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달리기 도전

책 읽고 달리고

by 이은설

꿈만 같다.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다. 신기할 정도다. 60대 초반인 내가 달릴 수 있다니. 날씬한 몸매도 아니다. 건강검진을 받으면 늘 ‘비만’이라고 표시된다. 건강관리공단에서는 복부비만으로 대사증후군 주의를 요한다는 통지가 올 정도다. 60대 초반 비만인 내가 달릴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한 달 보름 전에는 상상도 못 하던 일이 일어난 것이다.


집 앞에 영등포공원이 있다.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공원은 그냥 있는 곳이고 나와는 상관이 없는 곳이라 생각했다. 영등포역을 오가면서 지나다니기만 했다. 봄에 예쁜 꽃이 피고, 겨울에 눈이 오면 사진 찍는 곳 정도로 이용하며 살았다. 걷고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가만히 앉아서 책만 봐도 좋은 데 굳이 걸을 이유 없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달리는 사람을 봐도 그들이 왜 달리는지 이해조차 하지 못했다. 달리기는 유상 선수나 대회 나가는 사람, 시간이 많은 사람만 한다고 생각했다. 당장 움직일 수 있고, 걸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쉬울 일이 없었다. 불과 2년 전에는 공원 한 바퀴를 걸어서 돌지도 못했다. 무릎이 아팠기 때문이다. 무릎은 아픈데 병원을 가자니 멀쩡한 것 같고, 그냥 지내자니 항상 불편했다. 막연하게 나도 공원 한 바퀴 달리면서 돌 수 있을까. 그런 날이 나에게도 올 수 있을까. 생각만 한 적도 있었다. 걷지도 못하던 내가 달리기는 꿈도 꾸지 못했다. 달리기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정도다. 아니 이미 달리기를 못 한다고 포기하며 살았다.


유튜브에서 세바시 강의 듣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우연히 정세희 교수의 [길 위의 뇌] 강의를 듣게 되었다. 평소 뇌과학에 관심이 있었고 길 위의 뇌라는 말이 뭐지? 궁금했다. 짧은 영상으로 전체를 파악하기 힘들었다. [길 위의 뇌] 구해서 읽었다.

내 몸이 건강해야 뇌가 건강하다. 몸이 건강해지도록 관리하는 것은 몸과 뇌가 병들고 노쇠해지기 전에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누구나 자신은 늘 젊을 것이고 건강할 것이고, 병과 죽음과는 거리가 먼 평온한 생활을 영위할 듯이 산다. 그러나 사고를 당하고 건강을 잃는 순간, 삶은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부디 건강하고 힘 있을 때 운동할 수 있을 때 미리 해 두자고 저자는 강조했다. 잃어 보기 전에는 모른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일들이 실은 엄청난 능력을 요하는 행위다. 건강을 깨닫는 기회는 노화, 질병, 사고다. 노쇠한 환자를 돌보면서 느꼈던 것들을 이 책에서 정확하게 지적하는 느낌이다. 읽을수록 작가의 생각에 빠져들었다. 남의 시선이나 인정이 달리기의 동기나 능력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달리기가 삶의 답을 구하는 과정이 되고 계속 달리는 동력이 ‘그저 달리기가 좋아서’ 이기를 바란다. 그런 달리기는 다른 사람의 시선 따위에는 흔들리지 않고 생을 아우르는 취미가 될 것이다.라고 작가는 조언했다. 아직은 매일 도장을 찍고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하는 부분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궁극적인 목표는 나의 건강을 챙기고 뇌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 나 자신을 격려하려는 차원이다. 작가는 또 말한다. 내일의 나에게 기대지 말고 오늘의 내가 해주자. 오늘 내가 한 운동은 내일, 10년 후, 30년 후의 나를 위해 쓰일 것이다. 내 몸과 혼에 새겨진 평소 습관이 위기에 처한 미래의 나를 도울 것이다. 다치기 전, 아프기 전에 해 둔 운동이 회복을 가른다. 운동은 미래에 당신을 치료해 줄 약이다. 쓸 약을 하루라도 일찍 하나라도 더 만들어 놓기를 권한다.

책에서는 걷기와 달리기의 차이점 달린 사람과 달리지 않은 사람의 비교가 자세히 되어 있었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자이언트 작가 중에 달리기 하는 작가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했다. 요즘은 런데이 앱을 많이 쓴다고 했다. 앱을 설치하고 달리기 했다. 혼자 달리는 것이 아니라, AI이지만, 전문 트레이너가 동행하듯이 수시로 시간 체크와 격려 메시지, 자세 바르게 하기, 숨쉬기, 신발 고르는 법, 스포츠 웨어 등에 대해 다양한 설명 했다. 첫날 달리고 나니 이 정도는 달리겠다. 생각 들었다. 앱에서 주는 도장과 1K 달성, 최장 거리 신기록, 최대 칼로리 소모 신기록, 최장 시간 신기록 등 다양한 어워드를 제공했다. 아무것도 아니지만, 아이들처럼 그냥 모았다. 가슴이 뿌듯했다. 부자가 된 것 같았고, 달리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삼일 째도 약간 힘들기는 했지만 마치긴 마쳤다. 집에 와서 샤워하고 쉬었지만, 회복될 것 같지 않았다. 내 몸을 소중히 여기지 못하는 습관이 그대로 나타났지. 사일 째, 되던 날 시작하려니 무리가 되는 것 같았다. 무시하고 그냥 달렸다. 마치고 나니 아프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심한 통증을 견뎌야 했다. 1. 2분 달리기였지만 그동안 달리지 않은 몸의 부작용을 여기저기서 느꼈다 발목과 무릎 발등이 아파서 달릴 수가 없었다 5일째 되는 날부터는 달리기는 꿈도 꾸지 못하고 걷기만 했다. 일주일 정도 걷고 나니 원래 컨디션이 유지되었다. 이번에는 욕심내지 않고 차근차근 달렸다. 일주일에 3회 정도만 달린다. 나머지 3일은 걷기를 했다. 그날 운동을 마치고 나면 소모된 칼로리와 키로 수 등이 표시되고 3줄 마음 일기를 쓴다. 3줄 마음 일기를 쓰고 나니 SNS에 공유하고 싶었다.


블로그에 아침에 쓰는 일기 카테고리에서 발행한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시작한 나 자신에게 격려와 칭찬을 하고 싶었다. 공원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 공원에 사람들이 하는 운동, 그날 내가 느낀 점 등을 올린다. 달리기는 꿈도 꾸지 못한 나를 칭찬하고 격려하기 위해 쓴다. 부족한 ‘나’의 모습이지만 내가 아니면 이 세상 그 누구도 나를 칭찬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가 나를 칭찬하면서 앞으로 계속 전진하고자 한다. 또 하나는 나처럼 달리기를 포기하던 누군가가 나의 글을 보고 자극받아서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지금은 30분 달리기 도전하고 있다. 30분이 끝나면 50분으로 한 단계를 올릴 생각이다. 앱에는 다양한 걷기와 달리기 이벤트도 많이 있다. 응모하고 싶지만, 중간에 포기할까 봐 선뜻 용기를 낼 수 없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한 달쯤 되었을 때 남산 걷기 대회를 가서 6km 정도를 걷고 왔다. 아마 달리기를 하지 않았다면 엄두를 내지 못했을 일이다. 준비 걷기 5분을 한 다음 10분을 뛰고 3분 걷기하고 15분을 달렸다. 달리기 전 내가 과연 완주할 수 있을까. 두려움과 걱정이 앞섰다. 마지막 5분을 남겨 두고 가장 힘들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완주를 마치고 마무리 운동을 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며 달렸다. 지금의 현실은 누구나 다 힘이 든다. 내일의 꿈을 위해서 희망을 위해서 힘들지만 한 걸음 더 내딛는 나를 스스로 응원하고 싶었다. 얼굴에는 땀이 흐르고 눈에 들어간 땀은 눈알을 따갑게 했다. 땀이 나지 않던 내 몸 어디서 그렇게 줄줄 흘러내리는지. 흐르는 땀을 손으로 훔치면서 그냥 달렸다. 앱에서 완주 벨 소리가 울렸다. 내가 15분을 달렸다. 꿈만 같다. 상상도 못 한 일이다. 나보다 오래 많이 달린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기록이지만 나에게는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기록이었다.


책을 읽고 실행으로 옮기지 않았다면 오늘의 결과는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독서가 행동으로 이어질 때만, 제대로 된 독서가 된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읽고 난 다음 단 한 가지라도 실행으로 옮겼을 때 비로소 진정한 독서가 완성되는 법이다. 다음에 또 어떤 책을 읽고 내가 어떤 실행 어떤 도전을 해서 결과가 나올지 ‘나’조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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