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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나그네 윤순학 Sep 08. 2017

김광석거리. 꿋꿋하게 가라~

대구 근대골목의 부활 그리고 갈등

#. 대구 근대골목 김광석거리. 부활 그리고 새로운 갈등    


낙후된 시장과 골목이 새롭게 부활하여 관광 명소로 떠오른 대표적인 곳이 있다.     

바로 김광석 테마거리로 유명한 대구 중구 근대골목이다.


지금 이곳은 서울 연남동, 경리단길, 망원동과 함께 전국의 대표적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만큼 많이 떴다는 얘기다. 골목에 점점이 자리 잡았던 허름한 상점과 가게의 임대료가 대폭 오르면서 원 주인들이 하나둘 떠나게 되고 그 자리를 고급스러운 프랜차이즈 음식점과 카페가 들어섰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대한민국 국민에게 많은 위안과 감동을 주고 간 비운의 스타. 김광석이 부활한 대구 골목에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갈등의 씨앗도 자라고 있던 셈이다.     



변화의 시작. 2009

근대골목의 2009년 모습은 그야말로 허름하기 짝이 없었다.    


그중에도 근대골목 내 위치한 전통시장 방천시장은 그저 방천둑 옹벽만 덩그러니 있는 볼품없는 골목이어서 그야말로 방천시장은 거의 명맥을 다해가는 죽어가는 시장이었다. 점점 갈수록 낙후되는 구도심. 골목을 살리기 위해 방천시장 상인과 지역 예술가들이 나섰다. 그리고 중구청도 적극 지원했다.   

 

2010년부터 예산 10억을 들여 공공시장과 예술을 접목시켜 야외 공연장도 만들고 대형 옹벽길엔 김광석을 테마로 한 벽화가 그려지고 한 켠에는 골목 방송 스튜디오가 꾸며졌다. 음악을 테마로 한 거리답게 골목골목에 음악이 흘러나오도록 음향시설이 갖춰졌다.    



김광석 거리(길)는 생전의 그가 다시 부활해 온 듯, 순식간에 방송 매스컴에 소개되면서 관광객들이 물밀 듯 몰려들었다. 골목에는 자그마한 실내 공연장도 생기고 김광석을 빼다 박은 듯한 모창가수 ‘채환’을 지역 명물 가수로 데뷔시켰다. 아마도 국내 최초의 음악 거리로 자리 잡은 이 거리는 한 시대를 풍미한 가수. 김광석의 애잔한 인생스토리와 그의 수많은 히트곡들과 결합되어 엄청난 관광 콘텐츠가 되었다.    



김광석의 주옥같은 레퍼토리!

‘거리에서’. ‘사랑했지만’, ‘광야에서’, ‘먼지가 되어’, ‘이등병의 편지’,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나의 노래’,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수많은 그의 명곡들이 잔잔히 흘러나오는 음악 골목 참 운치 있고 정감 있는 소재다.    


지금은 주말마다 전국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붐비고 점점 더 상권도 넓어져 이젠 김광석 거리 인근을 넘어 시장 상권까지 넓어져 각종 카페, 액세서리, 소품 가게, 프랜차이즈가 즐비하게 들어섰다.     



올해 봄 여행 주간에는 '김광석'의 음악 테마가 흐르는 시티투어 버스 등의 특색 있는 프로그램이 선보여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버스 안에 김광석의 음악과 사진 자료 등을 전시하고 대구시를 투어 하는 프로그램도 지역 간판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만하다.    


음악을 테마로 유명세를 떨친 김광석 거리는 타 지자체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는데 경기도 성남시가 대표적이다. 성남시는 얼마 전 불의의 의료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가수 신해철을 테마로 성남시 분당에 특화거리 조성을 추진 중이다. 특정 가수는 아니지만 광주시도 남구 사직동에 음악의 거리를 조성, 통기타 음악을 테마로 한 특화거리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해외에도 전설적인 팝스타의 고향이나 삶의 에피소드가 있는 지역들은 어김없이 스타마케팅을 활용한 지역 관광산업 발전에 주력하고 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고향 미시시피 멤피스, 비틀즈를 잉태한 영국 리버풀

마이클 잭슨의 고향 인디애나주 게리, 아바의 나라 스웨덴 스톡홀름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도 김광석, 신해철 거리가 먼저 생겨나지만, 언젠가 뒤를 이을 스타들이 아마도 줄을 서있다.  

   

어찌했든 문화가 흐르는 도시, 예술이 깃드는 마을. 우리도 점점 좋은 감성콘텐츠를 갖게 된다는 것이 매우 고무적이다. 우리가 묵묵히 숱한 세월을 보내며 살아온 도시에는 이야기가 있고 감동을 주는 콘텐츠가 얼마든지 있으니 말이다.    



좀 다른 얘기지만 MBC 기자 출신이고, 탐사보도 전문기자인 김상호 기자가 직접 감독한 다큐영화 [김광석]이 최근 스크린에 개봉됐다. 또 다른 그의 작품. 세월호를 다룬 [다이빙벨]도 세간에 숱한 화제를 낳았었다.     

영화 [김광석]은 1996년 어느 날 갑자기 자살로 생을 마감한 미스터리 한 그의 삶에 대한 의혹과 궁금중에 대해 21년간 추적한 다큐라 하는데,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리라 믿는다.    




다시, 김광석 거리로 시선을 돌리자.


젠트리피케이션이 심각하다는 얘기는 들은 바 있는데, 최근 또 다른 문제로 지역 예술인과 해당 지자체가 갈등을 빚고 있다고 한다.    


대구시와 중구청은 예산 2억을 들여 김광석 거리의 그림(벽화)의 80% 정도를 전면 교체한다고 하는데, 아마도 원래 첫 작품을 제작한 지역 예술가들이 이 프로젝트에 대부분 소외되면서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는 듯 하다. 실상을 보니 벌써 벽화를 제작한지도 6~7년이 지나 작품의 상당수가 색이 벗 져지고 바래져 상당수 보수가 불가피한데, 원래 작품을 공들여 제작한 예술가들을 쏙 빼고 추진하니 누군들 볼멘소리가 안 나오겠는가?   

 

낙후된 골목을 부활시킨 장본인들은 가수. 김광석의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메마른 옹벽에 정성 들여 그림을 그려 만든 지역 예술가들의 노고에 의한 것인데, 아무래도 이들을 보수 사업에서 무작정 배제하는 젓은 옳지 않다고 본다. 물론 예산 집행의 절차와 프로세스 상의 불가피한 측면도 있겠으나 현명하게 해답을 찾았어야 했다. 


뭐든지 함께 가야 한다. 손을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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