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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나그네 윤순학 Aug 27. 2017

이화동 벽화마을의 애환

상생과 발전,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의 극복 해법 

#.'투어리스티피케이션'으로 갈등하는 이화벽화마을    


최근 수년간 서울시민뿐 아니라 전국의 젊은 세대, 더 나아가 중국 유커(단체관광객)까지도

입소문이 나 핫플레이스(Hot Place)로 떠오른 대표적 관광마을이 있다.    



서울 달동네의 애환, 이화동이 변신


오랫동안 서민의 애환을 품고 세월을 담은 서울 종로구의 이화동 벽화마을이다.

화동은 수십 년 전부터 서울의 발전과 대조적으로 대표적인 서울 달동네로 존재해왔다.

뉴타운 등 개발 이슈에 한때 전면적 재개발단지로 검토되었으나 대다수 주민의 반대와

지역 상황 등으로 지자체(종로구)는 개발보다는 존속, 재생으로 방향을 잡았다.    


10여 년 전, 2006년부터 ‘공공미술추진위원회’를 결성, [Art in City 2006] 프로젝트 하에

전문 예술가 수십여 명이 협력하여 이화동에 70여 가지의 미술, 설치작품을 제작했다.

초기 반응이 좋아 한적한 달동네에 차츰 입소문을 타고 젊은 층 방문객들이 하나둘씩 마을을 방문했다.

주로 서민 층중 노년층 거주자가 많은 이 달동네에 오랜만에 젊고 활력 있는 분위기가 맴돌고

조그마한 가게, 상점들도 반가운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져 즐거워했다.    



이화동을 다녀간 이들은 SNS로 마을의 아기자기한 풍광과 예쁘고 독특한 미술벽화들을 스케치하여

인터넷을 통해 전파했고, 이는 곧 전국으로 바람이 일었다.

급기야 KBS 인기 프로 ‘1박 2일’ 예능프로그램에 이화동 벽화마을이 소개되면서 이화동은

전국적인 유명세를 떨치게 되었다.     


이화동 벽화마을은 전국적으로 벽화마을 붐을 일으킨 주역이다.

이미 시작된 통영 동피랑 마을을 비롯해 지자체와 각 단체들이 앞다투어 이화 벽화마을을 벤치마킹하여

현재 전국에는 수십 개의 크고 작은 벽화예술마을이 생겨났다.

낡고 쇠퇴한 마을에 예술로 입힌 아름다운 풍광의 벽화담장은 당연히 지역주민이나 방문객에게 긍정적이다.    


요커(중국 단체관광객)의 서울 필수 관광지로...


이화 벽화마을이 뜨면서 단체 중국 관광객들에게도 알져 인기 관광코스로 단번에 부각되었다.

제일기회의 디지털 마케팅 자회사인 펑타이의 최근 자료에 의하면 유커의 한국 관광 관심 장소 20 랭킹에 이화동 벽화마을이 6위에 오를 만큼 중국 관광객에도 이미 유명한 관광지다.    


마을이 뜨면서 외부에서 젊고 감각이 있는 청년들이 마을로 들어와 작은 카페, 액세서리 가게 등을 차리면서

마을 풍광도 달라지고, 마을 곳곳에 운치 있는 풍경이 만들어지며 점점 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갈등의 시작,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


그런데 어느 순간 잘 나가던 마을에 떠들썩한 사건이 벌어졌다.

작년. 2016년. 4월에 마을의 대표적인 계단 벽화 2점이 훼손되었는데

이는 마을 입주민의 일부가 행한 사건임이 밝혀져 충격을 줬다.

많은 방문객에게 필수 코스로 사랑받던 대표적인 작품인 잉어 가족과 해바라기 꽃을 그린 계단 벽화였는데

하루아침에 회색 페인트로 덧칠되어 작품의 원형이 사라진 것이었다.   

 

이 마을 주민 5명은 벽화마을 한 계단에 그려진 4000여만 원 상당의 해바라기 그림에

회색 수성페인트를 덧칠해 지우고 며칠 뒤 벽화마을 다른 계단에 그려진 1000여만 원 상당의 잉어 그림을

회색 유성페인트로 덮었다.    


조사 결과 일부 입주민들이 점점 증가하는 관광객으로 인해 소음, 쓰레기, 사생활 침해 등 불만이 쌓이다

폭발한 것이었다. 마을벽화의 긍정적 측면만 강조되던 현실 속에서 일거에 갈등 요소가 쏟아진 것이다.    

중국 단체 관광들이 대거 몰려오면서 소음과 쓰레기, 담배연기, 심 이어 노상방뇨까지 이어져

무례한 관광객의 태도에 대해 마을 주민들은 넌 저리를 첬다.    



요즘 전국적으로 뜬 지역, 마을 중에는 이러한 발전상이 오히려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데,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이화 벽화마을은 젠트리피케이션과 유사하지만 또 다른 유형의 현상을 초래하고 있는데,

바로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이란 ‘관광지화되다’ 라는 의미의 ‘투어리스티파이(Touristify)’와 외부인이 유입되면서 임대료가 올라 본래 거주하던 원주민이 쫓겨나는 현상을 의미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합성어다.

지역 내 관광이 활성화되면서 변하는 마을환경으로 인해 주민이 쫓겨나거나 이주해야 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화 벽화마을의 갈등은 예고된 것이었다.

해당 지자체는 초기 사업성과에만 안주하고 이런 문제에 대해 전혀 대비하지 못하고,

이미 입주민들로부터 숱한 민원이 제기되어 왔음에도 해결하지 않고 방치하는 바람에

갈등을 키어온 책임이 크다.    


역시나 예술마을로 유명한 부산 감천마을도 똑같은 현상이 수년 전에 생겨났지만,

지자체와 마을협의회, 입주민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갈등 해소를 하고 있다.

마을 방문객에게 스탬프 안내지도를 만들어 단체관광객이나 개별 희망 구매자에게 유료 판매하여 생긴 수입금, 지자체 지원금, 단체 후원금을 조성하여 입주민을 위한 서비스와 시설 개선에 사용하면서 

마을 입주민의 동의를 얻어냈다.     


마을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 목욕탕, 저렴한 이발소, 휴게소등 곳곳에 입주민을 위한 편의시설이 생겨났다.

마을 방문시 관람태도를 최대한 자제하는 관광객들의 자발적인 노력도 이어졌다.     


이화마을은 단순히 벽화마을만이 아니라 바로 뒤편에 600년 역사의 한양도성길이 이어지는 마을이다.

흥인지문(동대문)에서 낙산공원 혜화문에 이르는 한양도성갈 낙산코스의 한 중심에 있어

앞으로도 관광마을로의 발전 가능성이 많다.    

2010년 유네스코유산 등록에 도전을 준비중인 한양도성길은 서울시도 많은 관심을 갖고 관련 정책을

준비중이다. 필자도 이번 주말을 통해 한양도성길 풀코스(18.9km)를 완주하며 이화마을을 다시 둘러보았다.    

어차피 예고된 갈등이라면 해결해야 하지 않겠는가?

부산 감천마을처럼 지자체, 입주민, 방문객 등이 모두 서로 양보하고 상생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결국 지자체(종로구)의 적극적인 해법 모색을 권고하길 바란다.

마침 최근 종로구도 전문기관에 젠트리피케이션 관련 용역 연구를 의뢰해서 해결책을 준비 중이라니

그나마 다행이다.    


도시문화마케팅을 전문으로 하기에 바람 나그네(필자)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기회가 되면 좋은 정책 아이디어는 지자체나 관련 단체에 적극 제안할 생각이다.



[도시문화마케팅-Y어반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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