다르게 신선함을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또 다른 뉴트로의 한 사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일상 속에서 무조건적인 옳다 그르다는 없고 정도의 차이라고 봅니다. 지역 방언의 소멸을 안타까워한다면 조금 더 나아가 우리 고어에 대한 활성화 방향도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한편 언어의 생성과 소멸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본다면 지역 방언의 사용이 매체의 발달로 표준어가 광범위하게 보급되고 학교를 비롯한 다양한 기관에서 표준어를 쓰기에 지역 방언이 소멸되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하여 인위적으로 사용을 권하기보다는 뉴트로의 시대가 도래하듯이 현실에 없는 말인 주문을 재미있다고 외우는 학생들이 있듯이 언제든 활용할 수 있게 정리해 두고 원하는 사람이 원할 때 활용하여 자연스럽게 전파되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전국에 광고를 내는 것보다 고어와 지역 방언 등 우리말을 저장해 두도록 연구하는 것에 투자하는 것이 더욱 우리말을 지키는 것이고 우리 옛말이 활용되고 시기를 잘 맞아 유행될 수 있도록 시작점을 마련하는 일이 우리말을 지키는 더 좋은 방법이자 자원의 효율적 사용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가. 맞춤법 검사 버튼을 누르니 사투리는 전부 맞춤법에 어긋난 것으로 나옵니다. 고어도 그러합니다.

우리말의 풍부함을 위해서 맞춤법 검사와 반대로 지역 방언 번역기가 생기는 것도 재미있고 많은 작품을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 봅니다. 예를 들어 서울 출신, 문예창작과를 나와서 우리 문학과 세계문학에 대하여 많은 지식을 갖췄으나 실제 장면을 그려내기 어려운 경우 지역방언 번역기를 쓴다면 창작 중 머뭇거림을 줄이고 본인의 창작 능력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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