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사업가들이 이룬 골목 부활 상권 - 남영동(용산) 열정도
오랫동안 국내 경제환경이 좋지 않다. 세계 경제의 장기 침체도 이유이지만 국내 경제는 더더욱 국정 혼란과, 안보 위기, 양극화등으로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국면이다. 골목 상권과 재래 전통시장은 갈수록 줄어드는 매출에 한숨과 시름이 깊어져 가고 있다.
전국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래도 눈길을 돌리면 역발상과 과감한 도전으로 역경을 넘어 새로운 성공신화를 만들어가는 이들도 있다.
“주꾸미 맛이 거기서 거지지요!”
“이 시리신 분 조심하세요. 맥주가 과하게 차갑습니다!”
“감자튀김 포장해가시나요? 제 마음도 같이 담아드릴까요?”
젊은 매장 직원의 재치 있는 입담이 구수하다.
“주꾸미 팔아 장가가자!”
“1인 1닭 실천하자!”
“봄노래를 불러드리면 서비스를 드리지요~~~!”
가게마다 그 가게 특유의 문구가 벽면에 배치, 손님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최근 2~3년 사이 소위 잘 나가는 ‘뜨는 상권 골목’ 서울 남영동(용산구) 열정도 골목의 풋풋한 모습이다. 열정도는 지하철 1호선 남영동과 4호선 숙대입구 중간쯤에 위치한 옛, 용산 인쇄골목을 청년사업가들이 들어오며 젊음의 패기답게 ‘열정도 프로젝트’라 명명한데서 비롯된다.
원래 종로 금천교시장에서 ‘감자집’으로 성공해 서울 전역에 14개의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청년장사꾼이란 외식업체의 야심찬 기획사업으로 출발했다. 청년장사꾼의 사업규모가 연 매출 30억에 이른다고 하니 이쯤이면 대단한 프로들이다
2~30대의 청년들이 주축인 ‘청년장사꾼’은 새롭게 아이디어와 열정, 도전정신으로 허름하고 을씨년스러운 쇠퇴한 골목을 당당히 신흥 상권으로 탈바꿈시켰다. 청년장사꾼은 이 골목에 7개의 매장을 동시에 기획, 오픈하였다.
물론 오랫동안 침체가는 골목이라 빈 점포가 많고, 임대료가 10평 기준 50~70만 원대로 저렴해서 가능한 일이었다. 감자집, 치킨집, 고깃집, 주꾸미집, 분식집...
젊은 세대가 메인 타깃인 만큼 각 점포의 메뉴도 주로 젊은 층이 좋아하는 음식들이다. 거기에 아이디어와 재치, 서비스라 곁들여져 새로운 골목문화를 만들어 갔다.
낙후된 골목에 ‘열정도’라는 이름을 붙여 홍보하고. (도심 속의 섬이란 컨셉만 보더라도 초기 사업기획에 많은 노력과 공을 들인 것을 보인다), 그 이름에 걸맞게 7개의 가게마다 ‘젊음과 청춘, 열정’이 묻어나는 공통된 문화를 담은 것은 그 때문이다.
청년장사꾼 외에도 여러 가게들이 비슷한 문화와 코드로 준비하여 새로 잡리 잡아 열정도의 상권 형성에 힘을 보탰다. 골목은 점점 더 살아났다. 지금은 대략 15~20여 개의 점포가 200m에 이르는 작은 골목에 시너지를 내며 주말마다 넘쳐나는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함께 만들어 가는 열정도의 문화를 대표하는 것은 매월 둘째 주 토요일에 열리는 ‘열정도 야시장’이다. 애초 홍보를 위해 청년장사꾼이 기획했지만 청년장사꾼 외에도 푸드트럭, 액세서리, 의류, 소품 잡화 등 30여 개 팀 이상이 참여한다고 한다. 이를 위해 수시로 다른 업종의 셀러들을 모집하여 공동 번영을 꾀하고 있다.
단숨에 대박난 야시장
야시장은 한 번에 4000~5000명의 고객들이 찾는다. 젊음의 거리답게 비디오 아트와 함께 흥겨운 DJ쇼가 펼쳐진다. 이젠 아예 열정도 골목의 새로운 명물로 자리 잡았다.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추가되니, 더욱더 열정도를 찾는 손님들이 많아졌다. 선순환 구조 인 셈이다.
열정도의 유명세는 곧바로 방송 프로그램과 각종 미디어, 취재로 이어져 수직 상승하는데 기름을 부은 격이다. KBS 다큐멘터리 3일, TVN 프리한19등 공중파, 케이블방송 프로그램에서 집중적으로 열정도를 소개하고 연이어 신문, 미디어에도 청년들이 열정과 패기로 만들어가는 이 골목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열정도의 사례는 지금 성공모델로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올랐다. 사업의 꿈을 꾸는 많은 청년들에게 귀감을 주고 용기를 북돋웠다. 최근에는 대형 카드사도 이 골목을 지원하고, 지자체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역 주민들도 공동화되는 거리가 짧은 시간에 젊음의 활기가 가득한 신흥 골목으로 바뀐 것을 반긴다.
하지만, 지금까진 순항중인 열정도의 미래가 꼭 탄탄한 것만은 아니다.
열정도의 고민도 있다.
이 골목이 뜨면서 임대료가 50% 이상 올라 심적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워낙 낮은 임대료 수준이기에 아직은 감내할만하지만 앞일은 장담할 수 없다. 이 골목에도 젠트리피케이션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열정도 골목 주변에는 이미 수십층의 고층 아파트 단지와 오피스텔촌이 에워싸고 있어 말 그대로 현대 고층빌딩 숲의 중간에 끼인 옛 도심 골목이 언제까지 그대로 생명을 유지할지 모른다. 금방이라도 부동산 개발업자와 토지 소유주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 수년 안에 재개발될 가능성이 크다.
열정도의 상권 부활에는 성공했지만, 미래를 내다볼 수 없기에 열정도의 주역들도 결코 맘을 놓을 수는 없을 터이다. 그래도 열정도을 만들고 지금까지 성장시켜 온 많은 청년들에게 용기와 격려를 주고 싶다.
제 2, 제3의 열정도를 얼마든지 이룰 수 있는 그들의 경험과 용기,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